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당의장 광주 특별기자회견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311
  • 게시일 : 2003-11-11 00:00:00

▷ 일 시 : 2004년 9월 10일(금) 13:30
▷ 장 소 : 광주 센츄럴 호텔

광주의 언론인 여러분, 서울에서 동행하신 언론인 여러분, 오늘 뜻 깊은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있었고, 제가 의장 취임 이후 5.18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어제 의총이 있었고,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심정을 모아서 광주에서 특별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 기자회견문
저는 오늘 오전 5.18 국립묘지를 참배했습니다. 군사독재자들에게 좌익폭도로 몰려 억울하게 살육당한 선량한 우리국민들이 잠드신 곳입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특별법이나 형법의 강화하기로 당론을 정했습니다. 이것은 한반도에 신 데탕트 시대를 여는 한편, 안보 불안을 느끼시는 일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뜻입니다.
시대착오적 사생결단식 자세는 나라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자는 것에 불과합니다.
세계가 이념대결을 넘어 국익을 위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때에 20세기 낡은 유물인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민족에게 21세기는 없습니다.
1990년 1천 3백만 달러였던 남북교역액이 2003년에는 8억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세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북한과의 경제교류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 금강산 관광객을 제외하고도 만 오천 명이 북한을 방문했고, 박근혜 대표 등 야당 지도자들도 김정일 위원장 등 북한의 정치 경제인들을 만나 협력하고 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의 사소한 접촉조차 처벌해야 하는 국가보안법 때문에 북한을 경유하여 중국과 러시아로, 유럽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우리의 꿈은 가로막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동북아 경제를 주도하는데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민족화해협력의 시대에, 세계경제 무한경쟁시대에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세계의 염원입니다.
유엔인권위원회와 미국 국무성,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도 폐지를 권고한 국가보안법을 고집할 까닭이 없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일제식민지와 동족상잔의 폐허를 딛고, 2004 올림픽 9위와 세계 12대 무역강국, IT강국으로 발돋움한 자신감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중심국가로 전진하기 위한 미래비전입니다. 미래를 가로막는 낡은 이데올로기 칼을 버리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新데탕트 선언입니다.
정권안보를 위해 고등학생, 문학 동아리까지 이적단체로 몰았던 야만의 주홍글씨를 씻고 문명시대로 나아가는 역사적 전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형법강화나 특별법으로 신 데탕트 시대에 대응하려는 우리당 당론을 안보의 무장해제라고 왜곡했습니다. 야당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지만 무작정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선동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고 해서 안보가 불안해지지 않습니다. 흔들리고 불안한 것은 냉전․수구세력의 기득권이고 대한민국은 더욱 안정될 것입니다.
우리당은 일관되게 국가안보와 민주체제 보호에 필요한 내용을 형법강화 내지 특별법으로 제정할 것임을 밝혀 왔습니다.
적극적인 이적행위나 친북행위 등 명백한 불법행위를 제어하는 대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우리는 9월 말까지 국민토론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형법 강화로 할 것인지 특별법을 제정할 것인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형법강화냐 특별법 제정이냐 구체적인 논쟁 속에서 국민들은 구시대 유물인 국가보안법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구시대의 마지막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냉전의 낡은 외투는 벗어버려야 합니다. 후손들에게 과거에 얽매어 미래를 외면한 부끄러운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이 국민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이루어 가겠습니다.
국가보안법 대신 시대 상황에 맞는 새로운 법을 선물하여 안보의 수준을 한 차원 격상시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미래의 수레바퀴를 함께 이끌어주십시오.
냉전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안보 불안 없이 화해와 협력, 민족번영의 시대를 열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질의응답
- 질문 (KBS 이석호 기자) : 기자회견문에 국가보안법 때문에 북한을 경유하여 중국과 러시아, 유럽으로 진출하는 것이 가로막혀 있다고 하셨는데, 교류협력법으로는 안되는 것인지, 국가보안법이 어떻게 가로막고 있는지 말씀해 달라.
- 교류협력법이 있기는 하지만 일일이 정부의 허락을 얻어야 하거나 제약이 있다. 경제협력이나 투자를 하려고 해도 돈을 주고받는 투자협정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잘못하면 국보법 제재사항이 된다.
남북관계가 좀 더 진전이 되어야 하는데 국가보안법이 있으면 언제든지 되돌려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애매하고 이어령비어령식의 적용이 가능한 의도적인 애매성이 있었다. 그런 것을 좀더 확실하게 해서 정치적 해석의 위험성을 배제한다는 뜻이다.

- 질문 (광주방송 이준석 기자) :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면 북한의 어떤 법이 국보법과 비슷하다고 보는지, 그 법의 폐지를 위해 북한 당국자간 대화가 있는지 말씀해 달라.
- 북한의 법체계에는 법은 아니지만 노동당 규약이 있다. 대남 적화통일을 규정한 노동당 규약이 있다. 우리 국가보안법 처벌조항에 해당하는 형법 조항이 있다.
북한은 노동당 규약이나 형법을 바꿀 의사를 보이고 있지 않다. 아시다시피 남북한간 국력의 격차는 20배, 30배라고 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상당히 벌어져 있다. 최근에 유럽을 다녀왔는데 그 곳에서 북한 공관이나 기관원의 활동은 정지되어 있다. 해외에서도 남북간의 경쟁은 의미가 없는 상태로 가고 있었다.
지난날 냉전대결 시대,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던 시대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던 시대였다고 본다. 이제는 화해교류협력의 시대, 한반도에도 신 데탕트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이때에 여러 분야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냉전체제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체계를 갖춤으로써 남북간의 정통성 경쟁에서 결정적 우위에 서게 되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본다.
이것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응하는 조취를 취할 것을 북한에 요구할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본다.

- 질문 : 왜 기자회견을 광주에서 하는 것인지? 박근혜 대표가 대표직을 건다고 했는데, 이부영 의장은 뭘 걸 것인가?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 거의 60년 가까이 유지되어 왔던 냉전체제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을 청산하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은 속전속결로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제가 그동안 정부에서 공안업무에 종사했던 여러 기관 분들을 쭉 만났다. 경찰, 검찰, 법무부, 기무사, 국정원 또한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분들을 만났다. 어제 의총에서 발표하기 전에 그분들에게 우리당이 가지고 있는 복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재향군인회나 성우회분들, 정부의 기관원 분들은 말할 것도 없이 모두 알고 있던 것 보다 우리당이 국민 불안을 걷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이해를 얻었다. 저희들은 저희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만 만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보안법 폐지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을 만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더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다.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더 만날 것이다. 속전속결이라는 말은 이 일을 처리하는데 합당한 처사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유를 말씀드리겠다.
어제 박근혜 대표가 기자회견을 했다. 박근혜 대표는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가안보를 무장해제 시켰다는 표현을 했다. 이런 잘못된 표현이야말로 국민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되 특별법을 만들거나 형법에 모든 내용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마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휴전선을 활짝 열어놓는다는 표현을 했다. 이런 표현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처사가 아니고,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이라는 생각에서 오늘 광주에 오는 길에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아울러 기자회견을 갖기 전에 5.18 국립묘지를 방문할 계획이 있었다.
모두에게 말씀 드렸듯이 군사독재자들에게 좌익폭도로 몰려서 억울하게 살육당한 선량한 우리국민들이 잠드신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이곳에 참배하는 사람들의 머리에 국가보안법이 남아있다면 이곳에 오지 못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존치하자고 하면서 이곳을 참배하는 것은 양심을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질문 : 어제 청와대를 다녀오셨는데, 당론결정에 대한 어떤 의견 교환이 있었나? 그리고 어제 사회원로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달라.
- 어제 청와대 모임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천정배 원내대표가 원내를 책임지고 개혁입법을 해갈 텐데 어떤 개혁입법이든 당이 책임지고 주도해야한다. 정부는 정부의 입장이 있고, 결국 법을 만들고 고치는 일은 국회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이 주도해서 잘 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씀이 있었다.
사회원로들이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 대해 말씀이 있었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반미 좌익 세력이 권력을 손아귀에 장악했다’는 표현을 봤다. 저는 그 원로들께서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다. 그리고 그 분들의 노고에 대해 항상 경의를 표하는 사람이다. 다만 저는 그분들이 현역에서 활동하셨던 시대, 냉전시대의 잣대로 오늘의 시대를 재단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 분들이 활동하시고, 나라를 발전시키시던 시대는 남북이 대결하고,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는 남북이 화해교류와 협력을 하는 시대이고, 그것을 통해서 서로 더 잘 살고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 가도록 노력하는 시대이다. 이제 한반도에도 더 이상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을 모두 가지고 있고, 심지어 남북 군사회담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때에 냉전의 잣대로 이 시대를 재단 할 경우에는 누구에게도 행복이나 밝은 미래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한다.
원로들께 이런 사례를 한번 생각해 보십사 하고 청하고 싶다.
똑같이 분단이 됐던 동서독의 경우 서독의 아데나워 수상께서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과 손잡고 유럽대륙의 안정을 이루어 냈다. 그리고 독-불간의 안정체제를 근본으로 해서 동서독간의 이상가족면회, 서신교신을 이루어 냈다. 여러분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아데나워 수상은 독일 기민당을 만든 가장 대표적인 보수정치인이었다. 빌리 브랑트의 동방정책을 이어받은 헬무트 슈미트 등은 사민당 정권의 담당자들이었다. 그러나 사민당의 동방정책을 통일로 연결시킨 사람은 기민당의 헬무트 콜이었다. 보수정치인 중의 보수정치인이었다. 민족과 나라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서 비록 사민당 정권이 추진했던 동방정책을 성공적 결말로 이끈 사람은 보수정당의 헬무트 콜이었다. 저는 일제 식민지를 거쳐서 통한의 분단,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이끈 이 나라에 과연 왜 아데나워나 헬무트 콜 같은 정치인은 나올 수 없는가 하는 질문을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 어제 시국선언을 한 원로들에게 드리고 싶다.

◈ 강기정 의원
이부영 의장에게 무엇을 걸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이것은 순리대로 가는 것이지 무엇을 걸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표께 한 말씀드리고자 한다. “박근혜 대표님 과거사 청산에 대표직을 걸어야 합니다. 실현불가능한 국가보안법 폐지 저지를 위해서 대표직을 거는 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입니다. 과거사 청산에 대표직을 걸어 주십시오.”

※ 이부영 의장 5. 18 국립묘지 방명록 기재 문구 -
“5. 18 영령들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민주평화통일 조국을 이루어 내겠다는 결의를 밝힙니다.”


2004년 9월 10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