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제173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924
  • 게시일 : 2015-12-11 11:47:31

제173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 일시: 2015년 12월 11일 오전 9시
□ 장소: 국회 당대표 회의실

■ 문재인 대표

정부가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우리사회의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의 건강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저출산 대책으로 노동개혁을 꼽았다. 진단도, 대책도 모두 틀렸다. 저출산의 원인은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예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평생 비정규직, 쉬운 해고, 나쁜 일자리로 청년들이 결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없다. 고용절벽 앞에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을 더 극한으로 내몰아 저출산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고 대통령이 직접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챙겼다. 정부 부처 간 의견 차이를 대통령이 직접 조정해 집행하였다. 새누리당 정권 8년 동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유령위원회로 전락했다.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8년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격하되었고, 박근혜 정부 들어 대면회의는 집권 3년차인 올해가 처음이다. 사실상 현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를 노동개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진정 저출산 문제의 관심이 있다면 보육국가 완전책임제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보육대란을 일으키면서 저출산 대책이라니 어이가 없다.

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개악이 아니라 포용적 노동정책으로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임금수준을 높여 주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 여성의 경제참여, 주거대책 등 청년종합 대책을 내놓아야만 비로소 연애, 결혼, 출산의 3포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 정청래 최고위원

어제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출두하면서 그의 외침이 기억에 남는다. “저는 해고노동자입니다.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다”고 절규했다. 정치가 무엇인가. 돈 없고 빽없어서 서러운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여야 하지 않겠나. 이런 절규를 박근혜 대통령도 귀담아 들으시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밀어붙이는 소위 노동 5법은 이것은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집단 민원을 관철시키기 위한 대리입법일 뿐이다. 이 법안들은 노동시간 연장, 통상임금범위의 축소, 계약직을 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박탈하고자 한 것이다. 고령노동자, 전문직, 뿌리산업 파견을 허용하겠다는, 실업급여제도 개악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 재앙법이다. 이것을 밀어붙이기 한다면 이는 마치 박정희 유신 독재 정권이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을 짓밟아 스스로 자멸했던 것 같은 전처를 밟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더 네이션지 팀 샤록 기자가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서 오마이뉴스와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서 밝혔다. 팀 샤록 기자는 '내가 정보를 취합해본 결과 뉴욕영사관 사람은 서울의 상부 명령을 받고 더네이션의 편집자들을 접촉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 영사관 직원은 내 기고문이 한국어 번역본으로 인터넷에 올라와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많은 댓글이 올라온 후에야 더네이션과 접촉했다'고 밝히고 있다.

팀 샤록 기자는 또 이렇게 밝히고 있다. ‘미국 저널리스트 한 사람이 한국에 대한 비호감을 보이자 남한 정부가 흥분했다는 것이었다. 내 편집자들에 전화를 걸어 내 기사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더네이션과 내가 박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 기사를 쓰도록 하려는 일종의 겁박이었다. 나는 화가 났다’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 뉴욕총영사관의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한 조사가 필요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절망하는 청년에게 희망을 주기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회적 논의기구 제안에 즉각 응답해야 할 것이다. 어제 박원순 시장이 청년구직지원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구직수당을 통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해보려던 서울시에게 온갖 원색적인 비난으로 반대하던 정부와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이해득실이 아닌 오직 시름하는 청년들을 위해 즉각 제안을 수락하시기 바란다.

■ 유승희 최고위원

OECD가 최근 대한민국의 대기업 위주 수출 정책과 이에 따른 낙수효과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한국기업의 생산성은 상위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고, 경제성장률은 수년째 감소하고 있으며, 소득 불평등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인으로는 가계부채의 급증, 서비스산업에 낮은 생산성, 중소기업의 부진을 꼽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극도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IMF는 상위 20% 소득 증가보다 하위 20% 소득 증가가 연평균 성장률 상승에 훨씬 더 기여한다는 결과를 발표 했었다. 대기업은 10년 전에 비해 166%가 늘어난 5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더 힘들고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현실을 보여야 한다.

KDI가 올해 경쟁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하향조정했다. 특히 가계부채에 대해서 크게 우려했는데 60대 이상 고려층의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인 161%로 매우 심각한 상태로 분석했다. 공단이나 기관, 심지어는 OECD, IMF 같은 국제기구역시 정부의 경제기조 전환을 충고하고 있는데 박근혜 경제정책은 무대책,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엉뚱하게 국회탓만 하고 있으니 더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를 살린다면서 자꾸 기업과 부자들의 경제만 살리고 있는데 이것은 박 정희 대통령 시대의 논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계에 다다른 낙수효과, 대기업 특혜주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법인세를 25%로 원상복구하고 초고소득자들에게 소득세율 구간을 신설해서 조세정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저소득층 복지와 서민경제를 위해서 투자해야한다. OECD 충고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국민과 당원 그리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분들이 60년 전통 야당이 무너지는 현실에 대해서 비탄하고 통탄하고 있다. 이유 불문하고 통합만이 정답이고 해답이다. 저는 주말을 고비로 해서 당이 분열되고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태연하게 앉아서 최고위원 자리를 이렇게 지킬 것이냐고 하는 이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과 혁신을 위한 전당대회를 제안하고 이를 위해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살신성인 결단을 촉구 드린다.

수도권 의원 중재안이라는 문안비대위가 문안박과 다를 게 뭐가 있나. 문안에게 당권을 나눠준다고 나아지는가. 계속 싸우거나 나눠먹기를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전당대회에서 당원과 국민의 지지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을 문안이 지명하는 비대위원으로 교체하는 것이 총선대책인가. 답은 문안을 넘어서서 천정배, 정동영 나아가서 손학규 까지 포함하고, 가능하다면 정의당까지 포함하는 통합과 혁신을 위한 전당대회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재인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소위 문안 비대위안의 치명적 약점은 그러면 비대위원은 누가 선출할 것인지가 빠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성이 결여돼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병호 의원이 문대표가 단 1초라도 대표직을 사퇴하면 문안비대위원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비쳤지만, 단 1초라도 사퇴를 하게 되면 당헌에 따라 수석최고위원 또는 차점자 순으로 대응을 하게 되어있다.

그동안 당 운영에서 최고위원 2월 8일 전당대회 끝나자마자 그 직후부터 당헌당규를 존중하지 않아서 위기가 온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런데 수습책을 낸다면서 여전히 당헌을 무시하는 것은 올바른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통합전당대회를 추진하되 우리 당의 절차를 따라서 해야 한다.

통합전당대회를 성사시키려면 문재인 대표의 희생과 지도력 발휘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표께서 앞장서서 최고위, 당무위에서 통합전당대회 추진을 결의할 것을 제안 드린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께서는 통합의지를 확실히 보이기 위해서 통합전당대회의 대표직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대표직을 물러나고, 당헌에 따른 당대표 대행과 최고위원회 통합전당대회 준비위가 통합과 혁신을 위한 전당대회를 책임지고 성사시키도록 해야 한다.

최고위원회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통합전대가 이뤄지면 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도 새로 선출해야한다. 당헌을 무시하고 비대위를 구성해서 총선을 치루는 것이 아니라, 당헌 절차에 따라서 통합전당대회를 해서 새로 선출된 통합정당의 지도부가 총선을 치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당직을 사퇴한 분들은 통합전당대회 추진을 위한 최고위 결의 즉시 다 복귀해서 통합전대 준비에 함께 해야는 점도 아울러 말씀드린다.

■ 추미애 최고위원

한국말을 하면서 통번역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백가쟁명식 당 수습 방안을 얘기하는 것보다 그런 의견이 있다면 따로 조용히 서로 논의를 해서 수습해 나갈 책임이 우리 모두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 목소리를 내서 파편조각처럼 내뱉는 말이 마이크로는 멋지게 들릴 수는 있어도 문제해결에는 하나도 도움 되지 않았고 그것이 지난 전당대회 이후에 8개월간 지속되어온 현상 아닌가.

우리 각자가 목소리 내는 내정치가 중요 한 것이 아니고 이 당 어떻게 위기에서 빠져나와 국민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이지 누구의 탓이고 누구의 책임이 더 크고 어떤 집단의 문제이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어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하시는 말씀이 저는 무슨 말씀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대통령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신 채로 그런 주문만 되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정규직 평균임금이 135만원이다. 비정규직 2년도 힘든 세상에 4년을 연장하면서 아무 희망도 없는데 135만원으로 어떻게 애를 낳고 키울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비정규직 공화국으로 만들려하는 비정규직 개악법 파견법 이런 것들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압박해대는 대통령을 보면서 저 출산 대책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시고 그런 말씀을 하셨으면 한다.

더군다나 보육은 나라 책임이다. 걱정 말고 애 낳기만 해라. 국민께 약속하고 큰소리 쳐온 대통령이다. 그런데 내년도 누리과정예산을 단 한 푼도 부담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우리당이 끝까지 주장해서 겨우 3천억 원을 책정했으나 그 예산도 우회 지원을 하는 형편이다. 누리과정 전체 예산 2조1천억 중 나머지 8천억에 대해서는 모르는 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을 가진 학부모님께서 내년에도 보육대란이 닥칠까봐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인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대통령이 하실 일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대통령관심 법안을 통과하기 위해서 긴급경제명령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른바 ‘기활법’ 기업활력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명 원샷법이라고 하는데 만약 이것이 직권상정 되거나 단독처리 된다면 그 후폭풍은 국제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처할 것이다.

이미 우리가 체결한 FTA, FTA 체결 조항에는 우리가 시장경제를 존중하고 또 시장경제의 예외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 특별법을 만들어서 시장주의에 근간한 상법을 완전히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아마도 FTA조항에 따라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 이미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로부터 강력한 ISD 소송이 걸릴 우려마저 있다.

또 특히 국민연기금 등이 주주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주총을 열지 않고 이사회를 통해서만 쪼개기 분할, 매각 또는 합병을 한다는 상법에 어긋나는 특례 조항들은 우리 주주와 국민의 이익, 다수국민의 이익, 소주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 뻔한 것이다. 주식투자자와 이른바 채권자의 이해관계를 해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아무런 토론도 없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긴급경제명령이라는 초강수 까지 둘 수 있는 문제인 것인지 초헌법적 발상을 하는 청와대 참모들은 누구인 것인지 그런 주문만 되뇌는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인지 참으로 국정이 우려스럽다. 국정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 야당도 분란을 수습하고 야당다운 위상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 이용득 최고위원

제가 당내 문제를 얘기하면 아마 기사가 크게 다뤄질 것이다. 그러나 노동, 출산 이런 사회문제를 얘기하면 기사가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그동안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 얘기를 했지만 변화되는 것은 전혀 없고 계속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 상황이어서 긴 얘기는 안하겠다.

우리가 결혼을 안 해봤고, 출산을 안 해봤고, 애를 안 키워봤고, 또 이력서 한번 안 써봤고, 자신이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가정을 한번 꾸려보지 못한 그런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교육받고 양육된 사람이라면 그리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들, 일반국민들, 청년들이 돈을 벌어서 결혼하고 출산을 하고 이런 인간사회의 성장과정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어찌된 것인지 출산이나 제대로 알고 하시는 말씀인 것인지 보육에서 누리과정 예산은 안 된다고 하면서 신혼부부에게는 10만 채가 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고 도대체 앞뒤가 안 맞는 얘기이다. 출산을 시키기 위해서 노동개혁을 한다고 하니까 속된 표현으로 동물이 웃을 얘기이다. 아무리 모른다고 하고 경험을 안 해봤다 해도 가슴이 따듯하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밑에서 적어 주는 것을 매일 되뇌고 자기감정 섞어서 남의 탓이나 돌리고 야단이나 치다 보니까 자기가 어제 무슨 얘기 했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공약하나 이행되는 것이 없고 말 바꾸기 수시로 바꾸어 대고 10년 전에 했던 얘기 5년 전에 했던 얘기 다 다르게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이렇다고 하더라도 우리사회가 점점 더 발전 돼가야 하는데 거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사람의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한국사회가 얼마나 많이 국가적 손실을 가져오는가 하는 점을 요즘 절실히 깨닫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이 적용되는 법이 집시법, 도로교통법, 해산명령불이행 이런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흉악한 강도 살인 이런 것 보다 더 무려 7천명이나 되는 경찰병력을 동원해서 낚아채고 사회적 저해 인물로 도배질을 하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하는 것을 보면 우리사회가 정말 아직 멀었다하는 이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아무리 결혼 안 해보고, 노동 안 해보고, 이력서 한번 안 써본 대통령이지만, 밑에서 써준 글만 읽어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가슴이 있는 그들을 이해할 줄 아는 그런 착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우리사회가 이제는 정말 민주주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 가슴이 따뜻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선 명제로 대두되어야 한다는 말씀드린다.

■ 전병헌 최고위원

하루하루가 곤욕이다. 최고위원직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폭력적인 방식이 아니라 질서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당을 우선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이 자리에 지금도 있다.

민주 60년의 법통은 와해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질서 있게 이양되어야 하는 것이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선출된 민주적 정통성을 인위적으로 와해시키려고 하는 것은 대의와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질서 있게 이양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민주 60년의 전통이다.

어제는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15주년 기념식이 있었으나 저는 요사이 김대중 대통령께서 꿈에 자주 나타나신다. 저기 계신 우리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씀하셨다. 누구나 알고 있는 공개된 사실이다. DJ와 노무현은 한 뿌리이고 한 몸이다. 그리고 동지였다.

그런데 남아있는 사람들이 고인이 된 두 분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 순전히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 누가 모라해도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과 정통성은 민주60년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계승과 극복도 우리들의 몫이고 책임이다.

요즘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 눈을 뜨면 지난 2012년 대선패배 이후에 느꼈던 느낌으로 눈을 뜨고 있다. 어제도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 한 장의 편지 썼다.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만날 길이 없어 한 장의 편지를 써서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철수 대표님께. 우리에게 분열이라는 악마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안의 진짜 악마는 불신이 아닐까 싶다. 끊임없는 중상모략과 음모론이 당 안을 휘젓고 있다. 불신이라는 악마야 말로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이다. 아무리 좋은 지도자라도 당 내 불신을 좌시한다면 어느새 퍼진 음해와 중상모략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동료를 험담하고 지도부를 끌어내리기 위해 스스로 무능야당으로 낙인찍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동료와 선후배들을 막말로 상처주기 일수였다.

집단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연판장 정치에 당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은 뒤틀려버렸고 최소한의 동지애도 공동체적 유대감도 사라져 버렸다. 30년간 당과 국회에 몸담은 저로서도 이런 국회는 처음 본다. 낡은 정치는 바로 우리 안에 있는 불신과 시기 질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새정치의 깃발을 들고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전 대표께서도 이런 환경에서 숱한 모욕과 자괴감에 마주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짐작이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양보, 문재인 대선후보에 대한 양보, 안 대표께서 말 그대로 당의 통합과 승리를 위한 한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새정치 민주연합의 창당주역으로서 지방선거와 내년의 총선, 대선을 앞둔 60년 정당의 분명한 활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다. 당이 분열과 대립에 백척간두에 선 이 시점에 야당은 언제나 통합해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 지금 이 순간 너무나 절절하게 울려온다.

안철수 대표님.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앙금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안 대표님. 정치적 거목은 라이벌이 있어야 함께 더 크게 자랄 수 있다. DJ와 YS도 마찬가지였다. 두 분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큰 나무로 성장시킨 것은 바로 두 분의 협력과 경쟁이었다. 중요한 것은 협력할 때와 경쟁할 때를 통찰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정치력 또는 경륜이라고 한다.

DJ와 YS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위하고 국민적 열광을 받았던 시절은 양김선생이 민추협 공동의장을 맡았을 때였음을 우리 모두는 기억한다. 두 분이 협력한 힘은 그 막강했던 전두환 군사독재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위력을 발휘하였다.

한편 두 분이 모두 회고를 통해 두고두고 후회한 것은 87년 대선 당시의 분열이었다. 훗날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나라도 양보했어야 했다고 통탄하셨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켜보는 많은 당원들과 지지국민들께서는 87년 분열의 악몽이 되풀이되질 않기를 바라고 있다.

‘안철수-문재인, 문재인-안철수’ 두 분은 모두 국민적 열망을 앉고 지금 그 자리에 서 계시다. 지금은 두 분이 협력해야 할 때이다. 호남에서 수도권에서 그리고 충청에서 영남에서 강원과 제주에서 우리 당원들의 목소리는 두 분이 손을 잡아 총선 승리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어 주실 것을 너무나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안 대표께서 주창하시는 공정 경제의 목적은 공생입니다. 같이 살자는 것이다. 공생은 경제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똑같은 가치이다. 하물며 같은 당 한 울타리안의 식구이자 동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안철수 대표님 부디 당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어주시길 바란다. 문재인 대표가 내미는 손을 맞잡아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표께서도 보다 진정어린 가슴으로 안 대표께 다시 한 번 진심의 손을 내미시길 요청 드린다. 박근혜 정권의 독선을 견제하고 대안세력으로서 신뢰를 갈망하는 국민과 당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주실 것을 간곡하게 호소 드린다.

2015년 12월 11일
새정치민주연합 공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