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제13차 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회의 모두발언
▷ 일 시 : 2006년 9월 20일 (수) 09:00
▷ 장 소 : 국회 당의장실
▷ 참 석 : 김근태 당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문희상, 이미경, 김부겸, 정장선 상임위원, 이용희 국회부의장, 원혜영 사무총장,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 우상호 대변인, 이계안 비서실장, 김영주 제2사무부총장, 노웅래 공보부대표, 장경수 당무부대표, 박기춘 원내대표 비서실장
▲ 김근태 당의장
한나라당은 이제 공당의 자격이 없다. 어제 모든 정당과 온 국민이 원만한 합의를 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화의 테이블을 뒤엎어 버렸다. 분노를 느낀다. 심각한 회의를 느낀다. 한나라당은 수구본당의 본질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뉴라이트니, 참정치니 하는 말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합리적 보수로 변한다고 선전했지만 사실은 찻잔속의 변화조차 이루지 못했음을 국민 앞에 보여줬다.
이제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이 져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면 남는 것은 대립과 투쟁뿐이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외눈박이처럼 파행의 외길만 고집했다. 한나라당이 처음부터 파행을 의도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한나라당은 무조건 정부여당의 발목만 잡으면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올 일 년 내내 발목잡기가 반복되고 있는데 어제 수수께끼가 풀렸다. 모든 사태의 배후에 한나라당의 탐욕스러운 권력욕이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이런 무책임한 당은 집권할 자격이 없다. 헌정수호와 민생과 안정은 국회의 기본적 의무인 것이다. 이것조차 외면하는 집단이 어떻게 나라를 맡겠다는 것인가. 한나라당의 행태에서 음험한 독재정치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5공의 망령이 아직도 한나라당의 배회하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더 이상 끌려 다닐 수 없다. 한나라당의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 만큼 한나라당이 제기한 모든 정쟁적 이슈를 신속하게 테이블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문제는 한미정상회담으로 마침표를 찍은 사안이고,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은 야3당이 내놓은 중재안이 해법인 것이다. 모든 국민이 기대했다.
우리는 집권당의 책임을 갖고 있다. 우리가 주도해서 정쟁국회를 끝내고 경제국회, 민생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직권여당 역량이고 갈 길이다. 국회가 무력해지면 피해를 입는 것은 오직 국민뿐이다. 한나라당의 발목잡기를 뿌리치고 우리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전진할 것이다.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다.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우리가 주도권 쥐고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 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를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 정상화가 중요하다.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대화채널을 복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다.
▲ 김한길 원내대표
김근태 당의장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원내대표로서 또 이야기 안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만의 일당 횡포로 어제 국회본회의가 또 파행을 겪었다.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임명동의절차가 법적으로 이래서, 저래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한나라당이 어제는 절차가 아닌 사람의 문제다. 전효숙은 무조건 안 된다고 본색을 드러냈다. 절차를 아무리 제대로 해도 전효숙은 안 된다는 것이다. 후보자에 대한 적격여부는 인사청문회 통해서 검증하고 표결로 말하라는 것이 헌법과 법률의 요구다. 한나라당이 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하는 것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행패요, 헌법이 정한 인사권을 부정하는 횡포다. 한나라당을 향해서 대화와 타협을 호소하는 것이 정말 허무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중재의 노력을 기울여온 야3당에게도 말씀을 드린다. 한나라당만의 일당횡포, 오만과 독선 앞에 우리가 무기력하게 끌려가기만 한다면 국회의 책임과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고,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야3당은 이제 야3당의 중재안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분명하게 거부한 이상 오늘 중으로 분명한 입장정리가 있어야 한다.
어제 김근태 의장님 모시고 동교동에 가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뵈었다. 안보와 경제, 복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다 중요하다는 말씀을 들었다. 최근에 르몽드 한국어판에 나온 기사도 봤고, 부산대 강연원고도 봤고 어제 말씀도 들었다. 시력이 나쁜 사람들이 안경을 쓰면 갑자기 세상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처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뵈면 그런 느낌이 든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나라의 갈 길에 대해서 숙고하신 내용을 가끔씩 국민들께, 또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 이미경 상임위원
제 지역구가 은평구인데 요새 한참 말이 많은 뉴타운 문제 관해서 한 말씀 드리겠다.
은평 뉴타운의 고분양가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들의 비판의 소리가 높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분양가가 발표가 되고나니 그전에 안정되어 있던 기존의 아파트가격까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우리가 아파트 고분양가 문제로 고통을 받아 왔다. 부동산, 문제 있다고 5.31지방선거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그런데 이제 서울시가 앞장서서 고분양가를 발표해서 부동산 정책 흐트러뜨리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전문가,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의 분양원가 인하노력이 미흡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가 이러저러한 해명을 했지만 그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은평 뉴타운은 토지수용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오랫동안 그린벨트에 묶여서 개발되지 못하고 있던 땅을 주민들에게 수용하는 방식이었다. 고가로 토지를 보상했기 때문에 고분양가가 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평당 600만원을 받은들 700만원을 받은들 뭐하겠는가. 평당 1200만원, 1500만원에 분양하면 그 사람들이 다시 정착할 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주변 주택가격은 더 높아져서 그 동네에서도 살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고분양가 정책에 대해서 반성하고, 다시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를 내려야 한다.
이러한 서울시의 행정적인 잘못들에 대해서 국민들과 시민들의 비판과 지탄의 소리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지금 19일 정부합동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서 중앙정부와 서울시간의 법적 송사로까지 발전하게 만들어 놓았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가 지금까지 복마전이라고 얼마나 많은 지탄을 받아 왔는가. 그리고 지금 또 아파트 분양가 공개로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헌법재판소까지 끌고 가서 시간을 끄는 서울시에 대해서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합동감사를 꼭 받도록 하고 헌재신청을 중단하길 바란다.
▲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
어제 총성 없는 쿠데타, 헌정중단사태가 있었다.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인사권을 야당이 행사하겠다고 스스로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총성 없는 쿠데타가 왜 일어나고 있는가 어제 본회의장에 앉아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서도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되겠느냐, 어떤 방향으로 가겠느냐 물어보기도 했다. 많은 한나라당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제 나름대로 이번 사건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 결론을 얻었다.
그것은 한나라당 내부의 권력투쟁이고 권력투쟁이 빚은 사단이었다. 나는 한나라당의 많은 의원들에게 왜 갑자기 강경론이 득세하게 되었느냐 물었더니 솔직히 몇몇이 끌고 가는데 대부분은 군중심리에 의해서 따라가는 것이다, 강경론이 세를 얻기 시작하면 할 수 없이 따라가는 것이다, 안타깝다, 한나라당의 미래가 불안하다라고 이야기 했다. 전재희, 남경필, 원희룡, 고진화 의원처럼, 의사를 표시하려면 본회의 투표 불참한다든지 합리적 선택해야지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은 한나라당에서 군중심리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강경론은 누가 주도하는가. 몇 가지 흐름이 있었던 것 같다.
이재오, 홍준표 의원이 사실 이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오, 홍준표 의원이 이런 강경론을 주도하는 것은 현재 박근혜 전 대표계로 알려져 있는 지도부를 조기교체하거나 혹은 지도부의 무력화를 통해서 사실상의 지도부로 행세하면서 내년 대통령 경선구도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많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동의한 이야기다.
박근혜 전 대표계로 알려져 있는 전여옥 최고위원도 초기에는 이런 강경론에 동의했다가 내심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변질되고 발전되는 것을 보면서 최근에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얼마나 예민한 문제인가 자기 자신들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제가 전에 한번 말씀드렸었는데 5년전에 있었던 한나라당 기고만장 현상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첫째는 강경드라이브, 두 번째는 도덕적 해이, 세 번째는 조기 대권경쟁 가열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한나라당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은 우리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헌정이 중단됨으로써 국민전체의 비극이 되는 것이 마음 아픈 일이다.
얼마전에 박근혜 전 대표계로 알려져 있는 김무성 의원이 보수연합, 새로운 지역연합, 민주당과의 연합을 이야기한 바 있다. 어제는 이명박 시장이 민주당과의 합당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에서 이렇게 공공연히 합당과 연합을 제의해 오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2006년 9월 20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