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당직자 조회 인사말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241
  • 게시일 : 2003-11-11 00:00:00

▷ 일 시 : 2005년 6월 7일(화) 08:30
▷ 장 소 : 중앙당 1층 대회의실
▷ 참 석 : 문희상 의장, 전병헌 대변인, 박기춘 사무처장

◈ 문희상 의장

4월 2일에 전당대회가 있었고 그날 열린우리당 2기 지도부가 출범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분 참으로 말없이 묵묵히 질풍노도의 두 달동안 열심히 당무에 임해 주신 것에 대해 당의장으로서 가슴속깊이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진심으로 수고 많으셨다. 한 기가 출범하고 한 기가 끝나고 하는 것이 별 의미는 없지만 여러분들은 가슴 설레고 혹시 지위상의 변동이 있지 않을까 불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과정에서도 당무를 지금까지 차질없이 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불교에서는 인연이라는 말을 쓴다. 겁이라는 시간단위가 있는데 1겁이라는 시간은 사방이 40리 되는 됫박에 겨자씨를 잔뜩 담아서 1년에 하나씩 하나씩 전체가 다 없어지는 시간을 1겁이라고 한다. 1겁의 인연이 있어야 현세에서 사람으로 만난다고 한다.
여러분은 기본적으로 사람으로 만난 인연이 있다. 1겁의 인연이다. 2겁의 인연이 있어야 같은 동네,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는 인연이 있다고 한다. 여러분은 2겁의 인연이 있다. 3겁의 인연이 있으면 동문수학, 같은 학교를 나온다든지 같은 직장을 다닌다든지 하는 인연이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여러분은 3겁의 인연이 전생에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같이 만났다. 저하고도 3겁 이상의 인연이 전생에 있어서 이렇게 만났을 것으로 믿는다.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다. 모든 인연의 끝은 부모, 자식간의 인연인데 9겁이라고 한다. 9겁의 인연이 있어야 부모, 자식의 인연으로 태어나고 부부의 인연은 회기년이라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동문수학 이상의 인연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기적 세 번을 최소한 우리는 같이 나눴기 때문이다. 늘 주장하듯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은 대한민국 근세사의 기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도 기적이었다. 그리고 17대 국회, 소위 개혁세력의 과반수 확보도 또 한번의 기적이었다. 이 기적을 같이하고 한국 정치사상 가장 중요한 창당, 그것을 나는 열린우리당의 창당이라고 본다. 그때까지는 전부 사람들의 손에 의해, 큰 힘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탈권위주의의 바람을 타고 소위 상향식 절차를 밟아 태어난 정당, 백년정당의 시작이라고 하는 하나의 정당 출범은 기적같은 일이다.
그것을 다 함께 한 인연은 엄청난 인연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들의 인연이기에 앞서 우리들의 숙명같은 것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공동운명체에 같은 배를 탄 운명이다.
우선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한 인연, 그리고 이제 문희상과 함께 제2기 출범의 같은 배를 탔다. 같은 배를 탔다는 말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흔히 정치판에서 동지라는 말을 자주 쓰고 김동지, 박동지라는 말을 잘 쓴다. 그런데 동지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쓰면 안 된다. 내가 꼭 인용하는 말이 있는데 옳고 그르고의 가치 판단을 떠나서 명치유신에서 그들이 두 가지를 결의했다는 말을 한다.
5천년의 역사를 우리한테 뒤지다가 앞지르기 시작한 명치유신, 일본의 역사를 바꾼 것은 112명 이었다. 근왕파라는 조직에서 출발했는데 그들은 두 가지 결의를 했다. 동지결의와 탈번결의를 했다. 동지결의는 ‘우리가 낳은 날은 달라도 죽는 날은 같아야 된다’는 결의를 한다. 112명이 모여서 ‘우리 같은 날 죽자’는 동지결의, 이런 정도는 되어야 동지다. 동지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그리고 탈번결의를 하는데, 이것이 지금 얘기와는 관련이 없지만 설명을 하면 ‘자기가 소속된 번을 떠나자’는 것을 스스로 결의했다.
일본에는 번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번에는 번주가 있었다. 그 밑에 소위 가신들이 있었다. 그래서 번주가 ‘탈번’, ‘번을 떠나시오’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전부 할복을 하고 죽었다. 그런데 스스로 탈번 결의를 한다. 탈번은 내가 소속된 번을 떠나자는 것인데 그말은 지금으로 말하면 나의 출신 고향, 전라도를 떠나자, 경상도를 떠나자, 충청도를 떠나자, 경기도를 떠나자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자는 결의를 한다. 그래서 유신은 성공했고 그 개혁은 성공했고 지금까지도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나가 있다. 그전까지 우리보다 뒤지기만 했다. 우리가 아무리 쫓아가도 일본은 또 앞서가고 또 앞서가고 있다.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내가 오늘 강조하고 하는 것은 우리가 동지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동지라는 말, 같은 배를 탔다는 공동운명체라는 말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날 죽자는 각오로 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당은 4월 2일 제2기 출범이후에 4월 30일 재보선에서 완벽하게 참패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달내내 자성했고 5월 30일 중앙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를 계기로 해서 다시 태어나기로 결의를 했다. 다시 태어나자, 뉴스타트 운동을 시작한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계기로 일어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역사속에 쓰러지는 노무현과 그 사람들의 실패로 기록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억울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 스스로만 망하면 괜찮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와 함께 역사가 망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의 성공은 노무현 대통령 개인의 것도 아니고 열린우리당 당원들의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우리들이 나서 자라고 묻힐 이곳 조국의 운명과 관계가 있다. 참여정부가 성공해야 21세기 조국이 선진조국으로 우뚝 설 수가 있다. 실패한다면 우리 모두 다 어려워진다. 국민과 함께 우리 당직자, 당원 여러분들 다 한꺼번에 어려워 질지도 모른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한국 근대사의 기적을 만들어낸 과거를 봐서도 그렇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그 열정과 신념과 불굴의 의지만 합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역사속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힘을 내 달라. 그리고 도와 달라. 국민을 생각하고 당을 생각하라. 나 개인을 생각하기 전에 그렇게 하라. 저부터 그렇게 하겠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계보도 없고 대통령 되려는 꿈도 접은 지 한참 된다.
따라서 지금 현재 남은 꿈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 참여정부의 성공,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을 통해서 역사속에 우리 조국이 21세기 선진조국으로 가느냐 마느냐는 기로에 서서 선진조국으로 가는 것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계보도 없다. 스스로가 생각해 보라. 나는 누구의 소속이냐, 아마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은 인연이 있어서 들어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에게 계보가 없다. 계보보다 더 중요한 당이 있고, 당보다 더 중요한 나라고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한 개인이 어디 소속이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늘부터 다 버리자. 우선 나도 소속이 없다. 힘을 합쳐서 이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을 살리는 일, 그래서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 창당정신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 이 일에만 온갖 힘을 다 쏟자. 그리고 나서 다함께 할 일을 하자. 이만큼 했으니 당에 이렇게 해 주십시오라는 요구를 하자.
당에 요구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당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조국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일에만 전념하자. 뉴스타트를 하자. 뉴스타트 운동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걸자. 그래서 10월 재보선에 성공하고, 다음 지자제 선거에 성공하고, 더 나아가 정권재창출까지 가자는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그동안 4월 2일 재출범 이후 60일간만 따지더라도 여러분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해 준 것에 대해 뜨거운 감사의 말씀드리고, 앞으로 남은 기간을 더 뜨겁게 더 힘들게 한번 해보자는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2005년 6월 7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