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끌어온 사법개혁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한나라당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법학전문대학원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법개혁 좌초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양당 합의안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한나라당의 막가파식 민생외면정치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눌 길이 없다.

법학전문대학원 법안은 법조 삼륜은 물론 시민단체와 학계, 경제계, 여성계, 언론계 등 각계를 망라한 인사가 참여한 위원회가 100여 차례의 토론회와 공청회, 90여 차례의 자체 회의를 거친 끝에 내놓은 법안으로서 법조인력양성에 관한 ‘사회적 대타협’에 다름 아니다.

이 법안은 작년 10월 국회 교육위에 상정된 뒤, 법안 일부가 수정․합의되어 최종 의결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그런 합의안을 한나라당이 사학법재개정에 연계하여 그 의결을 무산시키더니 이번에는 법안 통과를 무기한 미루는 폭거를 자행했다. 사법개혁에 대한 온 국민의 염원을 짓밟은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법조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특히 변호사 출신 일부 의원들은 로스쿨 법안 저지를 위해 상임위를 옮겼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노골적인 반대 행각을 보이고 있다. 이런저런 구차한 이유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법조직역의 ‘금밥통’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다. 공인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그들 탓에 사법개혁을 향한 지난 10년 동안의 국민적 노력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다.

법학전문대학원 법안은 사법제도와 법학교육의 개혁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법개혁의 핵심 법안일 뿐만아니라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민생법안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중차대한 개혁․민생법안을 볼모로 정치적 이해를 관철하는 파렴치한 작태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로스쿨 반대하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비뚤어진 신념도 고쳐야 한다.

한나라당이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에 조건없이 동참할 것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권고한다. 우리는 법학전문대학원 법안이 올해 안에 반드시 처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 시간 이후 법학전문대학원 법안의 미처리로 인한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2006. 11. 24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일동
유기홍 김교흥 김영춘 민병두 안민석 이경숙 이은영 최재성 정봉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