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제58차 의원총회 모두발언
□ 정동영 당의장
먼저 건강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정 의원에게 박수를 보내달라.
오늘 아침 김근태 원내대표, 외통위,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가 있었다. 비상한 상황에 3부 장관이 전문성과 헌신성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흔들림없이 수행하고 있는데 대해 감사드리고 현안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다.
이제 탄핵정국이 열흘째 접어든다. 전선은 분명해지고 있다. 낡은 세력과 새로운 세력이 역사가 될 4․15 선거를 통해 낡은 세력의 퇴장과 새로운 세력의 전면 등장을 예감하고 준비하고 있다. 미래 세력과 과거 세력의 싸움이다.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낡은 세력에 대한 준엄한 국민적 심판이 분명히 내려질 것이다. 우리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결해서 미래 세력의 대오를 유지하고 국민적 심판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엊그제 50만의 시민들이 아주 평화롭고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과시했다. 이것을 실업자들의 집회라는 비하에 이어 우리당이 조직적으로 동원해 이 집회를 선동했다는 식의 중상을 했다. 이것은 촛불시위에 나온 민주시민과 참여는 못했지만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는 국민을 모독하는 행태이다. 우리당은 촛불시위에 대한 참여를 권장하지 않았지만 개인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지도 않았다. 당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의 의사를 표시할 권리가 당연히 있다. 다시 한번 우리당은 촛불집회에 조직적으로 권장하지 않겠지만 개인의 참여는 당연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최근 야당 일각에서 탄핵철회 운운하고 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3월 12일 탄핵가결 방망이 소리와 함께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부르던 그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무슨 생각과 무슨 염치로 한 입으로 탄핵철회를 얘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탄핵철회를 말하기 전에 우선 참회하고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
□ 김근태 원내대표
이재정 의원이 우리들을 대신해서, 정치권의 새로 거듭남을 위해 그야말로 십자가를 짊어지고 고생하다 나오셨다.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
오늘은 3월 12일 의회 쿠데타가 발생한지 열흘째 되는 날이다. 어제 그제는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에서 50만의 국민이 자발적인 촛불집회를 가졌다. 이를 보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있구나.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한 저력을 느꼈다.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거대한 국민의 저력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저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열린우리당이 뒤에서 영향을 미치고 사주한다고 할까봐 참여하지 못했다. 우리들이 이렇게 자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야당들은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모욕하고 있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와서 미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느끼고 싶다는 국민에 대한 저질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즉각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
국민의 분노가 왜 이렇게 터져 나오는지 열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야당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첨단 멀티미디어시대에 고장난 라디오를 듣는 듯하다. 비극이면서 비극 속 희극을 느낀다. 우리가 잘하지 않으면 안되다. 잘해서 국민들이 저렇게 뜨겁게 바라는 새로운 민주주의, 발전된 민주주의, 우리에 대한 기대를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 의총을 소집한 것은 의원직 사퇴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3월 12일 현장에서 국민과 함께 좌절하고 분노하며 사퇴서를 썼다. 그 이후 열흘이 지났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의지는 변한바 없다. 국민속에서 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놀라울 정도로 폭증했다.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국민 앞에 사죄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정말 잘하라, 정말 새로운 정치를 해달라는 갈망이고 채찍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3․12 쿠데타 이후 국민 한가운데서 활동해 온 의원들의 말씀을 듣고 싶다.
국민들의 마음을 함께 모아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나 동아시아 주역이 되는 희망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4․15총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실현할 일꾼들을 국회에 진출시키고, 제3의 정치혁명을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제기하고 지혜를 모아 결단할 수 있는 의원총회가 되었으면 한다.
□ 이재정 의원
여러분들의 염려와 성원 덕분에 지난 18일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좀더 치밀하게 법률적인 검토 후 하자가 없도록 진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의 미숙함으로 선거 사흘 전 한화로부터 가져온 선거지원금을 받아서 당에 전달한 것이 문제되어 다녀왔다. 대선자금은 지난 수십년간 정치권의 원죄이다. 원죄를 벗기 위해 과거와 단절하기 위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누구를 원망하거나 책임을 돌리지 않고 마음으로 몸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이 문제로 당과 여러분께 심려와 누를 끼친데 대해 송구하다.
법정에서도 얘기했지만 대선자금문제는 몇몇 사람을 처벌하고, 1/10이 넘느냐 아니냐의 수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허물을 씻고 새로운 정치로 나가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연구와 검토,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한, 정치인 각자가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탄핵정국 들어서 193명의 힘으로 밀어부친 상황을 보면서 세 가지를 느꼈다. 역사의 심판은 참으로 준엄하다. 누가 진정한 이 나라의 정치인이고 누가 국민의 편에 서있고 누가 반역사적이며 반국민적인가를 스스로 밝히는 절대절명의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심판하려 하지 말자. 역사가 스스로 드러낸다.
역사는 새로운 미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나가는데 그 힘은 정치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이후 국민앞에 얼마나 겸손하고 진솔하게 국민을 섬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21세기 꿈꿔왔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 창세기, 출애굽기를 다시 읽었다. 핵심은 한마디로 새로운 질서의 창조이다. 하나님이 창조하고 노아 홍수 때 다시 새로 만들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하지만 결국 홍해를 건너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것을 보며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느꼈다. 열린우리당이 민족사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12일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속에 여러분들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감옥에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 단식하며 기도를 했다. 옥중에 여전히 정대철, 이상수 의원이 계신다. 모두 굳건히 의연하게 이 나라 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잘 지내고 계신다. 여러모로 성원하고 격려하고 찾아주고 이해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여러분 모두에게 역사를 승리로 이끄는 하나님의 축복과 능력이 함께 하길 바란다.
□ 이해찬 의원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3월 12일 그 자리에서 의원직을 더 가지고 있어야 하느냐는 의구심과 분통으로 사직서를 썼다. 개인적으로 13대 국회부터 사직서를 쓴 적이 서너번 있다. 중요한 고비마다 사직서를 냈는데 이번에는 그때와 또다른 상황이다. 의회 쿠데타를 현장에서 목도하면서 16대 국회가 더 이상 존속해서는 안된다는 그런 마음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기가 두달밖에 안 남았고 선거가 20일밖에 남지 않았다. 사직을 선언하고 사직서를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는데 그것을 본회의에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야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 더 이상 국회가 할 일이 없다. 곧 선거가 시작되고 선거가 끝난 후 국회가 열린 적이 없다. 4월 2일부터 15일까지는 국회가 이루어질 수도 없다. 결국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국회가 있느냐 없느냐일 뿐이다. 국회가 할 일은 없다.
다만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국회마저 유고가 생기는 일이 국가의 안정적 기틀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 첫날은 분통 때문에 그랬지만 점차 안정을 유지하면서 헌정을 수호하자는 의견이 많아서 인터넷에도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우리가 국민들에게 선언한 것은 구태정치, 국회의 만행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에게 성실하게 약속을 지켜야 할 도덕적, 공적 책임이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 국가안정을 위한 정황, 선거를 위한 우리 입장 등 세 가지라면 가장 우선하는 것은 국정안정, 국민에 대한 책임이 2차, 선거를 위한 입장은 마지막 고려상황이다.
최근 사면법에 대해 정부의 태도가 곧 결정될텐데 거부권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 이는 3권분립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야당이 대통령을 골탕먹이기 위해 만든 법인데 이것이 재의에 부쳐지면 곧바로 다시 확정된다. 사면권은 위헌의 여지가 있고 탄핵에 못지 않은 이 법이 재의에 부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국고보조 등 경제적, 예우적 이익, 의원직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혜택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의원직을 사퇴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 신기남 상임중앙위원
당시 “16대 국회는 끝났다. 도저히 저 자들과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혈서를 쓰는 심정으로 사직서를 썼다. 배지도 함께 냈다. 저는 자랑스럽게 배지를 달고 다녔다. 배지를 달고 다닐 때는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었다. 처음으로 뗐다. 그때 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4월 15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 후 우리는 심사숙고와 여론수렴의 기회를 가졌다. 저는 신중론으로 선회했다. 선거나 당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국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우리 생명은 국민이 갖고 있다. 이 시대 유일한 대안으로서 열린우리당의 책임감이 근거가 돼야한다.
선거보조금은 전혀 근거가 될 수 없다. 보조금에 관한 기존의 주장은 철회한다. 집을 저당잡히더라도 당비를 낼 용의가 있다. 국가와 국민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당의 입장에서 볼때 기호는 감안할 수 있다. 기호를 추첨할 때 정치 신인들은 굉장히 걱정스럽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국민여론과 국가안위이다. 국민여론은 절대 다수가 신중하라고 한다. “큰일난다. 절대 하지마라. 당신들 멋대로 사퇴하느냐” 굉장히 꾸지람을 들었다. 국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불안해하고 있다. 안정을 희구하고 있다. 그 대안을 열린우리당에서 찾고 있다. 우리가 잘한 것이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그렇다. 우리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혹시 국민들을 제단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도 정지되었는데 저 막가파들에게 국회를 맡겨놨을 때 저들이 무슨 일을 할지, 저들이 어떤 분탕질을 할지, 총선 이후에도 걱정된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지도부 토론에서도 찬반이 팽팽했는데 여론을 수렴한 결과 점차 신중론으로 기우는 감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의원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오늘 의총에 부치기로 결론을 내렸다. 엄숙한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그 결과가 가감없이 당당하게 국민앞에 제시되어야 한다.
□ 임채정 의원
고민을 많이 했다. 차를 타고 나오는데 다니는 교회 장로가 전화를 걸어 사퇴불가를 역설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때의 결의와 분노, 결단을 이렇게 가라앉히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현실적인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기술적 가치로 판단할 것인가. 정치적 이념 또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해나갈 것이냐 상당히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가 이렇게 토론하는 것은 역사의 문제이다. 새로운 질서, 새로운 원칙, 행동에 대한 준거를 마련해달라는 국민적 요구 때문에 이 자리에 서있다. 한국사가 왜곡된 가장 큰 원인이 정신적 가치를 초기에 실현하지 못했던 해방 후 왜곡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때 우리의 정신적, 이념적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기술적인 문제로 친일파를 등용해 역사를 잘못 해석하고 이끌어간 폐해가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것을 바꾸려는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의식과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표를 내는 것은 단순히 정치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패턴, 양식, 인식을 요구하고 실천하라는 국민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잘했나. 별로 잘 한 것이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우리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나마 우리의 고민과 노력에서 희망을 본 것이다. 우리가 사퇴하는 것은 정치현실에 도움이 되고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상징을 제시하는 것이다. 약속, 원칙, 명분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새로운 상징, 정치문화의 새로운 패턴, 미래의 양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살겠으니 이것을 희망으로 삼고 지지해달라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고백이고 약속이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결의이다. 이것을 정치기술적인 차원에서 포기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고 부담 있지만 새로운 인식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이것이 사즉생이다. 그럴 때 국민은 우리를 인정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것이다. 원칙의 문제이다.
선거전략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최고의 선거전략은 우리가 도덕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 권한도 정지되어 있고 수적으로도 열세이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것은 도덕적 우위이다. 도덕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하느냐가 앞으로 있을 여러 가지 변화와 잠재적 장애요인을 이겨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비록 약간의 위험이 있지만 사퇴해야 한다. 사즉생이다.
2004년 3월 22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
먼저 건강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정 의원에게 박수를 보내달라.
오늘 아침 김근태 원내대표, 외통위,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가 있었다. 비상한 상황에 3부 장관이 전문성과 헌신성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흔들림없이 수행하고 있는데 대해 감사드리고 현안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다.
이제 탄핵정국이 열흘째 접어든다. 전선은 분명해지고 있다. 낡은 세력과 새로운 세력이 역사가 될 4․15 선거를 통해 낡은 세력의 퇴장과 새로운 세력의 전면 등장을 예감하고 준비하고 있다. 미래 세력과 과거 세력의 싸움이다.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낡은 세력에 대한 준엄한 국민적 심판이 분명히 내려질 것이다. 우리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결해서 미래 세력의 대오를 유지하고 국민적 심판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엊그제 50만의 시민들이 아주 평화롭고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과시했다. 이것을 실업자들의 집회라는 비하에 이어 우리당이 조직적으로 동원해 이 집회를 선동했다는 식의 중상을 했다. 이것은 촛불시위에 나온 민주시민과 참여는 못했지만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는 국민을 모독하는 행태이다. 우리당은 촛불시위에 대한 참여를 권장하지 않았지만 개인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지도 않았다. 당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의 의사를 표시할 권리가 당연히 있다. 다시 한번 우리당은 촛불집회에 조직적으로 권장하지 않겠지만 개인의 참여는 당연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최근 야당 일각에서 탄핵철회 운운하고 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3월 12일 탄핵가결 방망이 소리와 함께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부르던 그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무슨 생각과 무슨 염치로 한 입으로 탄핵철회를 얘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탄핵철회를 말하기 전에 우선 참회하고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
□ 김근태 원내대표
이재정 의원이 우리들을 대신해서, 정치권의 새로 거듭남을 위해 그야말로 십자가를 짊어지고 고생하다 나오셨다.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
오늘은 3월 12일 의회 쿠데타가 발생한지 열흘째 되는 날이다. 어제 그제는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에서 50만의 국민이 자발적인 촛불집회를 가졌다. 이를 보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있구나.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한 저력을 느꼈다.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거대한 국민의 저력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저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열린우리당이 뒤에서 영향을 미치고 사주한다고 할까봐 참여하지 못했다. 우리들이 이렇게 자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야당들은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모욕하고 있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와서 미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느끼고 싶다는 국민에 대한 저질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즉각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
국민의 분노가 왜 이렇게 터져 나오는지 열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야당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첨단 멀티미디어시대에 고장난 라디오를 듣는 듯하다. 비극이면서 비극 속 희극을 느낀다. 우리가 잘하지 않으면 안되다. 잘해서 국민들이 저렇게 뜨겁게 바라는 새로운 민주주의, 발전된 민주주의, 우리에 대한 기대를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 의총을 소집한 것은 의원직 사퇴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3월 12일 현장에서 국민과 함께 좌절하고 분노하며 사퇴서를 썼다. 그 이후 열흘이 지났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의지는 변한바 없다. 국민속에서 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놀라울 정도로 폭증했다.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국민 앞에 사죄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정말 잘하라, 정말 새로운 정치를 해달라는 갈망이고 채찍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3․12 쿠데타 이후 국민 한가운데서 활동해 온 의원들의 말씀을 듣고 싶다.
국민들의 마음을 함께 모아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나 동아시아 주역이 되는 희망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4․15총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실현할 일꾼들을 국회에 진출시키고, 제3의 정치혁명을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제기하고 지혜를 모아 결단할 수 있는 의원총회가 되었으면 한다.
□ 이재정 의원
여러분들의 염려와 성원 덕분에 지난 18일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좀더 치밀하게 법률적인 검토 후 하자가 없도록 진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의 미숙함으로 선거 사흘 전 한화로부터 가져온 선거지원금을 받아서 당에 전달한 것이 문제되어 다녀왔다. 대선자금은 지난 수십년간 정치권의 원죄이다. 원죄를 벗기 위해 과거와 단절하기 위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누구를 원망하거나 책임을 돌리지 않고 마음으로 몸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이 문제로 당과 여러분께 심려와 누를 끼친데 대해 송구하다.
법정에서도 얘기했지만 대선자금문제는 몇몇 사람을 처벌하고, 1/10이 넘느냐 아니냐의 수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허물을 씻고 새로운 정치로 나가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연구와 검토,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한, 정치인 각자가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탄핵정국 들어서 193명의 힘으로 밀어부친 상황을 보면서 세 가지를 느꼈다. 역사의 심판은 참으로 준엄하다. 누가 진정한 이 나라의 정치인이고 누가 국민의 편에 서있고 누가 반역사적이며 반국민적인가를 스스로 밝히는 절대절명의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심판하려 하지 말자. 역사가 스스로 드러낸다.
역사는 새로운 미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나가는데 그 힘은 정치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이후 국민앞에 얼마나 겸손하고 진솔하게 국민을 섬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21세기 꿈꿔왔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 창세기, 출애굽기를 다시 읽었다. 핵심은 한마디로 새로운 질서의 창조이다. 하나님이 창조하고 노아 홍수 때 다시 새로 만들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하지만 결국 홍해를 건너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것을 보며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느꼈다. 열린우리당이 민족사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12일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속에 여러분들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감옥에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 단식하며 기도를 했다. 옥중에 여전히 정대철, 이상수 의원이 계신다. 모두 굳건히 의연하게 이 나라 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잘 지내고 계신다. 여러모로 성원하고 격려하고 찾아주고 이해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여러분 모두에게 역사를 승리로 이끄는 하나님의 축복과 능력이 함께 하길 바란다.
□ 이해찬 의원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3월 12일 그 자리에서 의원직을 더 가지고 있어야 하느냐는 의구심과 분통으로 사직서를 썼다. 개인적으로 13대 국회부터 사직서를 쓴 적이 서너번 있다. 중요한 고비마다 사직서를 냈는데 이번에는 그때와 또다른 상황이다. 의회 쿠데타를 현장에서 목도하면서 16대 국회가 더 이상 존속해서는 안된다는 그런 마음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기가 두달밖에 안 남았고 선거가 20일밖에 남지 않았다. 사직을 선언하고 사직서를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는데 그것을 본회의에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야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 더 이상 국회가 할 일이 없다. 곧 선거가 시작되고 선거가 끝난 후 국회가 열린 적이 없다. 4월 2일부터 15일까지는 국회가 이루어질 수도 없다. 결국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국회가 있느냐 없느냐일 뿐이다. 국회가 할 일은 없다.
다만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국회마저 유고가 생기는 일이 국가의 안정적 기틀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 첫날은 분통 때문에 그랬지만 점차 안정을 유지하면서 헌정을 수호하자는 의견이 많아서 인터넷에도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우리가 국민들에게 선언한 것은 구태정치, 국회의 만행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에게 성실하게 약속을 지켜야 할 도덕적, 공적 책임이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 국가안정을 위한 정황, 선거를 위한 우리 입장 등 세 가지라면 가장 우선하는 것은 국정안정, 국민에 대한 책임이 2차, 선거를 위한 입장은 마지막 고려상황이다.
최근 사면법에 대해 정부의 태도가 곧 결정될텐데 거부권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 이는 3권분립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야당이 대통령을 골탕먹이기 위해 만든 법인데 이것이 재의에 부쳐지면 곧바로 다시 확정된다. 사면권은 위헌의 여지가 있고 탄핵에 못지 않은 이 법이 재의에 부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국고보조 등 경제적, 예우적 이익, 의원직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혜택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의원직을 사퇴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 신기남 상임중앙위원
당시 “16대 국회는 끝났다. 도저히 저 자들과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혈서를 쓰는 심정으로 사직서를 썼다. 배지도 함께 냈다. 저는 자랑스럽게 배지를 달고 다녔다. 배지를 달고 다닐 때는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었다. 처음으로 뗐다. 그때 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4월 15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 후 우리는 심사숙고와 여론수렴의 기회를 가졌다. 저는 신중론으로 선회했다. 선거나 당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국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우리 생명은 국민이 갖고 있다. 이 시대 유일한 대안으로서 열린우리당의 책임감이 근거가 돼야한다.
선거보조금은 전혀 근거가 될 수 없다. 보조금에 관한 기존의 주장은 철회한다. 집을 저당잡히더라도 당비를 낼 용의가 있다. 국가와 국민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당의 입장에서 볼때 기호는 감안할 수 있다. 기호를 추첨할 때 정치 신인들은 굉장히 걱정스럽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국민여론과 국가안위이다. 국민여론은 절대 다수가 신중하라고 한다. “큰일난다. 절대 하지마라. 당신들 멋대로 사퇴하느냐” 굉장히 꾸지람을 들었다. 국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불안해하고 있다. 안정을 희구하고 있다. 그 대안을 열린우리당에서 찾고 있다. 우리가 잘한 것이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그렇다. 우리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혹시 국민들을 제단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도 정지되었는데 저 막가파들에게 국회를 맡겨놨을 때 저들이 무슨 일을 할지, 저들이 어떤 분탕질을 할지, 총선 이후에도 걱정된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지도부 토론에서도 찬반이 팽팽했는데 여론을 수렴한 결과 점차 신중론으로 기우는 감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의원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오늘 의총에 부치기로 결론을 내렸다. 엄숙한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그 결과가 가감없이 당당하게 국민앞에 제시되어야 한다.
□ 임채정 의원
고민을 많이 했다. 차를 타고 나오는데 다니는 교회 장로가 전화를 걸어 사퇴불가를 역설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때의 결의와 분노, 결단을 이렇게 가라앉히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현실적인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기술적 가치로 판단할 것인가. 정치적 이념 또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해나갈 것이냐 상당히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가 이렇게 토론하는 것은 역사의 문제이다. 새로운 질서, 새로운 원칙, 행동에 대한 준거를 마련해달라는 국민적 요구 때문에 이 자리에 서있다. 한국사가 왜곡된 가장 큰 원인이 정신적 가치를 초기에 실현하지 못했던 해방 후 왜곡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때 우리의 정신적, 이념적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기술적인 문제로 친일파를 등용해 역사를 잘못 해석하고 이끌어간 폐해가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것을 바꾸려는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의식과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표를 내는 것은 단순히 정치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패턴, 양식, 인식을 요구하고 실천하라는 국민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잘했나. 별로 잘 한 것이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우리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나마 우리의 고민과 노력에서 희망을 본 것이다. 우리가 사퇴하는 것은 정치현실에 도움이 되고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상징을 제시하는 것이다. 약속, 원칙, 명분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새로운 상징, 정치문화의 새로운 패턴, 미래의 양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살겠으니 이것을 희망으로 삼고 지지해달라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고백이고 약속이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결의이다. 이것을 정치기술적인 차원에서 포기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고 부담 있지만 새로운 인식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이것이 사즉생이다. 그럴 때 국민은 우리를 인정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것이다. 원칙의 문제이다.
선거전략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최고의 선거전략은 우리가 도덕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 권한도 정지되어 있고 수적으로도 열세이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것은 도덕적 우위이다. 도덕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하느냐가 앞으로 있을 여러 가지 변화와 잠재적 장애요인을 이겨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비록 약간의 위험이 있지만 사퇴해야 한다. 사즉생이다.
2004년 3월 22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