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열린우리당 국회의원․중앙위원워크숍 원내대표 축사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287
  • 게시일 : 2003-11-11 00:00:00
▷ 일 시 : 2005년 5월 30일(월) 15:40
▷ 장 소 : 무주리조트

◈ 정세균 원내대표 인사말씀

멀리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다.
이번에는 의원님들과 중앙위원들을 함께 모시게 되어 참으로 뜻깊게 생각한다. 오늘은 17대 국회 개원 기념일이다. 원래 9시 출발 예정이었으나 개원 기념식에 참석한 후 출발하여 출발자체가 늦어 도시락도 차 속에서 드시게 되는 등 힘들게 오셨다.

오늘 17대 국회 개원 1주년이다. 우리가 국민의 대표로 일한지 1년이 되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로를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중앙위원들이 함께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처음에는 의원님들만 참석하시는 것으로 준비해서 혹시 중앙위원님들이 불편하신 점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고, 우리 모두가 하나되는 좋은 계기로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

지난 1년은 우리에게 영광과 좌절이 교차한 시기였다. 헌정사상 최초로 민주개혁정통세력이 원내 제1당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돈이나 관권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뜻에 의해 과반수 당이 됐다. 우리는 당당했고, 뜻을 모으고 단결만 하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하늘 찌를 듯한 사기가 충천해 있었다.
우리의 자신감과 용기로 가득 찬 1년 전 오늘이었다. 그러나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고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의혹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얻지 못하고 걱정을 끼쳐 드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것이 우리의 현 주소이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많은 일을 했다.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돈정치가 사라지고 일인 보스나 계파정치를 퇴출시키고 의원총회를 명실상부한 최고 정책결정기구로 안착시켜서 정책정당 건설에도 앞장서왔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국민들이 우리당에게 과반수 의석의 소임을 다했냐고 묻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우리당을 믿고 대한민국을 맡겨도 되겠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면 힘들지 않냐, 고생 많지 않냐고 하는 분들이 많다. 여러분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집권여당으로 잘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야 하는데 걱정과 위로의 말씀을 듣는 것이 안타깝다.

지난 1년간 정말 열심히 해 주셨다.
제가 의정활동을 해보면서 17대 의원보다 더 열심히 진지하게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국민은 우리에게 너무 큰 사랑을 배풀어 주셨기 때문에 그 기대와 사랑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이에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은 유능한 개혁정당, 집권여당을 원했다. 높은 개혁성과 도덕성을 기반으로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완수하고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양극화 해소를 바랬다. 일자리 창출 등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기대하셨다.

이것이 일년 전 국민의 마음이다. 무엇보다 민생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우리는 부작용을 우려하여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안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부양책을 안 쓰더라도 다른 대책을 마련해서 민생을 돌보는데 대안을 제시하고 성과를 거뒀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동반성장하겠다고 말해왔는데 빈곤층의 숫자가 늘어나고 비율이 확대되는 발표를 보면서 우리 노력과 뜻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4.30재보선 참패는 여러 면에서 곱씹어 볼 문제이다. 말이 패배이지 23:0은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다. 간단하지 않다.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당이 담고 있는 문제가 그대로 압축된 결과 같다. 현재 우리당의 역량, 국민 지지도, 정책주도력, 조직력 대한 총화가 그런 결과를 보여준 것 같다. 물론 영남 지역에서 선전하는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낮은 투표율과 공천 잡음 등이 있었으나 그것은 일부이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면밀히 분석하고 대안을 세워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최근 한나라당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우리는 한나라당을 수구냉전세력, 변화가 불가능한 정당, 집권 불가능한 정당이라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이 수구냉전세력인 한나라당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과감히 하자, 성장도 중요하지만 분배도 노력하자고 하는 등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의 변화에 대해 우리는 좀더 확실한 대안을 내세우고 이들을 압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당이 국민께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지 여러 가지 논의를 해보자. 문희상 의장님 말씀도 있었지만 당의 정체성은 몇 마디로 성립된다고 보지 않는다. 논쟁이 발전의 동력은 되지만 집권여당이 내부논쟁만 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개선시키는 집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과 국정운영을 우선하는 자세가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철저한 자성을 토대로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은 정책정당 건설에 있다. 개혁의 반대는 수구이지 실용이 아니다. 실사구시적인 정책과 대안으로 정쟁정치를 퇴출시키고 정책을 중심에 둬서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유능한 정당 되어야 한다. 다행히 17대 들어 무차별적 폭로가 사라지고 정책경쟁이 강화되는 등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노력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우리당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함께 해 주시길 바란다.

우리당은 현재 146석의 원내 제1당이다. 제2당이나 3당이 된 것도 아니고 소수당으로 전락한 것도 아니다. 17대 국회에서 민주개혁정통세력과 중도세력을 합해서 개혁적인 생각을 가진 의원이 과반의석을 넘고 있다. 반성은 냉철하게 해도 우리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

제갈량의 출사표에 ‘국궁진췌, 사이후이’(麴窮盡膵, 死而後已)라는 말이 있다. ‘몸과 마음을 다해 몸이 부서지도록, 죽음에 이를 때까지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17대 국회가 개원한 날이어서 오늘 워크숍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신발 끈을 동여매고 초심으로 돌아가 변화와 혁신의 길을 가자. 국민의 힘과 희망으로 거듭나자.



2005년 5월 30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