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 프레스포럼 이부영 당의장 기조연설문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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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아시아-유럽 프레스포럼 2004’에 참석하신 내외 귀빈 그리고 해외언론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 아시아 각국에서 몸소 한국을 방문해주신 데 대해 마음으로부터 환영합니다. 또한, 이러한 뜻깊은 자리에 초대되어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최근 북한의 양강도 폭발, 한국 핵물질 실험 등으로 한반도에 또다시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또한 그 누구보다도 한반도의 정세와 전망에 대해 관심이 많으실 것이고, 동시에 우리는 여러분들께 이를 설명하고 우리의 대북정책과 동북아 비전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와 협조를 구해야 할 필요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정세)

오늘 저에게 주어진 주제가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입니다만, 먼저 한국의 정치적 발전과 열린우리당의 지향에 대해 설명드리는 것이 주제인식과 공유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4월 개최된 총선은 한국 의회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개혁세력이 ‘원내 과반수 1당’으로 등장하였습니다.
비로소 실질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으며, 40년 만에 정치권의 주류세력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한국의 정치풍토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정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에 대해서 부당한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반시장적이라거나 좌파정권이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러한 오해는 경쟁세력의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합니다.

열린우리당은 전통적인 민주세력을 대표하는 집권여당입니다.
한국정치의 새로운 주류로써 우리당은 보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개혁세력을 대표하며, 과거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것입니다.

우리당은 정당간의 화해와 협력을 추구할 것이며, 보다 민주적이고, 질서있는 투명한 새로운 정치적 전통을 세워 나갈 것입니다.

선진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아직도 남아있는 구시대적인 시스템과 관행을 찾아내어 효율적인 것으로 고쳐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입니다.

우리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핵심적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만이 인간의 자유를 지켜주고 또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는 가장 정당하면서도 효율적인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자원의 보다 효율적인 배분을 통해 우리 경제는 더욱 시장중심적이고 시장친화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장경제의 투명성과 효율성 증대’, ‘투자활성화와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한 시대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産苦를 겪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과거사 정리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우리는 36년간의 일제 식민지와 동족상잔의 비극, 그리고 오랜 기간동안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했습니다.

불행했던 과거는 아직도 갈등과 반목의 깊은 상처로 남아 국민통합의 장애로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사를 진실규명하고, 화해하고 용서함으로서 국민통합을 이루고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국가보안법은 대표적인 과거의 낡은 유물입니다. 독재정권의 유지수단으로 악용되고, 인권을 억압했을 뿐 만 아니라 평화애호 백의민족의 민족성을 파괴하는 악법 중의 악법입니다.

우리는 탈냉전의 세계사적 흐름에 조응하고 변화․발전된 남북관계를 반영한 안보의 현대화를 위해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는 빠른 시일내에 형법을 보완하거나 대체입법을 통해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해소할 것입니다.

이 산고가 끝나면 대한민국은 더욱 힘차게 평화와 번영의 21세기를 향해 비상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여기에 참석하신 해외 언론인 특히, 유럽의 언론인 여러분들은 공감하시는 바가 크리라 믿습니다.

과거를 딛고 지금은 세계사를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의 교훈은 우리에게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남북관계)

다음으로 본 주제로 들어가 ‘남북관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모든 관심사는 ‘평화와 번영’ 입니다.

4700만 인구의 절반이상이 비무장지대로부터 70마일 이내의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고, 무역의존도가 61%나 되는 한국 현실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는 수출과 증시의 안정, 해외투자 유입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한 선결조건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1년반전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래 우리는 ‘평화와 번영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지속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남북간에는 활발한 대화와 교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년에만 각급 차원의 남북대화가 25차례 이상 열렸습니다. 작년 북측을 방문한 남측 인사들의 숫자는 금강산 관광객 7만4천명 외에도 1만6천명에 달했습니다.

또한, 1990년 1천3백만불였던 남북 교역액이 2003년에는 8억불에 이르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세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북한과의 경제교류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으며, 개성공단 건설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년 북측에 인도주의적 지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작년도 지원액은 총 8천7백만불에 달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도 매우 중요한 인도주의적 사업으로서 이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공사도 2004년과 2005년말까지 완료될 것입니다.

남북간 협력의 보다 구체적인 결실은 1953년 휴전 이후 처음 개최된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양측은 서해에서의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신뢰구축 조치에 합의하였고 비무장지대에서의 상호 비방활동도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남북간의 보다 큰 신뢰를 구축하여 세계에서 가장 요새화된 국경에서의 긴장완화를 도모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진전은 또한 지역 및 세계평화와 안정을 목표로 하는 다자노력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남북관계는 탈북자 문제와 조문 방묵 불허, 미하원의 북한 인권법안 통과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북측의 당국간 대화 및 일부 민간 교류 연기 등으로 일시 소강국면에 젖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 등 남북 교류협력 모멘텀은 유지해 나가되, 대화 재개를 위해 조급해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관성 있는 화해협력 기조위에서 북측 입장변화 등 상황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핵물질 실험과 6자회담)

최근 우리나라 일부 과학자들의 연구차원의 핵물질 실험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와 주변국이 예민하게 반응한 바 있습니다. 거기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부 외신들의 왜곡보도도 한몫을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에겐 핵무기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어떠한 농축 및 재처리 프로그램도 추진한 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NPT 당사국으로서 핵비확산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적극 지지하여 왔으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IAEA 안전조치협정 등 비확산 관련 의무를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금번 사건의 투명한 규명을 위하여 IAEA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며, 한-미-일 동맹에 대한 한 차원 높은 신뢰증진의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더불어 우리는 북핵문제에 대해 7천만 민족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어떠한 핵개발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의하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3차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초기단계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일정한 진전이 이루어 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핵폐기와 동결의 범위․검증․기간, 상응조치 등을 두고 참가국들 간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입장차를 해소하고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참가국들이 다양한 협의 기회를 활용, 건설적인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당은 적극적인 정당외교를 표방하고 미국, 일본, 중국과 만났으며, 금번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우리는 6자회담 틀 안팎에서 한․미․일 공조를 긴밀히 유지하고 중국 등 여타 관련국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왔습니다.

현 시점에서 4차 6자회담이 애초 합의된 대로 9월말 이전에 개최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는 4차 회담의 조속한 개최와 6자회담의 모멘텀 유지 그리고 논의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이러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간에 그 이후에 미국과 북한 관계가 첨예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우리의 입장은 북핵문제의 의미있고 중요한 진전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에서 어떤 시기에 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주변환경과 남북관계에 가장 유리한지를 깊이 고려하면서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동북아 번영과 한․중․일)

근대이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동북아 지역은 이제 세계석학들의 예견대로 세계 경제의 새로운 활력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역내 국가간 평화와 협력을 토대로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또한 중요하게 역내 국가간 안고 있는 역사문제, 국민간의 반감문제, 영토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일본이 한일합방과 각종 침략행위를 정당화한 역사교과서를 채택하고 독도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점과,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사 왜곡을 시도하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왜곡은 있을 수 없습니다. 역사에 대한 진지한 해석이 있어야만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중 모두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구현 및 한반도 통일과정에서의 불가결한 협력 파트너라는 점을 감안하여 단호하면서도 양국과의 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와다 하루키 동경대 명예교수는 한․중․일 역사와 영토문제에 대해 “새로운 지역주의의 철학을 대담하게 천명하고, 그 관점에서 하나 하나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일국 내셔널리즘을 뛰어 넘어 새로운 지역의 구성원으로서의 의식에 입각하는 신지역주의에 따라 나아가는 것이다”며 ‘동아시아공동체’ 해법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저는 와다 하루키 교수의 해법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베이징 올림픽까지 남은 4년 동안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북․일국교수립 실현, 남북경제협력을 진전시키면서 지역의 역사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해결의 토대를 만들고 각 국민의 감정을 융화시켜 영토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일 뿐 만 아니라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특히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쟁지향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협력적 관점과 자세로 북․일수교 등 한반도 평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 이니셔티브를 취하고 나가는 것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어)

저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와 흐름을 보면서 “아데나워는 서유럽의 마음을 샀고, 브란트는 동유럽의 마음을 열었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되새기고 있습니다.

서방정책을 추진했던 아데나워의 장기적 안목과 동방정책을 추진했던 브란트의 결단력이 없었다면, 그래서 아직도 동․서독을 가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유럽의 공동번영을 추구하고 있는 지금의 EU는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유럽의 탄생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한편으로 우리 동북아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시아-유럽 프레스포럼이 이러한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오늘 포럼을 주최하신 유민문화재단과 한국언론재단, 그리고 아시아-유럽재단에 감사드리며, 참석하신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9월 21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