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관련 김근태 대표 국회 연설문]대통령 탄핵 관련 김근태 대표 국회 연설문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40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대통령 탄핵 관련 김근태 대표 국회 연설문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대한민국의 운명을 걱정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대한민국 국회가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한 최악의 날입니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부정한 날입니다. 민주주의를 부정한 치욕의 날입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늘 지난 대선에 대한 불복종을 선언했습니다. 한마디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탄핵안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을 증오하고 미워하는 ‘감정의 정치’로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의회 다수 의석을 무기로 정당한 사유도 없이 합법적 내란을 기도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총성없는 쿠데타’를 자행한 것입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역사가 오늘 이 순간을 어떻게 기록하겠습니까?
저는 오늘 탄핵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듣고 참으로 참담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이렇게 슬픈 적이 없었습니다. 분노와 울분이라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꼈습니다.

80년 군사독재정권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자행한 내란음모가 떠올랐습니다. ‘민주주의’를 군화발로 짓밟은 그 ‘어둠의 그림자’가 2004년 오늘, 다시 이 국회 의사당을 감싸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묻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난 이후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상상해 보셨습니까? 나라가 어디로 갈지 가슴깊이 고민하고 있습니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국무총리가 대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씀입니까?

대통령 탄핵은 국가적 재난입니다. 대외적으로 국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대외신인도가 추락하고 3류 국가로 전락하는 것도 불 보듯 자명한 일입니다. 민생을 파탄으로 내모는 일입니다.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경제를 다시 죽이겠다는 것입니다. 국민은 눈사태와 실업 등 감당할 수 없는 역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습니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이 발의한 그 탄핵안은 바로 국가재난 발의안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불장난을 해서는 안됩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도부는 ‘사과를 하면 탄핵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무슨 망발입니까?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국가적 재난을 자초하겠다는 말입니까?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식있는 의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탄핵안에 동조하는 것은 불의와 타협하는 일입니다. 의원 여러분의 정치인생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일입니다.

특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동료 의원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비록 당은 달리하고 있지만 정치에는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이 있습니다. 상식과 금도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침묵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국가재난에 동조하는 그 선택을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께서 나서 주십시오. 이성을 잃은 지도부를 바로잡아 주십시오. 여러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의원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혀둡니다. 우리당은 역사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국민들은 결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무책임과 정략, 그리고 국가파탄 기도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