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진석 추기경 면담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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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 일  시 : 2006년 2월 27일(월) 11:00
▷ 장  소 : 명동성당 서울대교구장실
▷ 참  석 : 정동영 당의장, 김두관 최고위원, 조배숙 최고위원



▲ 정동영 당의장
거듭 축하 드린다. 카톨릭 신자로서도 그렇고 국민이 너무너무 기뻐한다. 국민이 축복을 받는 것 같다.


▲ 정진석 추기경
우리 정부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셨고, 우리 국가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의 위상도 높아졌다. 당의장님 시간이 없으실 텐데 제가 조금만 말씀드리겠다.
60년대에 로마에서 공부할 때 제가 지나가니까 고등학생들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서 얼굴 보면 아시아 사람인 것은 아니까 맞춰보라고 하니 중국 사람이냐, 일본사람이냐, 아니라고 하니까 무슨 말이 나오나 수군거리더니 여러 나라를 이야기하는데 열 번째가 지나가도 한국이 나오지 않았다. 열 번이 지나가니까 아이들이 손을 흔들고 모른다고 하면서 기권했다. 제가 코리아다 그러니까 코리아? 처음 듣는 곳이라고 했다.
그때 내가 속이 상했다. 고등학생이니 지도를 갖고 오라고 했다. 지도를 보니 아직도 일본령 지도였다. 해방된 지 20년이 지났는데 그때 왜 세계지도를 우리 정부가 못했나 생각했다.


그 다음 80년도에 갔다. 그때는 어디 가든지 2번째, 아니면 3번째였다. 그때서야 실감을 했다. 10여년 만에 갔는데 아주 달라졌다. 우리나라 국력이 80년대 가서 신장한 것이다.


▲ 정동영 당의장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이 2명이나 나왔다.


▲ 정진석 추기경
그게 바로 국력이 신장된 것이다. 국력신장이 안되었으면 제가 어떻게 추기경이 되었겠는가. 우리나라의 국력과 세계적 위상이 높아져서 제가 추기경이 된 것이 빈말이 아니고 배경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80만 카돌릭 신자가 450만으로 늘었다. 신자가 늘지 않았으면 못되었을 것이다. 그것도 한국교회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 2백개 국가가 있는데 천주교 없는 나라도 더러 있지만 추기경이 있는 나라가 65개국이다. 추기경 한 사람만 있는 나라가 36개 나라다. 추기경이 2명 있다는 것은 우리 카톨릭 국가 중에 30번 이내에 든다는 이야기다.


▲ 정동영 당의장
어제 추기경님이 평양 대교구장에 소임을 하시라고 추기경이 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카톨릭 민족화해위원회에서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많이 하셨는데 추기경이 계셔서 힘이 되었다.


▲ 정진석 추기경
정 의장께서는 통일부장관 하시는 동안에 북과 교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험하셨을 것이다. 제 경우도 그에 못지않다.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런데 서울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10년 동안 물질적인 지원을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총계가 100억대다. 서울대교구가 그동안 신자 수에 비해서 정성을 다 기울였다.
물질만 준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지만 안 주는 것보다 낫다. 그만큼 했다. 그것은 분석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단한 것이다. 제가 평양교구장서리를 겸하고 있어 제 나름대로 의무를 다 해야겠지만 정의장님 힘을 많이 빌려야 뭔가 되지 않을까 한다.


▲ 정동영 당의장
평양에 장춘성당이 있어 갈 때마다 미사를 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안 되었다. 다음 방문에는 꼭 미사를 드리고 싶다. 추기경님이 가시면 아주 좋을 것이다.


▲ 정진석 추기경
해방 당시 북에 천주교 성당이 58개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신자 수가 5만 5천명, 성직자수가 1백명 있었다. 그런데 6.25전쟁 중에 모든 성당이 다 파괴되었고 성직자, 수도자, 수녀님들이 전원 다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북에 신부가 한 분도 안 계셨다. 그러다 10년 전에 장충성당이 생겼는데 신부님이 안 계시니까 저희가 신부님 한 분 계시게 하는 것이 어떠냐 했는데 북에서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고 있다.


▲ 정동영 당의장
저희가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었는데 국민들 걱정도 많으시고 추기경께서도 걱정 많이 하셨을 것이다. 정치와 정치인이 아직도 불신을 많이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여당으로서 원래는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저희가 처음의 겸손함을 많이 잃어 질책도 많이  받는다. 낮은 마음으로 겸손한 자세로 국민께 봉사하려고 한다. 깨끗한 정치도 하고 선거도 깨끗하게 해서 국민들께 안심을 드리는 안심정치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추기경께 걱정 끼쳐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 정진석 추기경
제가 우스갯소리 하나 해드리겠다.
세상에 65억 인구가 있는데 모습이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쌍둥이도 다르다. 인류역사 시작된 이후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게 인간의 특징이다. 개별성, 얼굴이 다른 만큼 의견도 다를 것이다. 4천8백만의 의견이 있는 것이다. 그럼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좋은 방법이 있다.
당의장님도 기억하실 것이다. 얼마 전에 평균적인 한국인 얼굴이 나왔다. 그 평균적인 한국인은 실제 인물이 아니다. 그 얼굴인 사람은 없다. 평균적인 인간형이다. 그러나 그 모습과 비슷한 사람이 다수다. 그러면 의견도 비슷할 것이다. 평균적인 한국인 남녀모습을 컴퓨터를 통해서 합성해 낼 수 있는데 이 모습은 현실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비슷한 많은 사람을 하나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모습이다.
4천8백만 인구의 의견도 이렇게 평균적인 의견으로 모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의견은 현존하는 어떤 의견과도 다르지만 그 의견과 가까운 의견을 가진 사람이 다수인 그런 의견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 그럼 거기에 가기까지는 어떻게 하는가. 서로 상대방 의견을 존중해 줘야 한다. 평균적인 얼굴은 어떻게 나오는가. 이 사람 얼굴에서 조금 깎고 저 사람 얼굴에서 조금 깎고 눈의 모습은 이게 다수야 하면 눈의 모습을 만들고, 입은 입대로 맞춰 합성한 얼굴이라고 신문에서 읽었다.
우리의 평균적인 의견도 조합할 수 있지 않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을 존중해주고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다 양보해 줘야한다. 한 사람도 양보 안 하면 안 된다. 똑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은 있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없는 의견이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견,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도출하는 것이 의장이 하시는 역할이다. 우선 당내에서부터 의견이 많을 것이다. 당내의견을 모으듯이 국민 전체의 의견을 모으면 된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평균적인 한국인의 모습, 신문에 낼 수 있었다. 그것은 세상의 일이다. 없는 일이 아니다. 얼굴이 다 다른데 그 많은 얼굴을 어떻게 합성했을까. 그 합성하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었겠구나. 그래도 결국 합성을 했다. 힘들지 않고 되는 일은 없으니까 당의장께서 힘을 써 달라.


▲ 김두관 최고위원
제 처와 가족은 신자인데 저만 영세를 받지 못했다. 노력하겠다. 주신 말씀 저희들 명심하겠다. 열린우리당은 정 의장님을 중심으로 뭉쳐서 국민에게 겸손하게 낮춘 자세로 나가려고 한다.


▲ 조배숙 최고위원
추기경님 말씀에 동의하는 것이 저는 법조인 출신이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합쳐지기 힘이 든다. 그러나 그것을 조화시키고 조정하고 합의하는 것에 기술이 필요하다. 평균적인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를 때 설득하고 의견의 차이를 좁혀야 한다.
저희들이 열심히 해서 새로운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겠다.


▲ 정동영 당의장
파주에 속죄와 참회를 위한 성당, 민족화해를 위한 성당건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5억밖에 예산을 만들지 못했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
성당이름을 속죄와 참회를 위한 성당으로 명명하셨다.


▲ 정진석 추기경
그 이름을 제가 전부터 생각을 해왔다. 파리에 몽마르트 언덕에 성심성당이라는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그 성당은 보불전쟁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으로 세운 성당이다. 프러시아와 프랑스 전쟁에서 희생자들이 참으로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전쟁에서 죽었다. 저는 그곳 성당을 보면 참 아름다운 성당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랑스 국민 전부가 동참해서 지었다. 속죄하고 보속하는 성당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전쟁이 일어나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남북전쟁도 외세에 의해서나 여러 이유로 죽었지만 그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민족이 화해하기 앞서서 우리 죄를 뉘우치고 우리 죄를 보속한 다음에 서로가 화해해야지, 뉘우침이 없는 화해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가. 서로 뉘우치자.
그래서 남쪽에 있는 사람들도 전쟁 와중에 비인도적 행위에 대해서 용서를 청하고 보속해야 한다. 북쪽에서도 전쟁중의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해서, 살상하고 죽이고 한 행위 자체를 뉘우치지 않고서 어떻게 화해가 되느냐 해서 민족화해위원회에서 먼저 보속하고 뉘우치고 서로 간에 용서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상징물이 없으니 그런 상징물을 만들자.
파리 몽마르트 성당을 본보기로 해서 우리도 우리나라의 명물을 하나 만들고 그 명물이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서로 화해하기 위해서 그런 성당을 짓자는 것이다. 그런 뜻이 있는 것이다.
분단 선상에서 파주가 가장 가까운 곳이니 가장 안성맞춤이라 생각해서 그 자리에 하려고 한다. 천주교회가 그것을 할 힘이 모자라다. 마음은 간절하다.


▲ 정동영 당의장
여야가 따로 없다.


▲ 정진석 추기경
그런 의미의 장소를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다. 남북화해에 기초가 되는, 서로 용서하고 보속하는 장소가 되길 희망한다.
그런데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은 판문점밖에 안 간다. 판문점은 군사분계선이라서 전쟁과 연결이 된다. 파주에는 서로 용서하고 뉘우치고 화해하는 그런 상징적 장소가 있으면 외국 관광객이 올 때 판문점뿐 아니라 거기도 가서 보면 한국민족은 서로가 영적 차원에서 높다고 생각할 것이다. 좋지 않나. 많이 도와 달라.


▲ 정동영 당의장
로마에 가시게 되는가?


▲ 정진석 추기경
3월5일에 떠난다.


▲ 정동영 당의장
전에 요한 바오로 교황도 서울에 오셨는데 새 교황도 방문하셨으면 한다.


▲ 정진석 추기경
여건이 되면 될 것이지만 여건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 정동영 당의장
새 교황님이 되셨으니 남북을 방문하시면 민족화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정진석 추기경
이번에 15명이 추기경이 되었다. 저 혼자서 되었으면 부탁드리겠지만 제가 말씀드려도 1/15밖에 안 된다.
아시아권에서는 국회의원 중에 천주교 신자 비율이 필리핀 다음으로 우리가 높다. 여야를 막론하고 천주교 신자가 국회의원 전체수의 비율로 이렇게 많은 나라는 필리핀 다음으로 우리나라다. 게다가 개신교 신자까지 합치면 이렇게 많은 나라가 있지 않다.
그런데 국제회의 나가서 우리 사회 분위기가 크리스챤 분위기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해진다. 장관, 또는 법조인들, 국회의원이 비율로 다수인데 영향력은 그 숫자만큼은 아닌 것 같다. 여야를 막론하고 하느님의 뜻, 진리는 같아야 한다. 하느님의 진리가 여는 다르고 야는 다를 수는 없다.
그런데 국회에서 활동하실 때 보면 천주교신자는 양쪽이 다 없어졌다. 그것이 안타깝다. 좀 살렸으면 한다. 내가 천주교 신자다라고 할 때 그것이 파벌적 의미가 아니라 나는 진리와 정의에 대해서는 안 가진 사람보다는 조금 더 낫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런 자세가 있다면 우리나라 전체의 부정부패나 사회범죄, 인권유린 같은 것도 해소가 될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은 여야를 가릴 것이 아니다. 적어도 그런 점에서는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정책적인 것은 조금 더 가서 얼굴 붉히고 해서 하면 될 것인데 구분이 없다.


▲ 정동영 당의장
추기경님 귀한 말씀 받들려 한다. 상생 협력정치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 정진석 추기경
예를 들면, 사람을 평가할 때 신중하다, 신중한 것에 반하는 것은 민첩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좋은 표현이다. 장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각에 따라 신중한 사람은 둔한사람, 이것은 단점이다. 장점과 단점은 손바닥과 손등이다. 신중한 사람이 동시에 민첩할 수 없다. 시간차를 두고 민첩할 수는 있는 것 아닌가. 신중하고 민첩하다. 둔하고 경솔하다. 그런데 그렇게는 안 하고 계속 둔하다, 둔하다 한다. 그것을 접고 어떤 때는 신중한 사람이라고 하면 웃을 텐데 계속 둔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것을 둔한 사람 할 것이 아니라 신중한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민첩한 사람에게는 너는 경솔하다, 경솔하다 하면 그 사람은 화내게 된다. 어쩌다가는 말을 바꿔서 민첩하고 아주 빠르다고 장점표현을 하면 같은 말인데 손바닥과 손등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될 수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신중하다 하면 난 민첩하지 못한 사람이다. 민첩한 사람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소리 듣게 되어 있지만 단점만 부각시키면 화합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대화하고 교섭할 때 합의를 도출할 때까지 장점만 이야기하면 그 사람도 미안해서 같이 장점만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이야기하게 된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저도 그런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정동영 당의장
저희가 정책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러나 정쟁, 싸움판 정치는 끝내자라는 제안을 하고 있고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추기경 말씀대로 이끌겠다.


▲ 정진석 추기경
제가 정의장님을 언제 또 만날지 모르지만 한 말씀 더 드리겠다.
우리나라 각계각층 지도자들이 국가발전과 민족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국가발전, 민족복지, 증진을 생각한다. 그것은 공통이다. 기본은 같다.
그러나 차이는 어디서 나는가. 이차적, 삼차적인 것의 방법론의 차이다.
기본은 같은데 같은 것을 강조하는 자세는 조금 비껴두고 이차적인 차이점, 삼차적 차이점을 갖고 용서 못할 사람으로 서로 논쟁을 벌인다. 논쟁을 벌일 때 감정까지 섞여서 논쟁을 벌이니 일차적으로 공통되면서도 합의가 안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차적인 것, 근본적인 것이 합의가 되었으면 합의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지엽적인 것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깨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 정동영 당의장
말씀 받들어서 당내에서도 화합도 잘하고, 야당과도 화합하도록 하겠다.


▲ 정진석 추기경
다 아시는 분께 너무 말을 많이 했다.


▲ 정동영 당의장
3월 5일 로마에 잘 다녀오시고 이번에 다녀오시면 말씀 안 하셔도 코리아라고 다 아실 것이다.


▲ 정진석 추기경
벌써 국제 축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2006년 2월 27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