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제시한 정치개혁안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 때문에 지지부진하던 정치개혁이 이번 기회에 진척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정치개혁은 그 내용이 우리 기대와 다르다.

정치개혁 선언 이후 한나라당이 한 일은 특검법 국회 기습 상정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는 기획된 야당 죽이기’라는 선언뿐이다.
정치개혁 선언 이후 후속 조치를 기대하던 우리는 당혹스럽다.
특검법의 국회 기습 상정은 한나라당식 정치개혁의 제1탄이고, ‘검찰 수사는 야당 죽이기’라는 망언은 정치개혁의 제2탄인가?

결국 한나라당 정치개혁의 본질은 검찰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꼼수’로 보인다.
정치개혁 카드로 관심을 돌리고, 특검으로 검찰 수사에 맞불을 놓으면서 이 국면을 넘기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전술이다.

검찰 수사의 창을 막아보려고 한나라당이 특검이라는 방패를 집어들었지만, 그 무기는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얼른 폐기하는 것이 한나라당이 사는 길이다.

불법정치자금의 최대 수혜자는 한나라당이지만, 이번 대선자금 수사 국면을 단지 한나라당 죽이기라는 단세포적 사고로만 접근하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지금은 정치권 전체의 위기 국면이다.
우리당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정치개혁에 나설 것을 다짐한 바 있다.
한나라당도 야당 죽이기라는 구시대적 논리로 상황을 재단하면서 고립과 비난을 더욱 자초하지 말고, 과거의 불법행위를 고백해야 한다.
아울러, 불법정치자금 근절을 위한 정치 개혁 작업에 최소한의 보조라도 맞추기를 기대한다.


2003년 11월 5일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보부실장 최 동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