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박근혜 대표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44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참여정부의 국가정체성을 거론한 것은 매우 중대한 발언으로 분명하게 따지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 생각하여 제 생각을 밝힙니다.

박근혜 대표는 우선 유신독재에 대한 입장부터 밝히셔야 합니다.

박근혜 대표는 우선 현재의 대한민국 정체성은 강권통치의 수단이었던 유신헌법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지키려는 민주헌법에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에 기대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후보로 떠오른 박 대표가 아버지와 분리해서 생각해 달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입니다. 박 대표가 “아버지와 분리해서 생각해 달라”고 하려면 우선 유신독재에 대한 분명한 입장부터 표명해야 합니다.

박대표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박 대표가 말하는 국가정체성은 반공독재체제를 말하는 것입니까? 유신시대 헌법과 관련한 말만 해도 범죄로 다루고, 국가보안법으로 잡아들이고, 민주인사들을 내란죄로 몰아 고문해 죽이던, 모든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고 인권을 짓밟던 시절, 국민들이 숨도 쉬지 못하게 하던 공포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입니까? 야당 대표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납치해 수장시키려 했던 그 암울했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입니까?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시대의 흐름인 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과거 군사독재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입니까?

또 한 가지 묻겠습니다. 대통령의 어느 행위를 가지고 국가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입니까? 우리당에서 친일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자고 하니까, 그것 하지 말자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청와대를 끌어들이지 말고 우리당하고 붙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친일행위 진상규명에 대해 토론을 제안합니다.

박 대표는 야당의 대표가 되어 국가지도자를 넘보는 위치에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가지도자가 되려면 그릇된 역사 정리 작업에 동참하십시오. 그리고 아버지의 독재, 역사적 과오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십시오.

유신시대로 다시 돌아갈 순 없습니다.

박 대표가 대통령직을 잘 안다고 했는데, 그것은 아버지에게서 배운 유신의 잔재일 뿐입니다.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던, 헌법을 짓밟은 아버지를 도왔던 사람이 지금 국가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입니다. 국가의 정체성은 헌법에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국민들이 언제든지 제소할 수 있고,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표에게 다시 한번 당부 드립니다.

박대표는 책임있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진정으로 국가의 안위를 걱정한다면 정치권과 국민 모두와 함께 고민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여야가 대화를 통해 난국을 수습하고 국민의 안녕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주시길 바랍니다.

2004년 7월 23일
유 인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