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당의장 초청 관훈토론회 기조연설]정동영 당의장 초청 관훈토론회 기조연설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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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먼저 사과를 올린다. 오늘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노대통령 주재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지도자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지난 1월 11일 전당대회에서 당의장으로 선출된 후 일자리 창출이 이 시대 최고의 인권임을 강조하면서 제안했고 대통령께 전화를 걸어 연두기자회견에 이 내용을 수용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 회의가 개최됐고 마지막 발언자로 지명되는 바람에 늦었다는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 올린다. 집에서 놀고 있는 아들, 딸을 둔 부모, IMF의 상처를 아직 씻지 못하고 있는 많은 가정에서는 오늘 아침 각계 경제 지도자들이 모여 일자리 창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에 일말의 위안과 기대를 걸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의장에 취임한 이후 지난 40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민생경제의 현장을 발로 뛰었다. 지난 1월 16일에는 아침 9시 15분 비행기를 타고 중국 칭따오에 갔었다. 칭따오는 경기도만한 면적에 700만명이 살고 있고 작년 한해 43억불의 외자를 유치했다. 올해는 50억불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가운데 27억불을 한국에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보다 가까운 거리에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땅이 있다.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정치가 있다. 그것을 알리고 싶어 칭따오에 아침에 갔다가 오후 6시에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같이 갔던 기자들과 함께 결국 우리는 인적자원의 질, 과학기술로 먹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 회의에서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이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설비, 시설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인력의 질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올리고, 노사화합을 달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성공 모델이었다. 대단히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다음주에 유한킴벌리를 직접 가서 보고자 한다.

다음주에는 김포-하네다 셔틀을 이용해 도쿄 근교에 있는 중소기업 일자리를 찾아볼 것이다. 일본은 왜 중소기업에 많은 젊은이들이 몰리고. 어떻게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높은 보수를 줄 수 있는지, 어떻게 부품소재산업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지.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살펴보겠다.

한-칠레 FTA의 시작은 어려웠다. 한-싱가폴, 한-일 FTA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할 단계에 있다. 한-일 FTA시대가 되면 농어민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가장 힘들어질 부분이 부품소재산업일 것 같다.
정치는 별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당면한 문제와 싸우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한쪽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아산의 반도체 하청공장 하나마이크론을 갔을 때, 초임이 연봉 2천만원이고 근무환경도 대기업 못지않게 훌륭했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쩔쩔맸다. 한쪽에서는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인력이 수십만이고 한쪽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이 불일치를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하면 누가 해결하겠는가.

어제는 대구의 팔달시장에 갔다. 대구에 수십번 갔지만 시장상인들로부터 자발적인 환영박수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어려운 문제를 우리당이 껴안고 씨름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됐기 때문이다.

1월 11일 전당대회 다음날 남대문 재래시장에 달려갔다. 1990년 대한민국에는 4500개의 재래시장이 있었다. 14년 동안 3300개가 망했다. 이제 겨우 1200개가 남아있다. 1200개 재래시장 전체 매출이 이마트 한 개 체인 매출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재래시장에 가면 과거에는 먹고는 살았는데 이제는 끼니를 갈망하기도 어렵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온다. 시장은 죽어가고 있는데 누구도 행동하지 않았다. 이것을 열린우리당이 해결할 수 있다면 이 시대 최고의 정치라고 확신한다.

다음주 월요일 우리당은 전국 1200개 재래시장 대표자회의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소집한다. 지금까지 전국 재래시장 대표자 연합회 조직이 결성된 적이 없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직접 자신들의 조직을 건설해서 스스로 이해관계를 대변하도록 돕겠다. 현재 재래시장 관련 법률이 미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1당이 되는 순간 제2호 법률로 재래시장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할 계획이다. 1호 법률은 전당대회에서 약속한 불법정치자금 국고 환수 특별조치법이다.

저는 2월 6일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전국에 닭번개를 제안했다. 우선 열린우리당 당원과 가족들이 하루 한끼 닭고기를 먹고, 닭고기 먹는 번개를 조직해서 닭고기 소비를 촉진하자고 호소했다. 당시 닭번개라는 말 자체를 생소하게 여긴 국회의원이 대다수였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인터넷 인프라가 갖추어져있는 세상이다. 세상은 한참 변해있는데 가장 변해있지 않은 것이 정치였다. 최근 닭소비가 급증했다는 뉴스를 보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닭소비가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닭번개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가로막고 있었던 가장 큰 암초가 구정치, 낡은 정치였다. 부패, 정경유착으로 찌든 정치였다. 그런 의미에서 16대 국회는 철저하게 실패한 정치였다. 그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드린다. 이제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또다시 시작을 얘기한다. 아마 인간은 그런 존재이기에 희망을 갖고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는 것 같다.

17대 국회를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우선 국회의 행태, 정치의 문화를 바꿔내야 한다. 현재 현역의원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국회 윤리위원회를 민간에 개방해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국민참여 윤리위원회로 개편해 내겠다. 16대 국회 4년 동안 12명의 국회의원이 윤리위원회에 제소됐지만 마지막 국회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 단 한명도 징계절차를 완료하지 못했다. 4년 동안 질질 끈 사례도 허다하다. 동료의원을 심판하라는 것이 무리한 주장일 수 있다. 우리의 정치문화가 그렇다. 17대 국회가 구성되어 우리가 1당이 되면 민변, 대한변협, 시민단체, 종교단체 대표들이 현역 의원과 동수로 참여하고 위원장은 외부인사가 맡는 형태로 국민참여 윤리위원회를 만들어서 더 이상 신성한 민의의 전당에서 흑색선전, 욕설,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저질정치를 영원히 추방해내겠다.

최근 우리 국민들은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TV 생중계를 통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떼도둑이 검사를 불러 심문하는 청문회였다. 우리는 청문회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다. 기왕 청문회를 하려면 제대로 된 청문회를 하자는 것이었다. 야당이 원하는 증인도 부르고 우리가 원하는 증인도 불러서 공평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자는 것이었다. 이를 210석이라는 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은 ‘힘이 곧 정의’라는 5공, 6공 낡은 정치의 맹신자들이 만들어낸 의회폭거였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사회는 ‘힘이 곧 정의’가 아니라 정의로운 것이 곧 힘이 되는 세상이고 정치여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되면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들이 버젓이 국회의사당에 나와서 발언하고 투표하는 반의회적 행태를 막도록 하겠다.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의원은 발언권, 의결권을 정지시키는 법 개정을 하고자 한다. 이런 제도는 이미 미국에서 유사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 단체장이 구속, 수감된 경우 결재권을 제한하는 형태가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의원직 자체를 박탈할 수는 없지만 의원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고자 한다.

최근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출구조사가 미진한 것 같다. 야당에서는 722억대 0이라고 강변한다. 722억은 4대 그룹으로부터 받은 불법자금이다. 여기에 합법자금을 더해야 한나라당이 4대 그룹으로부터 받은 자금의 총액이 나온다. 노무현 후보 캠프가 4대 그룹으로부터 받은 합법자금은 72억이다. 불법자금은 0이다. 한나라당의 불법자금은 722억이다. 100억 남짓의 합법자금이 또 있다. 그러니까 합법, 불법을 합치면 822억대 72억일 것이다. 4대그룹으로부터 받은 불법자금이 ‘0’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구분해서 말씀드린다.

출구조사가 확실히 필요하다. 11명의 의원에게 2억씩 전달했으면 722억의 불법자금 가운데 22억이 그렇게 쓰여진 것인데 나머지 자금은 어떻게 됐는지. 열린우리당에 참여하고 있는 안영근 의원의 증언에 따르면 지구당에서 1억2천만원의 불법자금을 지원받았다고 한다. 안영근 의원은 한나라당에서는 눈밖에 난 의원이었기 때문에 다른 지구당에도 이것만 갔다고 볼 수는 없다. 어쨌든 200, 300억쯤이 지구당에 간 것이다. 나머지 불법자금은 어떻게 쓰였는지. 혹시 검찰이 야당의 숫자를 눈치보고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인지. 이상수 의원에 대해서는 10년전 개인 계좌까지 모두 철저하게 조사했다는 얘기를 가족들로부터 들었다. 불법자금의 입구뿐 아니라 출구까지 깨끗하게 밝혀낼 필요가 있다.

4.15총선이 40여일 남았다. 세 가지 공천원칙을 갖고 있다. 최다 청정후보 공천, 최다 여성후보 공천, 최다 이공계 출신 후보 공천이라는 원칙을 갖고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시스템이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공천 역시 내부인사 절반 외부인사 절반이 참여해서 실질적으로 양심과 개인의 소신에 따라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씀드린다.

이번 선거에 한해서 우리당은 30%의 특례규정으로 두었지만 18대부터는 진성당원에 의한 100% 상향식 공천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최근에 서울 강서에서 상향식 공천을 했다. 현역의원인 김성호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깨끗이 승복했다. 이것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다. 열린우리당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저는 최근 한 여배우의 누드 파문으로 불거진 사건을 보면서 서글픈 심정이었다. 네덜란드의 안네프랑크 박물관을 가면 일본 관광객들도 눈물을 흘리고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방명록을 남긴다고 들었다. 들어갈 때는 관광이지만 나올 때는 반인권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20세기 초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는 20세기 초에 최악의 반인륜적 범죄가 저질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자각과 인지가 낮은 것 같다. 정신대대책협의회를 중심으로 해서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전당 건립 위원회가 조직되었지만 그 모금 실적은 너무나 미미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 모금운동에 앞장서겠다. 그리고 정부에 정식으로 예산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이 한국 정당사상 처음으로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을 전국적으로 직선한 다음날, 중앙위원들과 함께 효창원을 참배했다. 놀랍게도 한 정당이 공식으로 효창원을 참배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했다. 효창운동장이 예전부터 있는 줄 알았는데 50년대에 효창원을 인위적으로 훼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충격이었다. 열린우리당은 효창원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오늘은 한국대중문화의 획기적인 전화점이 될 것 같다. 가 천만명을 돌파한다. 아마 다음달에는 가 천만명을 넘게 될 것이다. 헐리우드에 대한 콤플렉스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한국인의 자부심을 우리 영화인들이 회복시켜줬다는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한국인의 저력은 대단하다. 낡은 정치만 걷어내면, 정치가 국민에게 주는 스트레스만 쓸어내면 우리는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것이다.


2004년 2월 19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