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원내대표 KEI/CSIS Forum 연설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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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 일 시: 2004년 9월 29일(수)

전략문제연구소의(CSIS) 햄리 회장님, 경제문제연구소(KEI)의 윈더 소장님, 그리고 내빈 여러분!

저는 오늘 미국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들을 모시고 한국정치의 최근 변화와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유서깊은 국제전략문제연구소와(CSIS)와 한국경제연구소(KEI)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지난 26일, 케네디 공항에 내린 후 우리 방미대표단은 곧 Ground Zero를 찾았습니다. 9.11 테러의 현장에 바라보면서, 추모비가 설치된 Battery Park을 둘러보면서, 3년 전 TV화면을 통해 사건을 접하고 놀라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비탄에 빠진 미국 시민들의 모습과 한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잿더미와 연기 속에서 땀 흘리던 소방대원들의 영웅적 투쟁이 떠올랐습니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테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생명을 바친 분들을 기리는 것은 한국 정치지도자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최근 한국전쟁을 그린 한국영화 한편이 미국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언론이나 관객의 평도 좋다고 합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제목인데, 태극기는 한국의 국기입니다. 한국전쟁과 한 평범한 형제의 우애를 교차시키면서 써내려간 아름답고도 슬픈 영화입니다.

한국전쟁은 한국에서 셀 수없이 많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수많은 그림과 노래, 시와 소설의 배경이었습니다. 비록 반세기가 흘렀지만 한국전쟁이 한국 국민에게 남긴 상처는 9.11 테러가 미국 국민에게 남긴 상처에 비견될 만 합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한국 국민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미국 국민이 테러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나아가 지구촌의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공감합니다. 한국 국민은 반문명적인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문명국가들의 단합된 공동노력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한미 양국은 국제사회가 부러워할 만큼 혈맹의 관계를 과시해 왔습니다. 한미동맹이라는 든든한 안보협력체제 아래서 한국은 성장과 번영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식민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경제적 성취를 밑거름으로 한국은 군사독재와 권위주의체제를 극복하고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는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왔으며, 이러한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미양국에서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각각 반미와 반한감정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도 한미관계는 본질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주 최근에 몇 가지 현안에 의견조정의 과제가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논란은 최근 한국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정치적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열린우리당이 의회 내 다수당으로 등장한 것이 그것입니다. 미국 조야의 일부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와 한국의 의회를 지배하게 된 열린우리당을 바라보면서 불안감과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한국정치의 최근 변화는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의 미래에 악영향을 주기보다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국정치의 최근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높은 참여의식입니다. 방관자의 자리에 머물던 시민들이 적극적 참여자가 되어 한국정치의 전면에 등장하였으며, ‘참여하는 시민’이 바로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입니다.
한국 시민세력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舊정치인 대신에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을 비전으로 제시한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소극적 선택에 그치지 않고 자원봉사자가 되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노무현 후보를 알리고 노무현 후보의 선택을 호소함으로써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결정적으로 도왔습니다.
노무현 후보를 선택하고 한국정치의 새로운 주류를 형성한 ‘참여하는 시민’이 한국정치의 변화를 읽는 열쇠(key)입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그들에게 ‘반미’ 또는 ‘급진’의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시민세력은 매우 실용적이어서 더 이상 구시대적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신봉하는 민주화 세력이며, 시장경제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익숙한 세계화된 세력이며, 쌍방향 의사소통수단인 인터넷 활용이 생활화된 디지털 세력입니다. 그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개인의 자유와 평화 등 한미 양국의 공동의 기반이 되는 보편적 가치를 존중합니다. 그들은 한미동맹의 현재 및 미래적 가치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시민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한미동맹의 미래가 결코 어두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는 지난 총선을 통해 한국 역사상 최초로 정통민주세력이 의회권력의 다수를 확보한 것입니다.

지난 3월 권위주의 정부시절부터 기득권을 누려왔고, 의회를 지배하고 있던 낡은 정치세력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였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에 강력하게 저항했습니다. 국민은 거리에 모여 의회가 부적절한 이유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탄핵소추 것은 무효임을 주장했습니다. 마침 헌법재판소도 의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부결시켰습니다.

한국 국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4월 총선을 통해 낡은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심판했습니다. 탄핵을 주도한 정치인들 대부분이 낙선하였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국민의 편에 서서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실천해온 민주정통세력인 열린우리당을 국회 과반수의석을 가진 정당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한국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국회 내 과반다수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적 정권교체로부터 시작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더 많은 발전과 진보를 이룩할 토대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과거 김대중 전대통령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위해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했지만 수구세력이 장악하고 있던 국회에 의해 여러 차례 좌절당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분권화를 비롯해 많은 개혁정책을 구현하고자 했으나 지금까지는 보수적인 의회의 장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부터 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강화하는 시장친화적인 개혁과 자유와 인권을 신장하는 민주주의적 개혁을 추진할 것입니다.

한국의 선거결과를 놓고 미국 내에서 일부 부정적 평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미관계에 대한 일부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시각에 대해 우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미 우호관계에 관한 종래의 확고한 의지표명과는 다른 의견들이 최근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가 왜곡되거나 과장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것은 우리당의 공식 견해가 아닌 일부의 의견일 뿐이며 민주정당에서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다양한 주장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열린우리당은 변함없이 한미 두 나라간의 우호관계를 존중하고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를 확고하게 지지합니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는 시장 친화적이고 민주적인 개혁은 한미양국이 추구하는 공동의 가치를 더욱 강화할 것이며, 더욱 성숙하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실현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은 한미관계가 더 건강하고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반도에서 많은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북핵문제, 한국의 이라크 파병문제,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의 재조정문제 등은 한반도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상호 연관되어 있는 문제들입니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한국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여름 김선일이라는 젊은이가 민간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테러집단에 의해 납치되어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한국내의 반대여론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선량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고, 결코 용납해서도 안 됩니다. 테러범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은 이러한 행동을 더욱 조장할 뿐입니다. 우리당은 이러한 확신을 갖고 이라크에 추가 파병키로 한 한국정부의 결정을 확고하게 지지했고, 추가파병은 예정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라크 파병은 우리의 국력과 위상에 걸맞게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국군은 그동안 세계의 여러 분쟁지역에서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왔으며, 이라크에서도 평화와 재건을 위한 소임을 성공적으로 감당할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이 새로운 안보환경하에서 군사기술혁신을 바탕으로 군사력의 최적화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하는 GPR의 논리와 방향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근본적으로 변모한 것은 아니므로 ‘변화된 주한미군’도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과 편제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파견부대의 규모와 같은 하드웨어보다 비상상황(emergency)시에 주한미군이 취할 행동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미국 정부가 ‘새로운 위협’에 대한 인식에 매몰되는 나머지 대한방위공약이라는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 모두의 큰 관심사인 북핵문제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1992년에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선언, NPT원칙 그리고 제네바 합의 사항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그간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하에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적극 경주해왔습니다. 저는 앞선 3차례의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첫 단계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는 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일정한 진전이 이루어진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제는 4차 6자회담이 조속히 개최되어 비핵화를 위한 첫 단계 조치의 세부사항에 관한 의견접근을 이루고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폐기하기 위해 조속히 전략적인 결단을 내리는 것이며, 특히 농축우라늄 문제에 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6자회담 참가국간의 입장차가 적지 않지만,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미․일 3국과 공조하고 중․러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대북 설득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해 나갈 것입니다.
최근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이 그들의 유일한 생존수단이라는 것을 점차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한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토대를 구축하며, 당면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있어 이러한 북한의 상황을 잘 고려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는 지난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면서, 정책의 추진방식을 개선한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성급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양측은 서해에서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신뢰구축조치에 합의하였고, 비무장지대에서 선전방송활동 중단을 약속했습니다.

개성공단은 북한에게 시장경제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간 교류 및 경협 증진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그리고 북한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은 또한 전략적 관점에서 평화지대를 확장함으로써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한미동맹관계는 안보에만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동맹관계는 이제 여러 분야에 걸쳐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크게 발전하여 이제는 세계 경제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가 이룩한 성과에 대해 함께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미국과의 지속적이 협력관계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한국 상품의 최대 시장이며, 한국내의 최대의 외국인 투자국입니다.

한미 경제관계는 어느 한쪽에만 이익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이제 미국의 7번째 교역대상국이며 미 농산물의 5번째 큰 시장입니다. 양국 간 연간 교역규모가 600억불에 달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이러한 상호호혜적인 경제교류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FTA를 비롯해 한 단계 더 진전된 관계를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의 젊은 학생들이 고급교육을 받기위해 미국으로 몰려오고 있으며, 많은 분야에서 민간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이민사를 통해 미국은 일본 다음으로 많은 한국인이 거주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양국 간 이러한 포괄적 관계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고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좋은 예입니다.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확신하며, 본인은 공동이익과 상호혜택을 더욱 진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을 기대합니다.

오늘 귀한 시간을 허락해 주신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경제연구소(KEI)의 관계자 여러분께 거듭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04년 9월 30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