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얼문화재단 김한길 원내대표 특강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217
  • 게시일 : 2003-11-11 00:00:00

▷일시: 2006년 3월 29일 7:00
▷장소: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


대단히 반갑다. 이것이 인천의 힘이고 인천의 저력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20년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이렇게 아침 대화 모임을 해오셨다는 말씀을 듣고 놀랐다. 지용택 이사장 및 회원 여러분, 저를 불러서 특강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거창한 얘기보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드리는 것이 좋겠다.
이해찬 총리가 물러난 이후 새 총리 지명자로 한명숙 의원이 등장했다. 드디어 여성시대가 오는가, 여성총리가 대한민국에도 가능한가 하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이제 여성들이 할만한 때가 왔다고 많은 분들이 보시는 것 같다. 신임총리를 지명하시기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 5명을 청와대에 초청하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야당 원내대표들이 다음 총리는 이런 사람이 좋겠다는 이런 저런 말씀을 드렸는데 공통된 얘기가 대체로 이번에는 안 무서운 사람 시켜달라고 말하더라. 그런데 안 무서울뿐만 아니라 참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어머니 같은 분이 국무총리를 맡는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여성지도자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고 거기에 한명 더 여성 지도자가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두명의 여성지도자가 우뚝 서서 우리 정치의 중요한 몫을 담당할 것 같다. 두분의 여성지도자는 다른 것도 많다. 한분은 절대권력자의 딸로서 그 후광을 얻고 자기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한 분이시고 새로 등장한 한 분은 그 절대권력에 대항해서 핍박과 고통을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오신 분이다. 두분 다 대한민국의 여성 지도자로서 우리 딸들에게 특히 큰 희망을 줄 수 있는 분이라고 기대하고 그런 역할을 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


최근 우리 딸들에게 가장 크게 절망감을 안겨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 이런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두 분 여성지도자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 세계의 여성지도자분이 여러분 계시다. 그런데 대체로 여성 혼자 우뚝 서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나 남편의 후광 덕분에 여성지도자가 된 분이 많다. 그런 면에서 한명숙 총리 후보는 색다른 면을 갖고 있다. 가령 영국의 대처 수상이나 독일의 메르켈 수상의 경우는 남편이나 아버지 덕을 보지 않고 홀로 우뚝 선 분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남성적인 리더쉽을 갖고 성공한 여성지도자이다. 그런데 한명숙 총리 후보는 남성적 리더쉽이 아니라 그야말로 여성적 리더쉽을 갖고 여기까지 오신 분이고 이런 분이 총리로 국회에서 인준을 받게 되면 세계에서도 매우 독특한 어머니의 리더쉽을 갖고 국정을 다루게 되는 경험을 맞게 될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아마도 대한민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사시사철 그렇기는 하지만 최근 한두달 동안 연속적으로 여러 사건이 있었다. 한명숙 신임 총리 후보가 등장한 것은 이해찬 총리가 3.1절에 골프를 쳤다고 해서 파문으로 번지고 사퇴로 까지 이어진 결과이다. 저는 이해찬 총리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분 만큼 일을 야무지게 똑 부러지게 해 내는 분이 달리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여론이 요구하는 도덕적 잣대는 대단히 엄격했다. 3.1절에, 파업이 시작된 때에 부산까지 가서 골프를 치고 골프 비용 그린피 3만8천원을 남이 대주고, 골프치는데 40만원을 선금으로 해서 내기골프를 쳤다는 것이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던 것 같고 그것이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해서 끝내는 사퇴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저는 또 다른 생각을 한다. 그것 때문에 한 국가의 국무총리가 사퇴할 정도가 된다면 지금 서울 시장은 지난 2-3년동안 매주 주말마다 파업이 있을 때나 물난리가 났을 때나 빠짐없이 공공 체육시설을 독점해서 테니스를 치고 테니스를 친 비용 2천여만원을 다른 사람이 내줬다고 할때 그 경중을 우리가 어떻게 가려야겠는가. 저는 우리 국민이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라고 본다. 이해찬 총리를 공격할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는데 그것을 공격하던 분들 스스로 그 잣대를 들이댈때 과연 얼굴 내밀고 살수 있을 만한 자격이 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하는 사람이라 최근 정치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보니 이런 얘기가 나온다. 답답한 것이 있어서 그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세가 난무하다. 서로 그렇다고 해도 할말이 없기는 하다. 교도소의 여성 재소자에게 교도관이 성추행을 했다고 해서 법무부 장관에게 사퇴하라고 야당이 요구하고 있다. 말단 교도관은 즉각 구속되어 지금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말단 교도관이 성추행 한 것으로 맨 꼭대기에 있는 법무부 장관이 사퇴해야 하는 것이 맞다면 그 논리를 그대로 들이댄다면 한나라당의 대표가 주최하고 마련한 술자리에서 한나라당의 현직 사무총장이 성추행을 저질렀을 때에는 누가 책임지고 사퇴를 해야 하는가. 말단 교도관이 성추행을 했다고 장관에게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성추행을 직접 행한 분도 책임지지 않고 사무총장을 임명한 당 대표도 아무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저는 국민들께서 공정하게 공평하게 정치적 사안도 봐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우리당에 대한, 정부여당에 대한 언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부분이 있다. 언론환경이 좋지 않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께서는 여러 사안을 냉정하게 비교해 보고 판단해주셔야 대한민국이 균형잡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는 이해찬 총리가 물러났으니 서울시장도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성추행한 교도관이 구속됐으니 성추행한 국회의원 구속하고 그 자리 마련한 당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주장도 아니다. 그러다가 한나라당 대권 주자가 다 없어지면 어떻게 하겠나. 그런 주장은 아니지만 그런 논리로 계속 공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모순에 대해서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연희 의원이 술자리에서 술이 만취해서 여기자를 성추행했다. 본인도 부인하지 않고 있는 사건이다. 왜 그랬냐고 하니, 술이 취해서 식당 여주인인 줄 알았다고 답해서 전국의 식당 여주인들이 열받았다. 전국의 식당 여주인 생각에는 식당 여주인이 다 한나라당 거냐, 열받을만 하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식당 여주인이든 동아일보 여기자든 함부로 하면 안된다. 식당 주방 아주머니에게도 함부로 해선 안되고 감옥에 갇힌 여성재소자에게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 저는 얼마전 자기 아내에게도 함부로 술먹고 가서 아무 때나 막 하면 안된다고 허락받고 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것이 돌발영상에 계속 나서 혼줄이 났다. 그런 일들이 있었다.


여당하기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이해찬 총리 골프파동이 났을때 정말 큰일 났구나 우리가 이 악재를 어떻게 잘 수습할 것인가 잘 수습해서 우리당이 입는 피해, 정부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악재이지만 제대로 수습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런데 나름대로 우리당 의원들께서 같이 지혜를 모아주시고 협조해 주셔서 그나마 이 사건에 대해 잘 대응했더니 우리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당 지지율이 올랐다. 그것을 보고 느낀 바가 대단히 많다. 우리에게 불리한 사건이 돌출할 때라고 해도 우리가 이것을 여당답게, 정국을 책임지는 정치세력 답게 제대로 잘 처리해내면 국민들께서 그것에 더 점수를 주시는구나 하는 교훈을 얻었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그러나 국민들께 실망드릴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이 수시로 돌출하고 있지만, 그래서 우리 여당은 욕도 많이 먹지만, 국민들께서 보기 원치 않는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여당 답게 제대로 해내겠다. 앞으로 국민들이 보기 싫은 모양, 듣기 싫은 소리가 등장하는 것을 최소화 하고, 국민들께서 듣기 좋은 소식, 보기 좋은 모습을 드리기 위해 우리 여당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국무총리의 표정도 국민에게 편안함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15대 국회를 앞두고 김대중 당시 야당 총재가 정치를 같이 하자고 해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다. 사실 그때 제가 소설도 써서 많이 팔리고 TV에서도 토크쇼를 진행해서 대중적인 인기도 있어 정치권에서 손을 내밀었던 것 같다. 청와대에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칼국수를 먹자 해서 갔더니 같이 정치하자고 하는 말씀을 하셨고, 며칠 후 김대중 총재께서 같이 밥먹자고 해서 갔더니 정치를 같이 하자고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때 제가 막 결혼한 제 아내가 절대 야당으로 가면 안된다. 정치하는 것 자체도 반대이지만 이왕 할 것이면 여당이어야지 야당이면 손해보는 것이 너무 많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가족들도 반대했다. 어머니는 야당 정치할 거면 호적 떼어 가라고 네 아버지 때문에 평생 고생했는데 왜 너까지 그러냐고 하셔서 많이 고민했다. 그러나 어쨌든 당시 야당을 선택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독대하고 나서 야당을 택한 것은 저 하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 정치라는 것이 묘해서 저는 야당을 택했는데 제가 야당을 1년하고 10년째 여당을 하고 있다. 그때 야당에 가려고 했다가 YS가 청와대에 불러 여당하자고 해서 여당 간 분도 여러 분 계신데 그분들은 여당 1년하고 10년째 야당한다. 그분들하고도 국회에서 자주 뵌다. 그러면 제가 순간의 선택이 평생 간다고 하지 않냐, 그렇게 판을 못 읽냐고 놀리곤 한다. 역시 잘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야당을 택해서 야당을 1년했지만 야당을 한 첫해에, 50년만에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해냈다. 제가 해 낸 것이 아니라 김대중 총재가 대통령이 됐다. 우리는 그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이라는 깃발을 흔들면서 50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주장했고 그것을 실현해 낸 것이다. 아 이제는 정말 서민을 위한 정치를 우리 뜻대로 해볼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 당시 우리의 기쁨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갔다. 대선 직전에 IMF사태가 엄습했고, 그 결과 집권하자마자 국민의 정부가 편 정책은, 소위 IMF 가 강요한 정책들은, 여러분 아시는대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이었다. 중산층과 서민을 더 어렵게 하는 정책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따르지 않고는 국가부도사태를 면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이라는 깃발을 흔들면서 정권교체를 해 냈는데, 실제로 정권을 잡자마자 여러운 사람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모순에 직면하게 됐다. 가진 분은 가만히 앉아서도 부를 늘리고 중산층은 서민으로 전락하고 서민은 그야말로 길거리로 나 앉는 사태를 여러분들은 목격했을 것이다. 지하철과 공원벤치가 가정을 박차고 나와 신문지 덮고 자는 사람들로 꽉꽉 메어졌던 기억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제가 지난 원내대표 국회연설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때 우리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자고 외치다 청와대에 들어가 같이 일하던 청와대 비서관과 같이 토론하다가 모임에서 통곡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어려운 사람들 위한 정치하자고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정권 잡자마자 이것이 뭐냐, 어려운 사람 더 어렵게 만들고 매일 중소기업 사장이 자살한다는 기사가 빠진 날이 없었다. 우리 몇 명이 거기서 통곡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참으로 우리는 어려운 세월을 겪었다. 제가 말하는 것은 그 이전의 정권이 왜 IMF를 몰고 왔냐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야당에게도 공동책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위기를 겪은지 10년밖에 안 됐다. 그것을 슬기롭게, IMF를 겪은 나라치고 우리나라처럼 빨리 극복한 나라가 지구상에 없다. 우리는 이런저런 우리 스스로의 부족한 점, 잘못된 점을 비판하기에는 능숙하지만 우리가 이뤄낸 것을 자각하는 것은 늦는 것 같다. 우리가 이만큼 온 것은 대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모순에 직면한 것이다. 어쨌든 국민의 정부 4년, 5년 어렵게 정상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참여정부 들어선 이후에 카드 빚 때문에 온 나라가 홍역을 겪기도 했지만 IMF체제 상태에서 내수를 살리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게 되는데 카드빚으로나마 일정 부분 내수 활성화를 촉진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참여정부 초반기에 겪은 우리 경제적 어려움은 사실은 IMF를 극복하는 마지막 단계쯤 될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단순하게 말해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극화해소 아마도 대한민국 미래에 놓인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큰 시대적 흐름은 대체로 모든 나라의 양극화 현상을 불러왔다. 우리만의 희귀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거기에 두가지 특수한 경우가 더해졌다. 하나는 IMF체제를 동시에 겪었고, 두 번째는 정보화의 속도가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빠르다. 정보화는 자연히 양분화 현상을 가져오고 그것이 양극화를 불러오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는 정보화의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정보화가 가져오는 양극화 현상을 다른 어느나라보다 먼저 맞닥뜨리게 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양극화가 대단히 심해져왔고 지금도 심하다. 지금 어느정도 심한가. 상당히 심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난 몇 년간 양극화가 심화되어 온 속도가 다른 나라의 예를 들어볼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것이었다는 것이 우리가 대단히 관심 갖고 들여다 볼 부분이라고 본다. 양극화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가진 사람은 놀고 먹어도 더 부자가 되고, 못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땀 흘려 일해도 가난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이런 현상이 더 치달으면 그 사회 전체가 망할 수 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이것은 우리 모두가 살아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는 차안에서 뉴스를 듣다보니, OECD국가중 사교육비가 가장 높은 국가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지구상에서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OECD에 가입한 선진국이 쓰는 평균 사교육비의 4배 이상을 평균적으로 우리 가정이 쓰고 있다고 한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사회 양극화, 가난의 대물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교육 밖에 없다. 교육이 잘되어야 누구든지 성실하게 공부하고 자기 역량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국가라야 장기적으로는 양극화가 해소되고 가난의 대물림이 차단되는 것이다. 우리당이 요즘 일부 언론의 수많은 공격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실업계 고교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런 교육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일단이다.


부자 부모를 만난 아이들은 비싼 고액 과외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부자 부모를 못 만난 아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아무리 애를 써서 자기 역량을 보이고 싶어해도 비싼 과외를 못해 좋은 대학에 못가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제가 어디가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무산층 궐기하라는 말을 했다고 조선일보 사설에서 썼다. 저는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본다. 이는 좌파적인 접근, 무산자여 총 궐기하라는 말과 다른 말이다. 보보스라는 책을 봤는데 이 책의 내용은 현재 세계의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리더그룹은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을 생각하는 사람들인지를 분석한 책이다. 저는 그 책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 그 책중에서 가장 제 관심을 끈 것은 오늘날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을 만드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 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 책의 저자는 1959년도에 하버드 총장을 했던 제임스 커넌트를 꼽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사회가 완전한 계급 사회였다고 한다. 소위 WASP라고 불리는 백인 앵글로색슨 신교도들에 의해 미국이 좌지우지 됐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미국의 아이비 리그 일류 대학은 WASP계층이 아니면 들어갈수 없었다고 한다. 1959년도에 미국 하버드대 입학생을 분석했는데 입학생의 95%가 하버드 졸업생의 자식들이었다. 아이들 개개인의 역량과 성실성이 평가된 것이 아니라 그 부모가 누구인지에 따라 입학이 허락되었다. 유대인, 유색인종은 전혀 입학이 안 됐다. 아무리 공부 잘하는 백인 아이도 가문이 어지간히 괜찮지 않으면 일류대학에 못갔다. 그런데 당시 제임스 커넌트라는 총장이 이러다가는 미국이 다시 계급사회가 되고 미국이 망한다는 소신을 갖고 대학의 문호를 열었다. 가문이나 인종이나 피부색과 상관없이 공부잘하는 아이는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가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미국의 기득권층에 상당한 반발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제임스 커넌트 총장은 스스로가 WASP계층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그것을 관철해 냈고 그것 때문에 오늘의 미국이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을 이끌고 있는 리더 그룹은 그런 미국의 일류 대학의 문호개방에 의해 좋은 교육의 혜택을 받고 사회적으로 오늘의 위치에 이를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클린턴 대통령같은 사람이 그런 혜택을 받은 1세대쯤에 해당한다고 본다. 홀어머니가 술주정뱅이에, 여러 양아버지를 두고 있던 결손가정의 클린턴이 제임스 커넌트 같은 총장이 없었다면 절대로 일류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저는 1971년도에 대학에 들어갔다. 그 당시만해도 기억하시겠지만 전국적인 명문고가 있었다. 제물포 고등학교, 인천고 등등 전주고, 광주고, 경복고, 대전고 등등 전주대에서 서울대에 150명 정도가 매년 들어갔다. 그것은 전주에 있는 학생들이 유난히 똑똑해서 서울대에 간 것이 아니다. 전북의 깡촌에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서 공부잘한 아이들을 전주에 유학보내 거기에서 공부 잘한 아이들이 서울대에 들어가서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오를 수 있었고 세속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그나마 보장됐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제가 대학 들어갈 때보다 훨씬 그 문이 좁아졌다. 이제는 시골깡촌에서 공부 잘한다고 해도 서울대에 들어가는 기회가 철저하게 차단되어 가고 있다. 부자 보모를 만나고 비싼 과외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점점 더 서울대에 들어가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저는 이 현상을 대단히 심각하게 봐야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사실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제는 그 현상이 결국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 주장에도 조금씩 힘이 실린다고 생각한다.


저는 정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을 말씀드리겠다.
저는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렀는데 그 상대는 두 번 다 이회창 후보였다. 저는 그분 개인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 그러나 그분은 스스로가 우리 사회의 주류 세력이 되어야 한다, 경기고 서울대 나온 일류들이 대한민국을 지배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던 분 같다. 저는 저분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워지겠다고 저 나름대로 확신했다.


누구에게나 열심히 공부하고 역량을 보여주고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성공이 보장되는 기본적인 구조를 갖춘 나라가 건강한 나라이고 힘있는 나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것이 차단되고 아무리 능력있어도 환경이 좋지 않으면 성공할수 없는 사회는 결과적으로 망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저도 그렇고 우리당에서 함께 일하는 동지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살해당한 모차르트라는 말이 있다. 어린 왕자라는 책을 쓴 유명한 쌩떽쥐페리라는 작가가 쓴 말이다. 이 작가가 폴란드의 어느 가난한 탄광촌에 갔다가 탄광촌 3등 기차 안에서 광부의 가난한 아내들이 자기 자식들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살해당한 모차르트라는 말을 생각해 낸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남이 못 가진 천재성, 독특한 자기 능력이 있는데 저 가난한 탄광촌의 아이들이 탄광촌에서 일생을 마칠텐데 그 아이들속에 감춰져 있는 각자의 재능, 천재성이 그 탄광촌에서 계속해서 살해당하고 있다. 우리 모든 아이들에게 잠재된 능력을 우리 사회가 잘못된 제도로 살해하고 있다는 것을 살해당한 모차르트로 표현한 글을 보고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손해보지 않고 땀흘린 만큼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오늘보다 우리 자식이 살 내일이 지금보다 확실하게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3월 15일에 우리당 지도부가 인천에 와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앞으로 가진 계획에 대해 말씀드렸기 때문에 제가 오늘 그것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말씀드리지 않았다. 이미 인천 지역 언론에도 상세하게 소개된 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인천지역 현안에 대해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셨고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도 들었다. 여당 대표로서 모든 현안을 다 수용하고 적극 수용하고 싶다는 말씀 그때도 드렸다. 그날 약속 드린 모든 것에 대해 우리당이 책임지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기본적으로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겠다.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지역이 되게 하겠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은 변화없이 확고하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위헌판결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바뀌었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고 하는 참여정부의 중요한 원칙은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균형발전 중요한데 그것이 왜 필요한가 하면 수도권이 수도권으로 제 역할을 담당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정부에서 펴낸 모든 홍보물을 보면 신행정수도 건설때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 등의 모든 일차 목표는 수도권의 과밀집중화 현상을 차단해서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고, 두 번째가 국가균형발전이다. 이제 현대는 한 국가의 경쟁력이 도시경쟁력으로 얘기되는 시대가 됐다. 서울이, 인천이 상해나 홍콩이나 북경, 동경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있다고 해야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보증되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수도권의 경쟁력, 서울, 인천, 수원 등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수도권의 과밀집중화로 인해 도시경쟁력이 저하되어 가고 있는 상황을 우리 참여정부는 대단히 심각하게 봤던 것이다. 이제 인천은 동아시아의 중심도시로,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코앞에 둔 물류 첨단 기지 지역으로 확실하게 우뚝서야 한다는 생각을 참여정부와 우리당이 갖고 있다.


 


2006년 3월 29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