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기자회견문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403
  • 게시일 : 2003-11-11 00:00:00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5월 17일, 오늘은 제가 열린우리당의 당의장에 취임한 지 꼭 128일째 되는 날입니다. 넉 달이 조금 더 되는 이 기간은 저 개인에게 있어서나, 우리당에 있어서나,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폭풍처럼 지나간 날들이었습니다.
질풍노도와 같은 민심의 바다 한가운데서 때로는 외로운 섬의 심정으로, 때로는 거대한 파도와 맞서 싸우는 선장의 심정으로 당의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해 왔습니다. ‘사즉생’의 각오로, 이기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죽겠다는 생각으로 뛰어 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역사가 바뀌었습니다. 좌절과 고통 속에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이라는 대의를 내걸고 외롭게 시작했던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다시 국민의 곁으로 돌아 오셨습니다.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열린우리당의 당의장직에서 물러나 평범한 평당원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4월 12일,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면서 선거가 끝나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제 2기 참여정부가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열린우리당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원이 주인되는 당을 건설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듯 우리당의 모든 것이 당원에 의해 결정되는 상향식 의사결정구조를 완성해야 합니다. 저 또한 평당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에 충실할 것입니다.

지난 선거기간 민심으로 얻기 위한 치열한 선거전에서 저의 허물이 본의 아니게 많은 분들께 아픔을 드린 점에 대해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반성하겠습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당의장 취임 이후 지난 몇 달간 수많은 민심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묵묵히 땀 흘리며 성실하게 살고 있는 우리네 서민들을 만났던 기억들을 평생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투박한 두 손으로 제 손을 꼭 잡으며 제발 싸우지 말고 민생 좀 챙기라던 시장 할머니의 물기어린 눈빛,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정치란 폭풍의 언덕을 넘어 희망의 빛을 찾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치인의 인생은 몽골기병처럼 달릴 때도 있지만, 소달구지처럼 논길,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갈 때도 있는 것입니다.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살겠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글을 잠시 떠올립니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저 스스로 ‘희망’이, ‘새길’이 되기 위해,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에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진정으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렇듯 훌륭한 기회를 부여해 주신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 5. 17. 정 동 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