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가 전면적 사상투쟁이라니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51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박근혜대표가 ‘정부가 국가정체성을 흔들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했다. 전면전이라니.

지난 19일 박대표의 출범에 걸었던 기대가 무리였음이 너무 일찍 확인된 것이 아쉽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최소한 121석의 한나라당 박근혜대표가 국정의 동반자로서 박정희 전대통령의 후광과 개인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성숙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보이고 국정의 중심에서 비판과 대안세력으로서 성실한 야당으로 자리 잡고 회색지대에 안주하지 않고 실천하는 야당으로서 역할을 기대했었다.

박대표는 “한나라당은 과거와 싸우지 않고 미래와 싸워야한다”며“10년 20년 후에 대한민국은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무엇을 준비하고 외교안보전략을 준비할 것인가의 지혜역량을 모으자”고 했다. 그런데 정작 통일시대를 대비하자면서 국가보안법은 유지하고 색깔론으로 전면전을 벌이자는 것인가.

새 대표에게 새로운 야당성을 주문했더니 느닷없이 케케묵은 색깔론과 사상투쟁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박대표가 대표수락연설에서 표방한 선진화가 이런 사상투쟁이나 정체성을 둔 전면전이라면 우리는 차라리 선진화대신 구석기시대로 가서 허망한 이념싸움 없이 살고 싶다.

우리는 국민 개개인의 인권과 창의성을 함양하고 이를 토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만발할 수 있도록 과거의 반민족적행위를 정리하고 부정부패 등을 일소해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를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공명정대한 사회를 만드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대표의 언급은 최근 의문사위, 국가보안법 폐지추진, 북방한계선 관련문제에 비춰보아도
가당치 않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작업은 친일부역세력의 득세로 인해 미뤄져온 현대사의 민족적 숙제를 푸는 일이요 의문사위는 과거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통치에 맞서다 일어난 인권유린사건의 실상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민족을 팔아먹어도 방치하고 하늘보다 귀중한 인권이 폭압정치로 유린되어도 방기하는 사회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선진화한 국가 정체성인가.

박대표가 언급한 바대로 ‘미래와 싸우기 위해서’는 과거를 바로 잡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 잘못된 과거를 멍에처럼 안고 가는 미래가 어떻게 제대로 펼쳐지겠는가.

NLL문제는 군의 작전보다 보고체계상의 문제를 지적한 사안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할 군이 최전방 최일선에서 벌어진 작전상황을 적당히 뭉개고 난 연후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식의 군대가 ‘박근혜식 국가정체성’인가.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정치입문 이전에 칼럼에서 “암울하고 숨 막혔던 그리고 공포에 가득 찼던 박정희 시대를 기억한다. 아버지 박정희를 떠나 정치인 박정희에 대한 극복이 정치인 박근혜에게 반드시 거쳐야할 통과의례”라고 지적했듯이 박대표에게 여전히 ‘아버지 박정희의 언덕’은 넘지 못할 한계가 아닌가 싶다.

박대표와 한나라당에게 묻는다.

수구보수만이 국가 정체성인가. 친일부역, 개발독재, 냉전 반공이데올로기, 지역주의, 국가보안법유지, 남북한간 갈등조장과 전쟁공포와 공멸을 지향하는 것이 한나라당과 박대표가 지향하는 국가정체성인가.

시대는 21세기다. 박근혜대표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전면전부터 먼저 선포하라.

2004년 7월 22일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이 평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