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2006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워크숍 모두발언
▷ 일 시 : 2006년 6월 30일 (금) 14:30
▷ 장 소 : 국회도서관 대강당
▷ 참 석 : 김근태 당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외 국회의원 103명
▲ 김근태 당의장
오늘 6월 임시국회도 끝나고 금요일이어서 지역에 내려가 할일이 많으신 의원들을 모시고 워크숍을 하게 되어서 죄송하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정해진 시간 동안에는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
어제 청와대에서 기분 좋은 모임을 가졌다. 절절한 국민과 당원들의 심정을 대통령께 말씀드렸다. 대통령께서도 당을 돕겠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고, 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민경제회복에도 힘을 보태주시기로 약속했다. 강한 톤으로 다시 마음을 모아 끝까지 함께 가자, 다시 한 번 손잡고 잘 해보자는 각오의 말씀도 여러 차례 있었다.
오늘이 지방선거 참패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지난 한 달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고통스러운 한 달이었다. 한달이 지난 지금 저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우리에게 아직 희망은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한 달 동안 많은 분들을 만났다. 전국을 다니며 여러 분을 만났다. 모두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진심으로 되돌아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동시에 다시 해보자는 꿈틀거림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지역출마자 여러분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언론을 통해서 보신대로 지난 주말에는 서울 출마자들과 이야기하다가 목이 메었다. 한 분 한 분의 말씀이 너무나 설득력 있고 가슴을 찌르는 것이어서 이런 분들을 줄줄이 낙선시킨 지도부로서 너무나 면목이 없었다.
이렇게 낙선한 분들이 오히려 제 손을 붙잡고 다시 하자, 다시 지도부가 앞장서달라고 말할 때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의 저력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갖게 되었다.
감히 말씀드린다.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오늘 워크숍은 이것이 확인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도 이겼다. 허허벌판에서 맨 몸으로 당을 만들 때 우리당의 지지율은 8%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서 우리 대한민국에 최초의 민주주의 정권이 수립될 것을 누구나 믿어 의심치 않았을 때, 양김 분열로 말미암아 87년 12월 대선 이후 국민들 모두가 눈길을 땅에 깔고 지냈던 그 끔찍한 세월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90년도 3당 합당이 되었을 때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꽃피는 것이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꽃피는 것보다 어렵다고 이야기한 어느 외국인 저널리스트 이야기가 모멸감으로 다가왔다.
어제 청와대에서 대통령도 이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는 그 때에 비해서 아직 희망이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추스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아프리카에 이런 속담이 있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그동안 우리를 함께 할 수 없도록 깔아 놓았던 경계가 조금씩 극복되고 있다.
어제 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손을 맞잡고 힘을 모으기로 굳게 합의하고 약속했다. 우리가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서 당내 갈등도 잠잠해졌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좋은 징조가 보인다.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그동안 당내 분란을 보도하던 많은 언론들이 요즘 기사거리가 없다고 불평한다고 한다. 언론인들은 기사가 없어서 힘들겠지만 그런 불평을 들으면서 저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한나라당이 마치 집권이라도 한 것처럼 행세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현실이다. 요 며칠동안 보여준 한나라당의 오만한 태도에 대해서 좌절감과 분노를 느낀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라고 생각하는지 한나라당에 분명하게 답변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고생한 김한길 대표와 원내대표단에게 박수를 부탁드린다.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국민은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미래를 보고 투표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를 심판했다.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 충분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참패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이 느끼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일이다. 우리 시간표가 아니라 국민의 시간표대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다시 일어서는 출발점이다.
오늘 여러분들이 보고를 듣기 전에 언론에서 보신대로 재산세나 거래세의 문제는 문희상 상임위원과 강봉균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많은 간부들의 사전토의가 쌓였고, 그것이 신뢰를 가져오면서 정책결단을 이루는 계기와 과정이 되었다. 문희상 상임위원, 강봉균 정책위의장께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한나라당보다 훨씬 발전시킬 수 있는 미래의 비전과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방선거 참패 한 달을 맞은 오늘 이 자리에서 의원동료 여러분들께 다시 시작할 것을 요청드린다. 먼저 유능하게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고 당당하게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국민들께 제시하는 출발점이 오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반성은 철저히 하자. 그러나 반성의 전제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워크숍을 통해 우리가 다시 일어나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들의 용기와 지혜를 모아 달라.
그리고 한 가지 제안하겠다. 어제 당 지도부와 대통령의 간담회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보고 드리면서 대신 오늘 워크숍은 9시 마칠 예정인데 6시에 끝내자.
보고를 들으시고 시작으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워크숍을 6시에 끝나고 이후 저녁식사를 함께 했으면 한다.
▲ 김한길 원내대표
박수 받는 것은 의장님이 다 하셨다. 6시로 오늘 워크숍을 마감하자는 말씀이 계셨기에 행정적인 말씀을 드리겠다. 오늘 시간표를 보면 이호웅 의원, 이미경 의원, 강봉균 의원께서 각 20분씩 말씀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다 채우지 않으셔도 되겠다. 가능하면 요약해서 말씀해 달라.
5.31지방선거가 끝난 지 딱 한 달이 된다. 지난 한 달 동안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셨을 것으로 안다. 모두 가슴 한복판에 큰 구멍 하나가 뻥 뚫린 심정으로 살았을 것이다. 우리끼리 만나도 서로의 뻥 뚫린 구멍을 차마 직접 시선을 주기가 민망해서 시선을 비껴서 이야기하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패배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을 나눴고, 외부에서는 패배분석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에게 절망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어려운 시간이었다. 우리를 위로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조금은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어야 했을 텐데, 그러기에도 우리 마음이 넉넉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기운내야 한다. 한나라당이 우리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해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한나라당과 닮아가는 것일 수는 없다. 우리의 지난 2년이 나쁜 짓을 하기 위해서 음모를 꾸미고 작당하면서 보낸 2년이 아니었다. 우리는 뒤돌아봐야 하지만 뒤돌아본다는 것은 앞으로 바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운전하면서 백미러를 보는 것은 후진을 위해서가 아니가 제대로 전진하기 위해서다. 무엇 무엇이 변해야 하는가, 우리가 변해야 할 점도 오늘 이야기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끝까지 지키고 가야 할, 옹호해 가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기죽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나아갈 바를 똑바로 정해서 뚜벅뚜벅 나아간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내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서고금 어느 정치세력 어느 정당이 패배를 겪어보지 않았겠는가. 다만 패배를 겪고 사라지는 정당이 있는가 하면, 패배를 딛고 일어나서 승리하는 정당이 있다. 우리는 이제 패배의 측면만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패배를 딛고 승리하는 희망을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기운내자.
2006년 6월 30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