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이강래 원내대표 긴급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이강래 원내대표 긴급 기자간담회
□ 일시 : 2009년 12월 27일 오후 7시 10분
□ 장소 : 국회 원내대표실
■ 이강래 원내대표 모두발언
혹시나 하고 갔다가 역시나 하고 왔다. 솔직히 이야기를 끝마치고 나온 것이 아니라 얘기하다 벽에 막혀 답답한 심정으로 혼자 나왔다. 제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이유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야기 도중 박차고 나와 의장실의 발표만으로 상황전달이 정확치 않을 것 같아 직접 전달하려고 한다. 짧게 그 안에서의 대화 내용과 저의 소감을 말씀드리겠다.
수자원공사에서 하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이것을 국토부 예산으로 돌리고 보의 숫자, 높이, 준설양을 줄이고 조정해서 내년 2월에 추경안으로 가져오라는 저의 협상안에 대해 안상수 대표는 ‘수용할 수 없다. 더 이상 이야기 할 가치가 없다’고 거부의사를 공식적으로 천명했고, 한나라당의 기본입장은 4대강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부분은 더 이상 논의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저와 김형오 의장, 안상수 대표와 수공사업의 내용에 대해 의견교환이 있었고 상충된 주장과 논의만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놀라운 것은 김형오 의장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인식이다. 김형오 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와 상황인식과 거의 흡사한 것 같다. 4대강 사업,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지 않는 한 그것이 왜 운하냐? 제가 명백하게 낙동강 마스터플랜을 통해 수공에서 하려는 것은 준사업이고 배를 띄우기위한 목적이라고 얘기하니 ‘배를 띄우지 않는 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배를 띄워야 한다.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는 태도를 취해 상황인식이나 문제를 보는 시각이 너무 달라서 논의 자체를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민주당이 무엇을 고민하고 민주당의 주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2:1로 얘기하는 꼴이라 중재하려는 것인지 2:1로 강압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인식과 태도로 임했다. 중재하겠다는 자세나 노력, 또 중재를 위한 준비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안한다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 대운하를 안한다면 국회도 그렇게 인정하고 선언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인식이었다. 제가 너무 기가 막혀 조목조목 설명했지만 두 분에게 마이독경식으로 들렸다. 짧게 제 소회를 말씀드리면 안상수 대표의 태도로만 보면 한나라당은 강행처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고 수순 돌입에 들어간 것 같다. 내일부터는 강행처리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다된 것으로 느꼈다. 김형오 의장도 하고자 하는 것은 중재가 아니라 중재를 빙자한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 축적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만남이었다.
대치국면에서 김형오 의장의 헌신적 노력으로 야당이 왜 몸부림치고 여론조사에서 전체국민의 70%이상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응답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없이 자기로서는 양당 원내대표를 같이 불러 앉히는 것만으로 중재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모양 갖추기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이렇게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준예산 발언 때문에 두 분이 그렇게 움직이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안상수 대표께는 이명박 대통령의 준예산 발언이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강행처리하라는 명령으로 들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되고, 김형오 의장이 금년 안에 처리가 안 되고 준예산 상황이 오면 자기가 사퇴하겠다는 말도 거기에 대한 화답이고 모든 것 걸고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논의였다.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기 그지없는 심정이다.
2009년 12월 27일
민주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