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짜 분개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838
  • 게시일 : 2003-11-11 00:00:00
자칭 ‘민족지’들의 위기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역사와 민족 앞에 얼마나 두려우랴.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건 아니다. 비록 자진 철회하긴 했으나 밤사이 인터넷에 올랐던 조선일보의 사설은 일반 사설의 3배에 달하는 그 길이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나 가히 충격적이다.

먼저 세계역사에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와 재단하려는 일은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했던데, 당연히 세계 역사에 그런 일은 드물다. 반민족적 행위에 대한 처단을 100년이나 미룬 나라가 없을뿐더러 그 시효도 무한대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지난 세월이 무슨 상관인가. 천년이 더 지난 고구려 역사도 바로 잡기 위해 온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는 판에 겨우 백년이 지난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데 왜 그리 난리를 치는가.

‘국회를 통과한 법률을 시행도 하기 전에 이례적으로 개정하는 집권당의 조급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는데, 16대 국회 마지막 날 다수당이던 한나라당의 집요한 반대공작으로 누더기가 된 법률을 원안대로 정상화시킨 것이 아니던가.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이 정권의 도덕성과 정체성을 의심한다는 대목에선 정말 이 신문이 대한민국의 신문인지 일본의 신문인지를 의심케 한다. 설마 아직도 ‘범인 이봉창은 현장에서 체포됐고, 천황폐하는 다행히 무사하시다’는 식의 기사를 싣고 싶은 것인가.

이 같은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가 김일성-김정일 세습 독재체제에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쓰면서까지 덮어씌우기를 하는 내용에선 왠지 측은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마지막으로 '이 법안을 강행해 나가는 이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민족미래를 훼손하는 일을 막아내는 데서 이 시대 언론의 사명을 찾을 생각이다‘고 했는데,
자칭 ‘민족지’들이여! 부탁이다. 언론의 사명은 다른 언론사에서 충분히 찾은 듯 하다. 당신들은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부터 먼저 찾기 바란다.

늘 체제수호를 외쳐 온 당신들이 진짜 분개해야 할 대상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라며 공공연히 쿠데타를 선동하고 있는 체제전복세력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왜 그리 엉뚱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2004년 7월 15일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김 갑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