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편리한 당이다. 실컷 욕하고 모욕해 놓고도 연극일 뿐이라며 끝이다.
이 당이 정녕 패러디 사건에 광분하던 그 당이던가?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속의원들이 릴레이 기자회견까지 하며 사과와 인책을 강력히 요구하던 그 당이던가?
어느 네티즌이 만든 패러디물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몇 시간 올려져 있었다는 이유가, 국회의원들이 직접 만들고 당의 공식행사에서 소속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한 것 보다 그렇게도 대단한 잘못이었던가?
그것이 당신들의 잣대인가? 박근혜 대표는 패러디의 대상도 될 수 없지만, 대통령은 육두문자로 짓밟혀도 되는 존재란 말인가?

참 편리한 당이다. 당 대표에 대한 그 어떤 문제제기도 “나가라!” 한마디면 끝이다.
군사독재와의 투쟁 경력, 민주화 인사라는 자화자찬을 달고 살던 사람들도 박근혜 대표가 한번 발끈하면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과연 누가 무엇을 떼야 하는가?

당신들의 연극에서 보여준 성적 비하 내용은, 사실 한나라당내 문제제기파 의원들에게나 어울리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기에 일반 국민들조차 입에 담지 않는다. 하물며 의원 나리들이 대통령에게 그런 표현을 쓰다니. 정말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태조 이성계는 무학대사에게 ‘돼지’라고 욕했다가,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인다’는 대사의 일갈에 사과하고 끝낸 일이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스스로 지도자가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사과하라!
그게 속 좁아 보이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2004년 8월 30일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김 형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