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총선 정강정책 방송연설 - 김근태 원내대표]17대총선 정강정책 방송연설 - 김근태 원내대표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376
  • 게시일 : 2003-11-11 00:00:00
안녕하십니까? 김근탭니다.

요즘 정치인을 보는 시선이 정말 싸늘합니다. 시장 통에 앉아서 콩나물을 파는 할머니가 제 손을 잡고 "제발 싸움 좀 하지 마쇼"그렇게 말씀할 때는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그런 심정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살아온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5공, 6공 정치군인들과 오랫동안 싸워왔습니다. 고생 좀 했습니다. 감옥살이 뒷바라지하랴, 아이들 키우랴 제 집사람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아내 생일이 돌아 왔습니다. 철창에 갇혀 있어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노래를 연습해서 준비했습니다. 최진희씨의 '사랑의 미로'였습니다. 면회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그러나 상처밖에 주지 못한 자책감 때문에 다 부르지 못했습니다. 목이 메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감옥 안에서 아내를 위해 노래를 불렀던 그 마음을 간직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고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그거 무슨 거창한게 아닙니다. 희망을 품고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것, 그래서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것, 그것이 정치라고 저는 믿습니다.

어제가 3.1절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훼방을 놓았습니다. 그래서 ‘친일 진상 규명법'이 진통을 겪었습니다. 친일 인명사전 예산을 전액 삭감해서 국민들한테 혼난 것이 바로 얼마 전인 데도 또 그랬습니다. 일제에 저항해 싸웠던 애국자들에게 늦었지만 최소한의 도리는 다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가 용공영화라고 주장하는 의원이 아직도 국회에 있습니다. 천만 명 이상이 본 영화에 대해 이렇게 시비를 걸어도 되는 것일까요? 이 영화가 용공이라면 거기에 출연한 장동건이나 안성기 같은 국민배우들이 ‘적을 이롭게'했다는 말씀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복제소를 만든 황우석 박사 같은 분들, 우리들의 영웅입니다. 우리 모두의 자랑입니다. 세계와 어깨를 겨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아직 아닙니다. 검은돈으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언제까지 정치가 이 모양일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러나 손가락질만 해서는 정치가 바뀌지 않습니다. 아무리 구제불능으로 보여도 국회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하루 동안 국회에서 처리한 안건이 수십 개입니다.

'성매매 방지법'같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법안이 많습니다. 국민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국회를 바꿔야 합니다. 민생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들로 국회를 가득 채워야 합니다. 이번에 바꾸면 분명히 크게 달라질 것 입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2년 전 정치인으로서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습니다. 제 양심에 따라 ‘정치자금'을 고백했습니다. 우리 정치가 더 이상 '검은 돈'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으로 쓰라렸습니다. 순진한 사람이라는 비웃음은 그래도 양반이었습니다.
온갖 비난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정말로 달라졌습니다.
오늘 국회에서 부패를 막는 '정치자금법'이 통과되었습니다. 2년 전에는 그저 외로운 외침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지켜야 할 법이 된것입니다. 제가 2년 전 주장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획기적입니다. 이제 법을 어기면 당선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후보자가 살포한 돈을 자진신고하면 받은 돈의 100배까지도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하게 된 것일까요? 바로 국민 여러분께서 명령을 내려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작년 9월, 마흔 일곱명의 국회의원들이 결단해서 새로운 정당, 열린 우리당을 시작했습니다. 낡은 정치를 바꾸고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타파하자는 생각으로 뭉쳤습니다. 모두 정치생명을 걸었습니다.

열린 우리당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기대를,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을 하시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채찍질 삼아 뚜벅뚜벅 바른 길을 가겠습니다.

우리당은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국민 여러분들께 맡겼습니다. 국민 경선을 통해 국회의원 후보를 뽑고 있습니다. 경선과정에서 유망한 젊은 의원인 김성호 후보가 탈락하는 이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깨끗이 승복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작은 정치개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민여러분!
오는 4월 15일 총선은 부패세력과 반부패세력의 한판 대결입니다. 수구세력과 희망세력의 진검승부인 것입니다. 감히 말씀드리면 열린우리당은 정치자금법, 선거법을 개정해서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에서 부패를 반드시 몰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선진국도 되고 소득 2만달러, 3만달러도 될 수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여러분의 참여가 우리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희망'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지나온 삶과 미래에 대한 비전에서 우러나는 ‘희망'에는 감동이 있습니다. 힘이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진짜 희망을 만들고 싶습니다. 순수함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 정직이 승리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제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진짜 희망입니다. 국민여러분! 열린우리당과 함께 희망열차를 탑시다.

요즘, 드라마'대장금'을 가끔 봅니다. 장금이 보는 맛에 산다는 분들이 주변에 꽤 많습니다. 그런데 왜 대장금이 이토록 인기가 높은 것일까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도 부정부패 세력과 맞서 싸우기 때문입니다. 그런 장금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국민여러분!
드라마 속의 그 장금이처럼 열린 우리당이 '낡은 정치', '부패한 정치'를 반드시 몰아 내겠습니다. 여러분께서 많은 장금이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힘을 주십시오.

국민여러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