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제87차 의원총회 모두발언
제87차 의원총회
□ 일시 : 2009년 7월 20일 09:00
□ 장소 : 본청 예결위회의장
■ 송영길 최고위원
야당 역사상 3번째로 제1야당 총재가 단식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세균 대표의 단식투쟁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박수 한번 쳐 주시기 바란다. 전혜숙 의원님에서 말씀하셨듯이 김충조 의원님께서 모범을 보여주시고, 그리고 박지원 의원님께서 실력 발휘해 민주당의 후배들에게 커다란 비전을 주신 것 같다. 이번 계기로 또 한번 똘똘 뭉쳐 민주당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핵심세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어제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된 시국대회에 참석해 정세균 대표의 뜻을 전달했다. 그리고 용산참사 현장의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용산참사로 돌아가신 다섯 분의 시신이 냉동고에 안치 된지 벌써 6개월이 된 날이다. 오늘 희생자 가족들이 시신을 메고 청와대로 행진하는 안타까운 일이 시행될 것 같다. 참담한 상황이다. 또 쌍용자동차에 오늘 공권력 투입이 된다고 한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민생현장의 눈물을 닦아주러 가야 하는데 그런 여유조차 없다. 국회에서도 직권상정을 통한 의회민주주의 파괴가 자행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래서 오늘 긴급히 11시에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당원들이 국회본회의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하기로 했다.
어제 김형오 국회의장께서 미디어법은 민생법안이 아니고 조중동의 진입여부를 결정하는 법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런 수해 피해와 민생이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여당 내부의 반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상정을 강행한다는 것은, 김형오 의장 스스로의 말에 모순되는 것이고 의회민주주의에 조종을 울리는 일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에 대해 반대의 뜻을 표시했다. 지난 대통령 경선 과정에 이명박 후보의 여러 가지 의혹이 많았다. 제대로 검증 안 된 상태에서 반사효과로 당선된 것이다. 당장 한나라당 내부 경선에서 조차도 후보의 여러 가지 의혹이 특정 언론의 비호에 의해 사실상 방치됐고, 특정 여론조사 기관의 불공정한 여론조사에 의해 실패한 경선 과정을 거쳤던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이 미디어법이 어느 특정언론이 여론을 결합하고 그것이 권력과 결탁 됐을 때 어떻게 민의를 왜곡시키고, 정당의 후보 경선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됐던 권력자가 특정언론과 결탁해서 여론을 지배하게 됐을 때 선출된 권력이 민의와 민주주의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피부로 경험했기 때문에, 이 미디어법은 단순한 사회문제가 아닌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한나라당 의원님들은 지난번 국가보안법 폐지 직권상정 논란이 됐을 때, 온몸을 던져서 직권상정을 반대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직권상정을 막고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양심을 부탁드린다. 민주당은 대표님의 단식을 계기로 똘똘 뭉쳐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사명으로 열심히 투쟁하자.
■ 이강래 원내대표
정세균 대표께서 어제 큰 결단을 하시고 지금 이 시간 대표실에서 단식을 하고 계신다. 민주당의 대표로서 단식을 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 자리에 계신 동료의원님들도 함께 하시는 것과 다를 바 없고 200만 당원들도 한마음·한뜻으로 동참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께서 어제 단식 결단을 하시기까지 많이 고뇌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저 무도한 사람들의 불의를 꺾을 수 있을 것인지, 야욕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큰 고심 끝에 결단했다. 그 결단 속에는 동료 의원님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하는 지도자로서의 배려도 담겨있다. 원내대표로서 어제 잠자리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정세균 대표의 단식을 풀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저한테 있는데, 난국을 풀어 고생을 덜 시켜드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고민이 많았다. 이 자리에 계신 의원님들도 한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고통스런 눈으로 국회를 쳐다보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회가 국민과 나라를 걱정하는 국정의 중심이고 민주주의의 성군이 돼야 할 텐데, 거꾸로 국민들이 국회를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한나라당이 무도한 짓을 하고 국회를 난장판·싸움판으로 만들고, 국정 자체를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이 대오각성해서 미디어악법을 철회하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 한나라당이 그렇게 할 자신이 없으면 이명박 대령이 나서서 해야 한다.
어제 정세균 대표께서는 많은 고심 끝에 영수회담을 제안했는데, 청와대의 반응은 너무 즉각적이었다. 야당 대표가 엄중한 시국에 영수회담을 제안하면, 최소한 심사숙고하고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것이 정치도리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즉각적으로 거부하는 청와대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청와대에 근무를 해봤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야당을 대표해서 하는 제안을 어떻게 일거에 거부하는가. 지금부터라도 청와대가 국민의 진정한 목소리를 깨달아 영수회담을 수용하고, 미디어악법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정의 난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도록 결단을 진심으로 촉구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하는 중도주의·서민위주의 정책이 말이 아니라 실제로 가려고 한다면, 정세균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통해서 해답 찾기를 진심으로 경고한다. 다시 한 번 청와대의 결단과 바른 생각을 촉구한다.
어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직권상정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커다란 화제가 되고 있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혼비백산해 혼란 상태에 빠진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의 주장은 너무나 당연하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의 민심은 여론일 수밖에 없다. 여론이 가리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직권상정하고 강제로 날치기 처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직권상정에 의한 강압처리를 반대하는 여론이 80%를 넘고 있다. 직권상정이라도 해서 이것을 꼭 해야 한다는 여론은 15%도 안 된다. 이것을 분석해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조차 직권상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70%를 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직권상정에 동조하고 동참하겠는가. 박근혜 전 대표의 어제 발언은 지극히 정상이며, 한나라당 지도부가 현실과 민심을 외면하고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나라당은 직권상정 날치기 강압처리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갈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을 호도하려는 것을 보면서, 그것은 민심을 왜곡하는 일이라고 말씀드린다. 결코 강압처리하거나 날치기 처리하게 되면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후폭풍과 국민적 저항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의 바른 판단을 거듭 촉구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어제 미디어악법의 본질에 대해서 정확하게 한마디로 압축해서 잘 평가했다. 김형오 의장 표현대로 결코 미디어악법은 민생법안이 아니다. 미디어악법을 처리 안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망하거나 국민생활에 커다란 불편을 주거나 재난이 돌아오지 않는다. 시급한 법이 아니다. 어제 김형오 의장 표현대로 ‘조중동을 방송시장에 진입하게 할 것이냐 하지 말 것이냐’가 핵심이고, 조중동이 방송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신문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방송에서도 똑같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정언론이 신문시장을 장악해 여론을 호도하는 상황을 방송에 확대해, 한나라당이 언론탄압하고 언론환경을 유리하게 만들어 정권유지하고 정권재창출 하겠다는 목표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김형오 의장은 이것을 협상·타협하라고 했지만, 타협하거나 협상할 내용이 아니다. 옳은 길이 아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포기하거나 철회하면 끝나는 일이다. 더 나아가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으로 모든 문제 정리될 것이다. 김형오 의장께서는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바른 말을 했지만,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는 결코 바른 말을 하지 않았다. 김형오 의장이 “민생법도 아니고 특정언론사를 위한 법이기 때문에 결코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의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취해야할 바른 태도다. 지금이라도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김형오 의장의 바른 판단과 결단을 촉구한다.
한나라당의 태도가 변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3일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협상하지 않으려고 피하고, 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협상테이블을 막았다. 처음에 4자회담을 한나라당이 제안했다. 민주당이 4자회담에 응한다고 했더니 “4자회담은 없다”며 제안을 취소하고 뒷걸음쳤다. 민주당이 4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제안했던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것을 수정해 6자회담을 제안했다. 민주당이 안을 만들어서 6자회담에 나가겠다고 했더니,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안을 만드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워 하고 결국은 제안을 차버리고 노골적으로 “협상은 없다. 직권상정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결단이 섰다”는 태도를 취했다. 어제 아침에는 선전포고식으로 “이제 모든 협상시간은 끝났다. 이제 직권상정만 남았다”는 말을 했고, “어제 하루 동안만 협상기회를 갖는데 5시까지 민주당의 시안을 가져와라. 오늘 자정 지나면 협상은 종료되고 20일에 직권상정 강압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모든 시선이 거꾸로 한나라당이 협상장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민주당이 “협상을 안 한다”고 할까봐 전전긍긍한 상황으로 변했다. 얼마나 비굴하고 잘못된 태도인가. 한나라당이 무도하고 오만방자하게 일방적으로 모든 틀을 자기들이 짜놓고 들어오기만을 강요하는 것이 무슨 정치이고 협상이고 토론인가. 저런 태도에 대해서는 응할 수 없다. 오늘 한나라당이 만나자고 했는데 저를 만났더니 민주당이 협상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선언하고, 결국 협상했다는 것을 흉내 내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호도하기 위해서 한나라당 내부를 봉합하기 위한 방편으로 협상을 하려고 한다면 이 문제는 풀 수 없다.
이 자리를 통해 정식으로 한나라당 지도부에 요청한다. 모든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합의처리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합의처리 하려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잘못된 태도를 국민에게 사과하고, 흔적을 남기고 들러리를 세우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춘 협상자세로 임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런 태도를 취할 때 저희도 국민들의 근심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한 번 의원님들 노고에 대해서 충심으로 감사드리고, 오늘내일이 위중한 상황인 것 간다. 모두 힘들지만 단호한 마음으로 굳건하게 이 난국을 돌파하자.
2009년 7월 20일
민주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