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박지원 원내대표, 대통령 담화 관련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 일시 : 2010년 5월 24일 10:00
□ 장소 : 본청 원내대표실
■ 박지원 원내대표
오늘 아침 8시 반에 주호영 장관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을 받았다. 우상호 대변인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몇 가지 점을 말씀드리고자 간담회를 열었다. 와 주셔서 감사하다.
대국민 담화문을 보면 대통령이 확정적으로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대응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신중한 톤이였고, 큰 틀에서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이 역류와 개성공단 등의 문제를 자세히 언급한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또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공동번영·평화통일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의 언급은 하나도 없다. 아울러 남북이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남북 대결로만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갖게 했다. 구체적 조치로 우리 해역에 어떤 해상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이 과연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충격을 줄 수 있을까. 물론 북한도 손해가 될 것이다. 잘 아시다시피 2005년 8월에 남북 해운합의서가 서명돼 지금 이행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 선박이 중국이나 러시아로 갈 때 북한의 영해를 많이 통행하기 때문에 우리 측의 손실이 크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강산 관광 때도 그랬고 개성공단 문제도 그렇다. 개성공단에는 4만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 하고 있지만, 개성공단에서는 개성 물이나 마시지 사실 초코파이까지도 다 우리가 가져가고 있다. 여기에 관련된 중소기업 소상인들이 12만명 일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북한은 4만명의 일자리를 잃지만, 우리도 결과적으로 12만명의 일자리를 잃는다. 북한의 배가 제주해역을 통과하는 것보다, 우리의 상선들이 중국과 러시아를 가면서 이용하는 것이 훨씬 크다. 해운합의서를 파기하는 것이 실리가 있는 조치인지 의문이 든다.
안보리 상정 문제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이미 보도돼 알고 있지만 미국은 ‘OK’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응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의문이다. 과거에 북한이 광명성 2호를 발사해 UN안보리 제재 1718호가 이뤄진 것이다. 2009년 핵실험 후에 1814호 제재가 계류됐다. 그러나 이때도 중국에서 미국 정부에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고 해서 사실상 효력이 미미했다. 다시 말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한 미미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번 안보리 제재도 거듭 말씀드리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응할지, 안보리 의장 성명 정도에서 끝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지금도 천안함 사태와 6자회담을 분리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의문이 든다. 국방부로서는 도발을 응징하겠다고 계속 말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 자체도 전쟁의 위협이 있기 때문에 미국군이 절대 반대하고 있다. 우리도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 결국 동해안이나 서해안에서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억지 효과 보다는 우리 국방 부담의 증가가 우려되는 내용이다. 미국이 말하는 경제적 제재 조치만 하더라고 2005년 9월 BDA, 2500만 달러를 압류했다. 그러니까 북한이 강력히 반발해 2006년 10월 9일에 핵실험을 하게 됐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깜짝 놀라 비공개 북미 간 대화를 해, 2007년도에 2.13 합의가 나왔다. 북한은 압박하면 반발하고 더 큰 사고치고, 미국은 더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화로 들어가는 것은, 우리의 경험과 역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국내 정치, 선거에는 성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왜 발표 시점이 오늘 힐러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때인가. 천안함 사태만 하더라도 선거운동이 개시되는 20일에 왜 발표 했는가.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을 담화로 압박해, 중국도 끌려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 선거용이라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다.
한편 중국은 한국을 인식하는 미국 입장을 고려해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번에 수긍하는 자세를 취할 수도 있지만, 선거 후에 중국이 의도하는 대로 전개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4대 강국으로 둘러싸인 나라기에 때문에 ‘도랑에 든 소’다. 이쪽 풀도 먹어야 하고 저쪽 풀도 먹어야 한다. 이러한 것을 잘 생각해 외교를 해야 된다. 남북 관계는 한번 무너지면, 복원도 어렵고 6자회담으로 가기도 어려워진다. 잘 아시다시피 중국이나 미국이나 세계 모든 나라가 중시하는 것은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60년 전 6.25로 돌아갔다고 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만약 10년 전 6.15로 돌아갔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 심히 유감스럽다.
민주당은 북한과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우리도 너무 과격한 대응을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 및 경제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은 냉정하게 대처하겠다. 따라서 오늘 오후부터 있는 국회 천안함 진상조사특위를 활발히 가동시켜, 모든 자료와 정보·사실을 검증하면서 공개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겠다. 9.11 미국테러만 하더라도 초당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년 만에 백서를 냈다. 따라서 국회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는 물론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과 세계가 신뢰하는 초당적 기구로, 과학적 검증과 향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마디로 얘기해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는 선거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대응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한 것은 환영한다고 정리한다.
대통령이 처음으로 우리 군도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천안함 사태가 3월 26일 일어난 후 한 번도 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우리 정부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인정하게 됐다고 하면, 참으로 우리 국민은 실망과 함께 안보무능과 구멍이 뚫린 경계 태세에 대해 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주인이 시장에 좋은 가게를 맡겨놓고 장사 잘 하라고 하니까, 돌아다니다가 도둑맞고 나서 책임 안 지는 것과 같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휴식하고 있는 시간에 공격했다고 하지만, 안보에는 휴식이 없다. 대통령이 솔직하게 군도 잘못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솔직한 마음은 인정하지만 절대 책임은 면할 수 없다. 안보무능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되고,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고 합참의장 등 군 지휘라인은 군법회의에 회부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다시 한번 요구하는 바이다.
2010년 5월 24일
민주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