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원내대표 기자간담회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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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일 시: 2006년 12월 28일 11:00
▷장 소: 국회 원내대표실


◈김한길 원내대표
기자 여러분, 지난 며칠 동안 여러가지로 어려웠을 것이다. 잘 도와주셔서 2006년 국회가 나름대로의 성과를 수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님들 모두 수고 많으셨고, 특히 우리당 의원님들 고생 많으셨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그동안 저하고 거의 매일 만나 여러가지를 협의하는 가운데 많은 애를 쓰셨다는 말씀도 드린다.


조금전 원내행정실 얘기를 들으니, 2006년도에 법안처리가 454건, 동의안과 결의안 처리가 154건, 총 608건의 의안을 처리했는데, 아마도 국회가 생긴 이래로 한해 동안 처리한 의안으로는 최다인 것 같다. 물론 양적인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으나, 질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하고 시급한 법안을 처리해냈기 때문에, 질적 성과 면에서도 양적인 성과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에 제가 먼저 말씀드리고, 함께 말씀 나누겠다.
원내대표가 된 이후 가장 앞세웠던 원칙은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원내대표가 된 직후에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의 산상회담을 통해 파행에 처해있던 국회를 정상화로 돌려놓은 것도 그러한 원칙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을 드리겠다. 지난 1년동안 수많은 원내대표 회담을 했다. 12번 여야 합의사항을 발표했다고 하니, 그간 많은 난관들에 봉착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많은 정치적 협의와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점을 찾아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원칙을 지키면서도 어느정도 할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거둔 올 국회로 자평한다.


두번째로는 제가 원내대표 경선 당시 여러 번 강조해서 말씀드린 대로 '정책과 정치를 당이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한 일년이라고 생각한다. 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크게는 원칙을 지켜냈다고 생각한다. 당과 청와대의 관계도 긴장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당정간에 이견이 있는 경우에도 당의 원칙을 지켜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대체로 당으로서는 당의 원칙을 견지해 나간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원내대표가 되고 나서 얼마 안 있어 5,31 지방선거 패배가 있었고, 그 이후 비대위 체제로 당이 운영되어 왔다. 그렇게 당이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나마 원내활동에 있어서 만큼은 구심력을 유지하면서 의정 성과를 거뒀다는 것을 대단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원내에서나마 우리당이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우리가 해야 할 바를 해나갔다는 점에서, 돌아보면 수많은 난관이 있었으나 우리당 의원님들의 협조로 무난히 잘 극복해 왔다고 생각한다. 후반기 원구성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원내 구심력이 상처받을 수 있는 일이었으나, 우리당 의원님들이 개개인의 불만을 잘 절제해서 협조해 주신 결과, 무난하게 원구성이 됐고, 국회의장, 부의장 선출, 상임위원장의 배치 등 쉽지 않은 일들이 무난히 넘어갔다.


당 진로에 대해 지난 몇 달간 수많은 당내 의견들이 있었고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원내 활동에 있어서만은 끝까지 단일대오를 유지해서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준 우리당 의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


여러가지 법안처리에 있어서 질적인 면에서도 성과가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대통령과 정부가 이것만은 꼭 필요하다 하고, 필수법안이라는 것을 당에 주셨는데, 개혁법안 중 국방개혁기본법, 국가재정법,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 지방교육자치법, 사법개혁관련법 등등 주요한 대표적 개혁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냈다. 민생법안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 보호 3법, 노사관계선진화 관련 3법, 사회적기업육성법, 혁신도시지원특별법 등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냈다. 2년여 끌어온 금산법도 어렵사리 잘 처리했다.


몇몇 주요 법안 중 아쉬운 것도 있다. 로스쿨법은 사법개혁 관련법 중 대표적인 것인데 이번에 처리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12월 국회에서 교육부총리가 교육위 상임위에 출석, "로스쿨법 처리가 급하지 않다, 내년 2월이나 4월에 처리해도 괜찮다"고 공식답변한 것을 대단히 아쉽게 생각한다. 외무공무원법의 경우도 어렵사리 의총을 통해 당론화했으나, 외무부의 고위관료가 거꾸로 "급할 것 없다, 내년에 처리해도 되는 법"이라는 발언으로 동력을 떨어뜨린 점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정부조직법, 조직을 손댈 때는 아무래도 이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정부안으로 국회에 넘어온 법안에 대해 관련부처 공무원들이 다른 소리를 내고, 다르게 작용하는 것,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아까 제가 원칙을 지키면서 그래도 어지간히 할 일을 해낸 것이 다행스럽다고 말씀드렸다. 당정관계에서 정책과 정치를 당이 주도하겠다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천명한 바를 지난 1년간 크게 어긋나지 않게 지켜 온 것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사학법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겠다. 사학법 때문에 1년 내내 한나라당과의 관계가 어려웠다. 4월 말에, 대통령께서 양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청와대에 불러서 "사학법을 양보하고라도 다른 주요 법안들의 처리가 더 중요하니 그것들을 국회에서 처리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물론 대통령께서도 한나라당 주장이 옳지 않다는 전제로 하신 말씀이다. 당시 대통령이 가장 급하다고 했던 부동산 관련 법들을 통과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고 한나라당의 주장이 옳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학법을 양보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우리당의 많은 의원들이 의총에서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을 밝혀 주신 것처럼 우리당은 사학법을 지켜내면서도 대통령이 말씀했던 부동산 관련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정기국회, 또 정기국회에 이어진 임시국회 과정에서도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는 집요했고, 일부 종교계의 목사님들이 삭발까지 하는 등 강한 압박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여전히 국민의 과반이 넘는 분들이 '사학법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응답한 결과를 보면서 사학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원칙을 지켜내면서 그나마 꼭 해내야 할 일들은 해냈다는 점에서 우리당 의원들 모두에게 공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의응답
-정기국회 이후 거취 문제에 밝히실 것이라고 하셨는데...
=제 거취가 관심사가 되겠어요. 저는 머지않아 물러나게 되죠.
-이후에는 어떻게 하실 것인지
=아시는대로 어제까지는 다른 겨를이 없이 국회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고 앞으로 당이나 시대적 요구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겠다.


-당의장 얘기가 나오던데,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그 부분은 제가 지난 번에 몇몇 분들이 물어 답변했는데, 제가 우리당 당의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그런 준비도 전혀 없다. 어제 우리가 워크숍을 거쳤고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 말씀이 많이 나왔는데, 새 세력의 대통합 등 필요한 요구에 기여하는 역할이 있다면 제가 마다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에 깊이 관여했던 사람들을 우리라고 말한다면, 우리의 갈 길은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책임지고 정치를 그만두던가, 아니면 잘해 볼 수 있는 길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이다. 어정쩡한 선택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는 경제와 안보, 국정에 전념하라고 처음 발언한 분이 대표인데, 최근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생각은?
=몇달 전에 그렇게 몇 번 말씀드렸다. 제 입장은 같다. 대통령께서 경제나 안보 등 국정에 전념하시는 것이 '당에도 좋고, 대통령께도 좋고, 나라에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물론 농담으로 하시는 말씀인데,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말하니까 더 그렇게 안되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있다. 농담일 것이다.


아무래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계신 분이라면 당연히 제가 말씀드린 부분까지 고려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계시지 않을까 기대한다.


추가로 말씀드리면, 물론 이번 국회까지를 포함해서 여러가지 당정, 당청 관계에 긴장이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해도 저는 우리가 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는 입장을 기회있을 때마다 우리당 의원님들께 강조했다. 제가 몇몇 법을 다 마무리 짓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말씀드렸지만 정부가 꼭 필요하다,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법은 다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을 당당히 드릴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정부의 일부 관료들이 당이 최선을 다하는데 거꾸로 작용하는 상황은 대단히 저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제가 처음에 대통령께 국정에 전념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릴 때도 이어서 말씀드렸지만,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시면 당은 당정 정책협력을 통해, 또 법안 등의 처리를 통해 최대한 뒷받침 해드릴 생각을 갖고 있었고, 지난 국회에서도 정부여당이 정책적 측면에서 최대한 보조를 맞추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변함이 없었다. 또한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말씀드린다.


-당정청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4자회동이 있었는데, 이 회동이 계속될지, 폐기되는지...
=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당의 두분이 가졌던 4자회동이 최근 얼마동안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으나 폐기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저도 한 사람이고 당사자인데 이것을 하지 말자고 얘기한 적은 없다. 다만 지난 번에 4자회동을 통해 긴장이 표출되기도 했었는데, 이후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필요하다면 계속 소통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나  그것이 당을 위해서나, 정부를 위해서라는 차원이 아니라 국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반드시 계속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는데, 정운찬 총장도 만나는 등 활동이 있었고, 외부 시민사회세력과 접촉할 의사를 갖고 있는지...
=차츰 생각해보겠다. 지난 몇 달동안은 소위 당 진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거나 역할을 한 것이 없고 국회에만 집중하기에도 역량이 부족했다. 앞으로 다시 생각해 보겠다.


-어제 워크숍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오늘 아침에도 김근태 당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회동도 있었는데...
=전,현직 당의장께서 당의 진로와 관련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 것은 책임있는 분들로서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정기국회 초반기에 의원님들께 강조했는데, 우리 앞에는 당 걱정과 나라 걱정이 있는데 정기국회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나라걱정에만 전념하자고 했다. 여전히 이런 저런 말씀이 계속됐지만 공식적 당 차원의 논의는 뒤에 한 것이 사실이고 12월 국회가 끝날 때까지 우리당 의원들께서 나라 일, 국회 일에 전념해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아마 정동영, 김근태  전,현직 당의장께서 그런 입장을 밝히신 것도 정기국회가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입장을 표명해도 되지 않았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두분이 만나셔서 합의한 것중 큰 것이 원칙있는 통합신당이다. 원내대표가 생각하는 통합신당의 원칙은 무언인가?
=차츰 얘기하겠다. 오늘은 국회 마무리 하고 갖는 시간으로 이해해 달라. 당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과 다른 별도의 생각을 지금 갖고 있지는 않다.


-부동산 외에 크게 잘못한 것 없다는 대통령 말씀도 있었는데, 대표 임기동안 잘 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제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전효숙 후보자를 헌법재판소장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절차상으로도 국회에서 절차가 진행되지 못할 만큼의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후보자 개인으로 봐도 충분한 자격을 갖춘 분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설명해봐야 마찬가지 얘기가 될 것 같은데, 대통령께서도 그 부분에 대해 굴복이라는 표현까지 쓰시며 심정의 일단을 표현하셨는데, 그야말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치현실이 안겨주는 좌절감이랄까... 당연히 되어야 할 일이고, 옳은 일인데, 그걸 해낼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을 때의 심정, 그리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늠해 봤을 때 느끼는 한계, 이런 것들 때문에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는 말씀을 드리고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전효숙 후보자께 위로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한나라당과 협상하면서 어려운 싸움을 한 것 같은데 파트너로서 진심어린 조언을 할 부분이 있다면...
=이재오 원내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 두 원내대표를 상대로 했는데, 그분들도 각자의, 각당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다 장점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적인 문제를 풀어간다는 것에 한계가 있다. 타협하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것의 한계도 있고, 서로가 다 정치적인 문제를 갖고 원탁 테이블에 앉을 때 대단히 막막한 절벽 앞에 선 것 같은 심정으로 만난다. 김형오 대표께서 한나라당의 다른 의원들께 김한길 원내대표와 마주 앉아 있으면 돌벽 앞에 앉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로가 다 그렇다. 그렇게 마주 앉아서도 돌아보면 많은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것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사안으로 접점을 찾지 못해 헤어졌다 다음날 만나면 얼굴만 봐도 서로 안다. 상대편 원내대표 입술이 터진 것도 보이고 잠을 못자서  까칠한 피부도 보인다.


-대통령 탈당에 대한 입장은...
=그것은 대통령께서 스스로 판단하실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적을 갖고 있는 것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는가, 안되는가 그런 것 아닌가.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대통령이 당적을 보유하고 계신 것이 원칙이라고 본다. 다만 임기 말에 보면 정치적 중립성 등등의 고려가 더 중요하게 되는 때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판단은 대통령께서 하셔야 하지 않겠나. 당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겠다하는 판단도 대통령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일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그런 답변을 드렸다. 대통령께서 탈당과 관련한 언급을 한번 하신 이후에 며칠동안 마치 대통령이 곧 탈당하시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때 어느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곧 탈당하게 되면 우리당이 야당이 되는데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받은 바 있는데, 그때 제가 답변하기를 대통령이 당적을 정리한다 해도 우리당은 여당으로서 할 바를 제대로 해 내는데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왜냐면 나라에는 정치가 있어야 하고 정치에는 여당이 있어야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6년 12월 28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