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당의장 긴급기자회견]정동영 당의장 긴급기자회견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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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사흘 밤을 새면서 탄핵 기도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굉장히 절박하다. 우리는 힘이 부족하다. 야당에서 장난처럼 제기한 탄핵이 국가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할 지경에 이르렀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심야에라도 청와대 회동을 성사시키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새벽에 최병렬 대표에게 제안했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 마지막 대화를 호소했으나 대화는 쓸데없는 짓이고, 무용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탄핵안을 가결시켜 내일부터 과도체제에 돌입하겠다고 한다. 전율을 느낀다. 사과 한마디면 탄핵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해놓고, 이처럼 무모한 탄핵을 가결시켜 과도체제를 만들겠다는 무책임한 행위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정치인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우리는 온 몸을 던져 탄핵기도를 좌절시킬 것이다. 우리의 힘이 부족하다. 국민 여러분께 호소한다. 아침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도 국민 여러분께 호소했다. 탄핵에 항의하는 전화, 전보, fax, 이메일 한통이라도 보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국민들의 항의를 받으면 이 사람들이 겁먹을 것이고, 경각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1979년 12.12 쿠데타때 사회부 취재 기자로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때와 같은 불안감이 생긴다. 총칼로 권력을 탈취한 5공 세력의 후예들이 지금의 한나라당이다. 부도덕한 숫자의 힘으로 정권을 탈취하려는 것이 5공 군사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대선에서 졌으면 승복해야한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이제 총선에서 질 것 같은 절망감에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으로 국가안정과 민생은 버려두고 이성을 잃어버린 집단으로 행동하고 있다.

탄핵을 밀어붙여 오늘 오후 6시 이후에는 과도체제로 갈 것이라고 한다. 국회의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가지고 이제 내각제를 할 것인가. 국가는 어찌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어찌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나라는 극심한 대결로 치닫고 경제는 무너진다. 어제부터 세계의 눈과 귀가 한국의 정쟁에 쏠려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안정된 줄 알았는데 부끄럽게도 남미형, 아프리카형 정치후진국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몇 십만 달러의 국익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도덕적 자부심이 있는가. 가슴속에 당당함이 있는가. 16대 국회 마지막 날을 이렇게 분탕질해도 되는가. 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한다. 대화하자. 부당한 탄핵안을 가결시켜 도덕적 정당함을 가질 수 있는가. 국가가 죽고 사는 것이 최병렬대표의 손에 달려있다. 무한책임을 느껴야 한다.

야당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선거 불개입이다. 대통령이 어제도 밝혔듯이 선거에 공정하게 임할 것이며 선거법을 준수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공정한 선거와 선거의 중립이 목적이 아니라 권력탈취, 국가변란을 원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다. 타락한 부패 정치인, 썩은 정치인들이 이 의사당에서 헌정을 유린해도 된다는 것인가. 나라가 무너진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명분없는 탄핵으로 흔들어 버린다면 나라는 어찌될 것인가. 용서할 수 없다.

어제 깜박 잠이 들었는데 천둥치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깨었다. 게릴라 쳐들어오듯 떼지어, 줄지어 의장석을 점거하려고 뛰어올라왔으나 우리가 몸으로 막았다. 참담했다. 거기 온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영남지역, 민주당의 호남지역 의원이 대부분이었다. 수도권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4.15 총선에서 패배할 것 같은 위기감에 우리당을 깨려고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호소한다. 대화하자. 한달 뒤면 총선인데 정당하게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상황이 절박하다. 남상국사장의 투신자살에 대해 온 국민과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인사도 몇 번하고 알고 지낸 분이다. 가족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죄송하다. 시신이라도 빨리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어제 분신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정말 걱정스럽다. 그리고 자제를 바란다. 정치인으로서 부끄럽고 책임을 느낀다. 이성을 잃은 탄핵안을 밀어붙이는데 반대한다면 이성적인 방법으로 대응해야한다.

4.15 선거에서 선거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까지 우리당이 선거법 위반 건수 1등이어서 부끄러웠다. 선거법 교육을 통해 선거법을 지키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3월 들어서는 한나라당이 선거법 위반 숫자가 가장 많다. 이번 선거에서 돈은 추방될 것이다. 경찰이 선거 부정을 찾으려고 1계급 특진을 걸고 노력하고 있다. 선거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하나 걱정되는 것은 국민들의 선거 참여이다. 국민이 참여하면 낡은 정치, 구정치를 깨끗이 쓸어낼 수 있다. 참여만 해주면 새정치가 비로소 만들어질 것이다.

야당에선 탄핵도 헌정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치즘이 합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했다고 해서 그것을 헌정이고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역사의식에 비춰 탄핵은 무모한 도박이다.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를 건의했다. 대통령은 열려있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심야회동을 제안했다.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가 책임져야 하고, 정치 지도자는 어떤 시기에도 만나야 한다고 전언했다.

오늘 새벽 6시 어떤 형식, 시간에도 구애 없이 회동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신들이 원하는 대통령의 공정한 선거관리와 철저한 선거 중립을 가지고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답이 없었고, 오늘 아침에 대화는 물건너 갔다고 전해왔다. 안타깝다. 우리나라 제1당의 지도자로서 자신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지 말고, 국민을 중심에 놓고 한번 더 생각해 주길 바란다.

국민들은 최대표만 바라보고 있다. 조대표와 같이 상의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 국민은 최대표만 쳐다보고 있다. 1당의 당수이신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냉철하게 직시해주시길 바란다.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무엇이 국민과 국가에게 유리한 것인가를 판단해 주시길 요청한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일을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길 희망한다. 대통령 탄핵은 너무 위험한 장난이다. 선거법이나 의원정수 문제나 다른 법안의 문제가 아니다. 79년 12.12나 2004년 3.12나 모두 쿠데타 전야이다.

2004년 3월 12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