모두발언
제22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제22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 일시 : 2020년 10월 23일(금) 오전 9시
□ 장소 :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
■ 이낙연 당대표
어제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나온 검찰총장의 발언과 태도는 검찰개혁이 왜, 그리고 얼마나 어려운지, 공직자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며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입증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했다. 그것은 ‘수사지휘권 행사가 불가피했다’는 대통령 판단도 부정하고 ‘국민의 대표가 행정부를 통제한다’는 민주주의 기본원칙도 무시하는 위험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의 독립이라는 명분 아래 외벽을 치고 외부의 견제와 감시를 피해왔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검찰총장의 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 어제 대검 국감을 통해 검찰의 민주적 통제는 더욱 절실해졌다. 검찰 스스로 잘못을 고치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래서 공수처는 더 시급해졌다. 우리가 야당에 요청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제시 시한이 이제 사흘 남았다. 법사위는 그 이후의 입법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기 바란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고 보도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장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사망과 백신의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다고 말 하지만, 국민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의사협회는 접종을 일주일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예방 백신이 독감으로 희생됐을 수도 있는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 불안을 덜어드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정부는 백신 접종자의 사망 원인, 백신 제품의 이상 유무 등을 신속히 밝혀내 국민의 의구심을 없애드리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 국민께 알려드릴 정보가 있다면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전문가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 앞에서 정치권은 신중해야 한다. 다만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라도 국민의 불안을 덜어드릴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주기 바란다.
고통스러운 두 가지 참사를 말씀드리겠다. 어린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가 심한 화상을 입고 입원한 일이 있었다. 그 형제 중 끝내 숨진 동생의 빈소에 제가 어제 밤에 조용히 조문을 다녀왔다. 가족과 국민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지금까지도 모르겠고,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돌봄 체계와 안전 태세의 한계를 드러낸 참담한 사건이다. 현행 돌봄 체계에서 학교, 지자체, 지역사회 등이 맡은 역할을 점검하고 확실히 보완해 돌봄의 실효성을 높여야겠다. 이런 문제의 기본에는 빈곤의 문제가 놓여있다. 절대 빈곤을 해결하고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강력한 포용정책이 더욱 절실해졌다. 민주연구원내에 구성키로 한 ‘신복지 체계 연구기구’가 빨리 가동되길 바란다. 정책위원회도 꼼꼼히 챙겨주시기 바란다.
작년 12월 경북대 화학실험실 사고로 여러 학생이 화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 피해 학생들 가운데 중화상을 입은 학생의 아버지와 대학총장님 등을 어제 오전에 이 자리에서 뵀다. 피해자와 가족들께 드릴 말씀이 지금까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우선은 대학이 피해자를 끝까지 도와야하고 그 점은 총장님도 동의하셨다. 제도적으로는 연구실 또는 실험실에서의 사고도 산업재해보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환노위가 노력해주시기 바란다.
■ 김태년 원내대표
검찰을 성역화된 신성불가침의 권력기관으로 바라보는 검찰총장의 인식이 우려스럽다. 어제 검찰총장이 국감장에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는 위법이다”,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주장을 했다. 무엇보다 검찰총장은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 소속의 관청이고, 검사는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 검찰권이 남용되는 것을 막는 민주적 통제의 책임자다. 검찰은 헌정질서 밖에 존재하는 특권적 집단이나 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는 성역화된 권력기관이 아니다. 검찰개혁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자처하는 검찰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수사권을 조정하고 공수처를 출범시켜 고위공직자 비리를 척결하고자 힘써왔다. 민주당은 검찰이 민주적 견제와 균형에 따라 작동하도록 검찰개혁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
국민의힘이 라임·옵티머스 금융사기 사건을 두고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던 권력형 게이트가 아님이 명백해지고 있다. 특검 사안이 아니다. 상시적 특별검사제도라 할 공수처는 거부하면서 금융사기사건 하나를 수사하기 위해 공수처보다 큰 거대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런데도 야당이 계속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보다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려 사기 사건마저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정치적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범죄에 연루된 인사가 있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단죄하는 것이다. 야당은 정쟁을 위한 특검보다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에 협력하기 바란다. 또 지금 그럴 때이다.
도미타 코지 주한 일본대사가 ‘수출규제를 풀려면 WTO 제소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반하장의 태도일 뿐만 아니라 순서도 잘못됐다. 일본이 행한 부당한 경제공격을 먼저 푸는 것이 순리다. 우리 정부의 WTO 제소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서 비롯됐다. 우리 정부는 대화로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일본 정부가 대화에 응하지 않자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것이다. 명분도 실익도 없는 수출규제를 고집하며 양국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다. 악화된 한일관계를 푸는 것도 결국 일본 정부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을 내년에 개최할 계획이다. 올림픽의 정신이자 목적은 국제평화의 증진이다. 도쿄올림픽이 진정으로 평화의 대전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국과 산적한 현안을 대화와 화합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 김종민 최고위원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친 발언과 정치적 발언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어제 국정감사 발언을 통해서 심지어 ‘대통령과 장관의 합법적인 지휘·감독을 위법하다’고 발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감독에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은 대통령과 장관의 민주적 통제, 민주적 지휘·감독에 따라야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 같은 행동은 검찰이라는 조직을 끌고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다. 정치행위다. 윤석열 검찰총장 개인이 공직자로서도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검찰 조직을 상처내고 흔드는 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런 정치적 행동, 정치적 발언을 중단하고 공직자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한다.
■ 염태영 최고위원
전국의 건설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올 한 해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집회·시위 건수가 7월 말 기준 7,848건에 달한다. 4년 전보다 무려 다섯 배나 늘어났다. 우리 지역 한 건설 현장에서는 양대 노조가 전체 물량의 90%에 해당하는 건설기계 투입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 이후 또 다른 노조가 나서서 자신들은 그 지역 주민 건설노동자이므로 건설기계와 투입 전권 100%를 요구하면서 또 집회에 나섰다. 이러한 무리한 건설 현장 시위는 건설사업의 물량 감소로 일감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다. 건설노동자들이 각기 노조를 만들어서 건설사에 자기 노조원만 채용하도록 강제하면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건설 인력을 공급하던 인력사무소까지 급조된 노조를 만들어서 노조원 고용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회적 수용 범위를 넘어선 투쟁방식으로 곳곳에서 상당한 사회적 비용과 공권력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확성기 소음기 농성으로 인해 주민들의 고통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별다른 제재나 해결 방법이 없다. 공사 현장에서는 과비용, 저효율, 공사 지연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하지만 경찰이나 지방정부는 이러한 노조의 분규에 행사할 권한이 없어서 속만 태우고 있다.
지난해 7월 건설업계의 이러한 불공정 관행, 노사분쟁 신고 접수를 위해 국토부와 건설단체 그리고 양대 노총이 주축이 되어 ‘건설산업 노사정 갈등해소센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센터 출범 이후 접수된 신고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건설 현장의 문제를 더는 방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기 노조원만 고용하라는 이기주의적 행태는 노사갈등, 노노갈등을 키우고 더 나아가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를 불러올 뿐 아니라 국민의 외면과 질타가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더욱 강력한 대책 마련을 바란다. 건설 현장의 탈법·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기 바란다. 건설노동자들의 숙련도 제고와 적정 임금 보장책, 전직 지원정책 등의 대안도 동시에 마련하기 바란다. 이러한 무리한 건설 현장의 갈등과 분규에도 상생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정신이 발휘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 노웅래 최고위원
택배노동자와 대리운전 기사도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다. 어제와 그제 연이어서 또다시 택배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올해만 해도 14번째, 국정감사 기간만 해도 5번째 억울한 죽음이다. 이중 6건의 사망사고가 전체 택배물량의 48%를 차지하는 CJ대한통운에서 발생하였기에 이틀 전 현장시찰을 다녀왔다.
그러나 사람이 연이어 죽었음에도 사측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에게 있어 택배노동자는 쓰다버리는 일회용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상황이 커지자 어제 CJ대한통운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마디로 앙꼬 없는 찐빵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원 산재보험 가입을 권고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발의된 전 국민 산재보험법이 연말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시점에서 당장도 아니고 내년 상반기까지, 그것도 권고에 그치겠다고 하는 것은 정말 하나마나한 이야기이다. 3,000명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하지만 거기다가 단계적이라는 단서를 붙였고, 거기에 시찰 당시에 CJ 대표가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10% 가량의 오분류 물량에 대한 대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당일 배송원칙에 따라 자정 넘어 까지 배송해야하는 택배 현실에서 보면 일회용 면피성 대책에 불과하다.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CJ, 그러나 정작 그들이 만드는 문화 안에는 노동자는 없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노동부는 즉각 특별현장점검을 통해서 제2, 제3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누구든지 어디서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전 국민 산재보험법 역시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 야당의 협조만 있다면 원내대표 간 합의로 이번 국회에서도 처리가 가능하다.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이다. 부디 국민의 생명 앞에 정치권이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
■ 신동근 최고위원
고양이는 쥐의 천적으로 쥐를 잡아먹는다. 삼척동자라면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보면 고양이인 톰을 생쥐인 제리가 놀려먹는 것으로 항상 결말이 난다. 아마도 현실과 다른 역발상으로 고양이와 생쥐의 관계를 묘사했기 때문에 더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본다. 검사는 범죄자의 천적이어야 한다. 비유를 하자면, 검사는 고양이이고 범죄자는 쥐여야 한다. 가상의 상상력이 발휘된 만화영화 톰과 제리처럼 검사가 범죄자의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검찰게이트라고 한다.
범죄자를 잡아야할 검사가 범죄자에게 오히려 책잡혀 범죄자를 비호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천인공노할 사건이 바로 검찰게이트이다. 그 적나라한 실태가 김봉현 씨의 편지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범죄자, 전관예우 변호사, 현직 특수부 검사가 커넥션을 이뤄 향응이 벌어지고 불법적으로 돈과 뇌물이 오가고 수사정보가 누출되고 정상적인 수사를 가로막는 검찰게이트의 전형이 또다시 벌어졌다는 강한 의심을 갖게 한다.
유력 야당 정치인과 검사의 룸살롱 향응 접대는 몇 달씩 묵혀둔 채 여당 정치인만 표적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끼리끼리만 보고되고, 공식보고체계를 패싱했다는 의혹도 있다. 라임 사태는 여전히 검찰이 적폐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묘서동면(猫鼠同眠)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잔다는 뜻으로 그러지 말아야할 사람들이 부정하게 결탁해 나쁜 짓을 함을 말한다. 라임 사태에서 드러난 검찰게이트를 보면서 이 네 글자가 떠올랐다.
검사 범죄의 기소율이 0.13%이다. 일반 형사사건의 기소율이 41.7%이다. 무려 320배 차이가 난다. 이 통계만으로도 현재의 검찰로는 검사의 범죄를 제대로 다룰 수 없음이 명백하다. 이래서는 묘서동면을 끝장낼 수 없다. 역시 대안은 공수처 밖에 없다.
■ 양향자 최고위원
이틀 전 인천 화재 피해 형제의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형도 여전히 많이 아프다. 어제는 또 한 분의 택배기사께서 명을 달리하셨다. 부디 하늘에서만큼은 배고픔도 과로도 없기를 바란다. 코로나가 들춰낸 우리 사회의 민낯은 가혹했다. 차가웠다. 돌봄의 사각지대는 더욱 넓어졌고, 택배 물량은 글자 그대로 살인적으로 늘었다. 한 아이의 죽음이 아니다. 한 청년의 죽음도 아니다. 돌봄의 죽음이고, 노동의 죽음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돌봐야 할 시스템이 죽었다. 사회의 죽음이다.
스스로에 물었다. 정치는 어디에 있었는가? 일이 터질 때 어디에 있었는가? 사고가 발생한 후에는 어디에 있었는가? 예방은 했는가?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온 힘을 기울였는가? 지난 며칠 동안 우리 정치와 제 자신이 부끄럽고 참담했다. 우리에게 이 사회를 이끌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도 들었다.
언론에도 부탁드린다. 우리가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해주시라. 아프게 회초리를 들어주시라. 한 정치인의 탈당,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갈등 이야기, 중요하다. 우리 정치가 만들어낸 뉴스들이다. 하지만 민생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았다는 아프고 낡은 지적이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은 정치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여의도의 분노는 국민의 분노를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아픔은 여의도에 닿지 못하고 있다. 언론이 도와주시라. 신문과 포털을 뒤덮는 비판 기사는 기실 아프지도 않다. 저희를 진짜 아프게 때려주시라. 언론의 특권은 질문하는 데 있고, 정치의 책임은 그 질문을 피하지 않는 것에 있다. 국민께서 특권과 책임을 부여해주신 것이다. 언론인답게 묻고, 정치인답게 답하자. 우리의 진짜 책임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계기로 만들자.
■ 박홍배 최고위원
“억울합니다.” 지난 20일 새벽 스스로 세상을 등진 로젠택배 노동자 김 씨의 유서 첫 문장이다. 1년 전 택배 일을 위해 차량을 구입하고 권리금, 보증금으로 800만 원을 냈던 고인은 생활고로 택배 일을 그만두려 했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택배노동자가 계약만료일 이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다는 계약 조항 때문이었다. 개인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계약서 내용도 있었다. 로젠택배 노동자 김 씨의 사인은 산재이며 사회적 타살이다.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 조치를 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인의 유서 마지막 문장이다. 권리금, 보증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그만두지도 못하게 하는 불공정한 계약 내용도 바꿔야 한다. 사업장 안전보건조치 점검도 필요하지만, 근로 감독을 통해 장시간 노동 여부를 조사하고, 부당계약을 시정하는 일도 시급하다.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당부 드린다. 우리 당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관련 법 제·개정에 속도를 내겠다.
21일 새벽에는 CJ대한통운의 운송노동자 한 분이 또 돌아가셨다. 이번에도 과로사였다. 이로써 올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13명으로 늘어났다. 그중 6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었다. CJ대한통운은 어제 오후, 최근에 발생한 택배노동자 사망에 대해 사과하고 택배노동자들의 작업시간과 강도를 낮추기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많이 늦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1위 업체의 대책이 마련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부족한 대책의 보완을 촉구한다. 그리고 약속한 사항들의 철저한 이행을 기대한다. 롯데, 한진, 로젠 등 후발업체들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대책을 마련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
정부와 국회, 기업, 노동자 모두가 함께 노력해 우리의 소중한 이웃, 택배노동자를 지켜내야한다. 돌아가신 이들의 명복을 빈다.
■ 박성민 최고위원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했던 사실상 텔레그램 성범죄 중심에 자리했던 조주빈의 무기징역이 구형되었다.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피해를 고려할 때, 이는 적절한 구형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끝까지 지켜보겠다. 사법부가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모든 공범들에 대한 사법부의 엄정한 판결을 기대한다.
대표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저 역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11시 반 이곳에서는 경북대 화학실험실 폭발사고 사고 당사자 간담회가 있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께서 전해주시는 피해 학생의 상황을 들으며 얼마나 깊은 고통 속에 있을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려웠다. 사실 어제 먹먹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왜 그렇게 가슴 아픈 사고가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렸다. 피해 학생들은 그 어떤 잘못도 실수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을 뿐이다. 사고가 일어났던 그날도 피해 학생들은 보통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 정치가 존재했던 사각지대를 지나쳐 온 것이다. 사고는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문제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좁은 공간에서 기자재 때문에 이동하기조차 어려운 그곳에서 실험을 하고 연구를 했던 학생들은 그 위험한 환경을 당연한 환경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연구원 학생들이 산재보험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현실도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니 사고가 터지자 철저한 보상과 보호는커녕 대학 측은 안일하게 이 사고를 넘기려 했다. 지금도 여전히 위험한 실험실에서 혹은 누군가의 조교로, 연구실 인턴으로 자리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그리고 아무도 보호해 주려 하지 않는 사각지대 놓여 있는 이들이다.
우리 정치가 이들이 마주하는 사고를 단순한 사고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놓쳐온 사각지대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들의 삶이 더 이상 사각지대라는 이름으로 지워져서도 안 될 것이며 어쩌다 일어난 불운한 사고라는 이름으로 법과 제도의 미비를, 그 책임을 피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가 놓쳤던 부분들을 더욱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도록 우리 더불어민주당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저 역시도 최선을 다하겠다.
2020년 10월 23일
더불어민주당 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