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 김근태 원내대표 모두발언]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 김근태 원내대표 모두발언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320
  • 게시일 : 2003-11-11 00:00:00
3월 2일 밤에 있었던 일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회 의정사에 이런 일이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회법 113조에 의해 그날 있었던 표결은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첫째, 표결종료선언을 하지 않았고 둘째, 의장이 의장석에서 표결결과를 선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이 안 된다. 모든 정당 교섭단체들이 밤늦게까지 논의하고 합의해 단일안을 올렸다. 그런데 그 시간에 민주당은 민주당 소속 특정 의원의 게리맨더링을 위해서 수정안을 만들고 제출하면서 한나라당에게 공조를 요청한 것이다. 이는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 한편에서는 합의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음모를 꾸민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가 토론의 장이 될 수 없다. 싸움과 투쟁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선관위의 결정을 언론을 통해 보면서 한편 우리 사회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으로부터 각 기관이 말 그대로 독립성을 갖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선관위가 결정해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내기로 한 것에 대해 주목한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유감스럽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정을 지켜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도 유감스럽고 이것이 온전한 의미에서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냐는 점에서도 유감스럽다. 기자들이 국민들을 대신해서 질문하면 공적 지위에 있는 정치인들은 유보없이 답변을 해야 한다. 기자들이 질문한 것에 대해 답변한 내용을 선거법 9조 위반이라고 한 것은 과도하다.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과도하다.

지난 권위주의 시대에는 대통령 권력이 군림하고 압도했다. 말로는 중립을 지킨다고 하면서 뒤로는 나쁜 짓을 했다. 공권력과 공무원 조직을 총동원하고 관변조직에 돈을 대주었다. 선거가 정당간의 경쟁이 아니라 만수무강하는 집권여당세력과 독립운동하는 야당세력 간의 일종의 전쟁행위였다. 그때 대통령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무소불위였다.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검찰, 국정원, 감사원, 경찰 모두 독립성을 상당히 확보하고 유지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

우리가 미국의 대통령 제도를 참고하고 있다면, 대통령은 정당에 가입해서 정당활동을 함께하고 정당을 지배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책임있게 하는 것이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 미래의 바람직한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옹색하고 상황을 정쟁화시킬 위험성이 있다.

일부 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협박하는 분위기속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들이 공정하게 결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꼈을 것이고 결과도 왜곡된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야당이 선관위 탄핵을 위해 의총을 열겠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탄핵은 집행권력을 무력화시키거나 큰 흠집을 내는 것이다. 아무리 정치가 정쟁하고 끝까지 가는 측면이 있다지만 이런 식이라면 4․15총선은 국민과 함께하는 총선이 아니라 일종의 전쟁행위가 될 것이다. 선거와 정치는 법과 국민적 동의와 지지 범위내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정말 막가자는 것이다.

선관위 결정에서 사전선거운동은 아니라는 취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있는 대안 정치세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결정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국민의 기대와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봄이 오고 있는데 봄은 희망과 함께 와야 한다. 정쟁을 하되 일정한 범위내에서 해야 한다. 그런 양식이 지켜지기를 기대하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