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신임 의장 기자간담회
▷ 일 시 : 2004년 8월 20일(금) 11:00
▷ 장 소 : 중앙당 기자실
◈ 모두발언
신기남 전 의장이 그런 일로 중도에 그만두시리라는 예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저도 엉겁결에 의장을 하겠다는 평소 생각도 없이 중책을 맡게 되어 참으로 걱정이 많다. 어려운 때일수록 상칙과 원칙에 근거해서 당당하게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것도 그런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은 아시다시피 남북화해 교류협력, 데탕트 정신에 충실하고 지역주의로 분열되고 얼룩진 나라를 국민통합으로 치유하자는 생각으로 창당된 정당이다. 그런 창당정신에 맞도록 당원 뜻을 받들어 해 나가겠다. 말씀드린 창당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지만 3김의 1인 보스, 파벌정치 같은 것도 계속 극복해 가는 정당체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본다. 이런 파벌정치, 금권정치, 지역분열정치를 단절시키고자 우리 모두 기득권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한 정당이다.
그래서 지난 4.15총선에서 창당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정당에게, 국민들은 큰 기대를 갖고 과반의석을 주었다. 국민들이 과반의석을 준 까닭은 그런 시대정신을 열린우리당을 통해서 구현하고 아직도 허덕이고 있는 민생을 챙기고 또한 시대정신에 맞는 개혁 작업을 해나가라는 것이다.
이런 총선민의를 반드시 실천해서 보답하는 것이 네 번째 계주를 하고 있는 이부영의 소임이라고 본다. 저는 감히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제2창당을 작업을 완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이 자리에서 서 있는 심정은 400m계주를 달리는 마지막 주자라는 생각이다. 김원기, 정동영, 신기남 의장에 이어진 마지막 계주 주자라고 생각한다. 400m계주를 마지막으로 모든 힘을 기울여 완주하고 내년 초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새로 등장하게 될 주자에게 마지막 바통을 넘겨주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된다고 본다.
사실 저는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언론인 출신이다. 어찌 보면 우리 현대사에서 4.19직후에 대학에 입학하고, 입학한 후 5.16을 겪고, 6.3 사태를 겪고, 삼선개헌 유신을 겪으며 언론인으로서 독재 권력과 맞서 싸운 사람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자유언론운동에 헌신해 왔다고 생각한다. 불행했던 지난날 분단독재시절에 많은 역사적 계기에 참여했고, 그 때마다 제 나름대로는 우리의 얼룩진 과거사 상처가 온 몸에 상흔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저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아마 과거사청산문제나 언론개혁 문제에 관해서 제가 당내 누구보다도 할 말이 많고 얘기할 만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과거사 청산문제나 언론개혁 문제 때문에 앞으로 정치하는데 지장이 있다고 남들이 우려를 하더라도 그런 것에 구애치 않고 매진할 생각이다. 저는 과거사 청산의 문제가 오늘의 문제이고 내일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 있는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이 세금을 포탈하거나 내지 않고 왜 있는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의 자제들이 병역을 기피하고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가? 바로 그것은 뒤집혀진 우리 현대사의 불행이 가치관을 전도시키고, 오히려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나라와 국민을 외면한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족이나 나라를 배신하고 등 돌렸던 사람이 지도적 위치에 있었기에 이런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나라사랑 얘기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그들 자신이 납세의 의무나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저버리고 또 부정부패를 일삼아서 우리 사회의 혼란상이 연유되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사를 올바로 정리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시정해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치는 일이 결국 건강한 경제 관행을 만들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관행을 없애는 가치관의 정립을 실현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킨다는 것이 과거사 정리와 배치된다거나 방해가 된다거나 한다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가치관이 올바로 정립되어야 부정부패도 줄어들고 올바른 경제관행도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회계부정 같은 것도 안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고, 배운 사람들이 올바로 설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럴 때에야 국민들도 이른바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믿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그런 것이 근본적으로는 경제회생이나 민생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사 청산과 역사왜곡을 바로 잡는 일이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에 배치된다는 주장은 하지 말아야 될 말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저는 야당의 책임 있는 당직에 있는 분이 하신 말씀에 충격을 받았다. 일제시대 때 일본군대나 경찰에 갔던 것과 유신시대에 유신 헌법을 공부해서 판검사된 것이 무엇이 다르냐고 말한 것을 들었다. 나라를 잃고 식민지 백성이 되어서 모든 것을 빼앗겼던, 이 민족에게 지배당하고 수탈당했던 일들과 우리 안에서 독재냐 아니냐 민주회복이냐 독재계속이냐 논쟁하던 전혀 차원이 다른 두 가지 문제를 동일선상에서 보는 시각을 가지고 어떻게 역사바로세우기를 할 수 있겠나? 그런 분들이 지도적 정치인 위치에서 국민들에게 그것도 말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정말 한탄을 금할 수 없었다. 저와 당이나 정부에 있는 분들이 전부 인식을 공유한다고 볼 수 없으나 이상의 말씀드린 인식을 가지고 과거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 문제에 대해서 임하고자 한다. 아울러 반드시 개혁 작업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은 경제회복, 민생안정이라고 본다. 그것도 가장 기본적 밑바탕은 불안한 노사관계가 안정되는 것이라고 본다. 지난번에도 제가 상임중앙위원회에서 1982년도 네덜란드와 같은 사회협약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다. 원내대표도 공감하고 당내 기구를 만들고 협력을 하겠다고 했다. 또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와 같은 사회협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도 그런 문제를 얘기했고, 현재 양대 노총 내에서도 심각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가능한 한 정기국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정치권이 인식의 공유를 통해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 초기 당무가 어느 정도 진행 되는대로 이 문제를 가지고 경제계와 노동계 쪽을 만나보고 아울러 정부 쪽에서도 소극적으로만 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할까 생각한다. 언론인 여러분께서도 저희들의 이와 같은 충정을 십분 이해해주시고 많은 협력을 부탁드린다.
◈ 질의응답
- 질문 : 최근에 당원자격문제로 논란이 있다. 기간당원 요건 완화에 대한 입장은?
- 답변 : 저도 그 논의에 한 두 차례 참여했었다. 저는 지금 황희 정승같은 입장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이 논의를 진행해 가는데 의장이 어느 한 쪽의 의견이 옳다고 얘기할 경우 굉장히 논란이 증폭될 것 같다. 저는 기간당원의 자격을 강화해야 하고 정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해 구성인자 자신이 달라져야 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면서 또 저 자신이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입장에서 현재 정당구조가 급작스럽게 비약적으로 달라질 수 있느냐에 대한 반론에 대해서도 부분적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중앙위에서 그 얘기를 할 예정이었으나 지도부가 바뀌는 상황에서 여러분 앞에 처음부터 논란을 벌이는 게 좋지 않아서, 이 문제만을 가지고 다음주 중에 긴 시간 논의할 것이다.
- 질문 : 박근혜 대표를 만나실 것인가?
- 답변 :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신기남 의장께서 만난지 얼마 안 되서 만난다는 의미만을 가지고, 만난 이후 결과가 장밋빛 같지만은 않은 모습이라면 시간을 두고 만나는 것도 어떨까 한다. 저는 보이기 위한 만남은 안 하겠다. 실질적으로 인식의 공유가 있어, 성과가 있는 만남 쪽으로 노력을 하겠다.
- 질문 : 과거사 문제와 관련 가해자가 가해한 것을 조사할 수 있느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한나라당 제의를 부정적으로 보시는 것인가?
- 답변 : 일제 시대 문제는 우리 민족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은폐되고 가려졌던 피해자의 명예나 피해사실을 드러내고 정리해내자는 것 아니었나? 해방 뒤에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일들도 국가권력이었든 아니면 그 당시 정치권력이었든 불가피하게 피해를 당했던 사람 쪽에서 문제제기를 해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그러면 그때 당시 가해자 편에 섰던 사람들이 그 문제를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조사하고 정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간다.
그 문제에 관해 대단히 감동적인 얘기를 들었다.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남아공 백인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는데 아파르트헤이트 마지막 시행 대통령이었다. 그 사람이 넬슨 만델라 죄수를 로빈 섬에 있는 교도소로 찾아가서 사죄하고 대통령으로 세우고, 대통령이었던 자기 자신이 부통령이 되면서 스스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폐쇄시키는 위대한 조치를 취했다. 저는 만델라 대통령도 승리자였지만 클레르크도 대단히 위대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에게선 그런 정치인이 없어야 하는가? 왜 그렇게 아파르트헤이트의 비열한 인권탄압이나 인간부정의 논리를 스스로 참회하고 고백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낮추고 흑백의 통합을 이루는 그런 수준의 정치인을 기대할 수 없는가? 부득부득 부정하거나 은폐하거나 거부하는 모습만 보여야 하는가? 그런 면에서 지난날 가해자들이 은폐하거나 가리고자 하는 것에 대해 클레르크 대통령의 예를 얘기하고 싶다.
- 질문 : 언론개혁의지를 말씀하셨는데, 이에 대한 평소소신과 실천계획은?
- 답변 : 개인사와 관련된 문제라서 뭣하지만, 사실 저는 어제 동아, 주간 조선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공개해야 된다고 본다. 저는 감사하게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74-5년도에 우리가 유신치하에서 자유언론운동을 벌였을 때 동아의 백지광고와 광고탄압문제, 그 뒤에 136명 기자와 프로듀서, 아나운서의 대량 해직사태 그리고 조선일보에서의 34명의 언론인 해직사태는 이른바 김대중, 김영삼 정부를 거치면서도 80년도 언론문제에 대해서는 얘기가 되었지만 단 한번도 그 문제가 조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를 탄압하고 해직시키고 광고 탄압을 했던 진상이 규명된 적도 없었고 또 우리를 해직시켰던 경영주가 우리들에게 사과하고 부분적으로 복직을 약속하거나 배상을 한 일이 없다. 저는 회견을 할 경우에 그 부분에 대해 분명히 지적을 할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 동아와 조선에서 게재를 해 주는 조건이라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저는 동아나 조선에서 그 제의에 대해 거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저는 그런 문제 때문에 제가 정치를 하는데 지장을 받는 것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것은 제 개인사 문제가 아니라 자유언론운동의 진상이 밝혀져야 되고, 그것이 과거사의 한 부분인 언론 탄압이 제대로 밝혀짐으로써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짐의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 뒤에 제 동료들은 10여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고생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와 관계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 뒤에 80년에 제가 ‘말’지 창간에도 관여를 했고, 한겨레신문 창간에도 관여를 했다. 언론문제에 관해서는 제가 언론인 출신이기도 하고 자유언론 운동을 하기도 했고, 그것 때문에 이러저러한 곤경을 당하기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얘기하기에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질문 : 집단지도체제 문제나 후속 당직인사에 대한 생각은?
- 답변 : 집단지도체제는 당헌당규를 손질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논란을 벌이다가 시간만 허비하는 게 아닌가? 지금 우리 당 운영이 집단지도체제에서 그렇게 먼 것인가? 집단지도체제가 아니어서 당의장이 전횡을 하거나 하는 체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논의만 복잡하게 만들고 긴장을 시키는 일이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당직 인선과 관련해서는 신기남 의장이 썩 잘 해 놨다. 상당히 불편부당하게 인선을 해 놓았다고 생각하고, 저 개인을 보좌하는 부분에서만 최소한 손질하는 선에서 다음주 중 마무리 짓겠다.
- 질문 : 어제 말씀하실 때는 다음 전당대회까지 임시지도부로서의 역할을 말씀하셨는데, 오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 굽히지 않는 뜻을 말씀하셨다. 실천의지와 의원직 없는 상태의 한계에서 오는 갭을 어떻게 하시겠나?
- 답변 : 오늘 원내대책회의에 가서 ‘원외인 나를 원내의 의원들께서 잘 보살펴 주시고 도와 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렸다. 원외이므로 한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과 정부가 함께 밀고나가는 일에 제가 원외라는 점이 크게 지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원내 다른 의원들이나 중요 당직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사 청산문제나 언론문제는 제가 전공분야다. 다른 사람들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어 저의 의견이 다른 사람보도 더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질문 : 일제시대 가해자와 피해자 개념이 모호한데 가해자 가운데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 답변 : 가해자를 가려내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친일에 앞장섰던 분들이 독립운동 유공자로 되어 있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일제시대에 가해자들이 마치 독립운동을 한 것처럼 둔갑해 있거나, 일제 시대 때 독립운동을 한 분들이 독립운동을 하신 공적이 들어나지 않아 평가 못 받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오히려 친일했던 분들이 독립유공자를 가려내는 일들을 하고 있어 뒤집혀진 결과가 생긴 것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냉전시대 해방이후의 문제도 누구를 단죄하자는 게 아니다. 공소시효도 다 지났다.
제가 국보법으로 4번 구속되었다. 굉장히 많은 곤경을 겪었다. 택도 없는 일들을 가지고 그렇게 했다. 그럼 이런 일을 누가 왜 했나? 지금 그 일을 저지른 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양심의 가책도 없는 것 같다. 지금 시대를 되돌아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 경우는 대단히 가벼운 것이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조봉암 같은 분이다. 사법살인까지 당했다. 그런 것을 어떻게 그대로 놔두겠나? 누구를 단죄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잡아야 되지는 않겠나? 왜 그 일까지 막으려고 하는가?
얘기가 나온 김에 하겠다. 박정희 전 대통령, 과거사 진상규명하는데 그 분을 흠집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데, 그분이 경제개발 한 공적은 우리가 인정한다. 그러나 그분이 뜻한바 있어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우수한 성적이었기 때문에, 일본육사에 들어가고 일본군 엘리트 장교로 중위까지 되었다. 그리고 해방이 되자마자 8.15이후, 변신을 해서 독립군 광복군 제4지대에 합류한 행적이나, 그 뒤에 공산주의자로 변신을 했다거나, 군내 프락치의 총책이 됐던 일이나, 그래서 김창용의 방첩때 잡히니까 자기가 포섭했던 사람을 모두 다 불어서 그 사람들을 죽게 하고 자기는 살아났던 일이나, 이런 일들은 지난 냉전시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굴곡된 개인사들, 이런 일에 대해서 이제는 역사로서 정리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 한분의 문제 때문에 과거사 청산 자체를 막으려는, 박 대통령 그늘 뒤에 숨어서 과거사청산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그런 일을 밝히는 것이 경제회복이나 민생안정에 방해가 되는 일인지 토론해 보자는 것이다. 과연 한나라의 리더가 변신과 배신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희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과정을 통해 올라가는 일이 옳은 일인지? 앞으로 또다시 국가의 리더로 그런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얘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 질문 : 10년쯤 정치부 기자들 여론조사에서 전도유망한 정치인으로 뽑히신 적도 있는데, 향후 정치적 목표는?
- 답변 : 아마 여러분들은 제가 오늘 간담회에서 지나치게 솔직하다고 평가할 것이다. 제가 정치권에 들어왔을 때 정치부 기자들이 제일 높은 점수를 주었는데 그때는 재야시절 제 활동에 대한 평가의 연장이었지 정치지도자로서 굉장히 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는 안 내려져 있었을 때라고 본다. 저는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그 당시에 정치지도자들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지역주의 정치에 대해서 계속 승복을 안 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함께 출발하거나 저보다 뒤에 출발한 사람보다 순탄하게 정치역정을 걸어오지는 못했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제가 걸어온 길이었기 때문에 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세를 많이 못 만들었다고 어제도 신문에 썼던데 그게 사실이다. 저는 사실 언론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그냥 제가 가진 가치관이나 생각대로 언론인 생활도하고 정치인 생활도 해 왔다고 생각한다. 제 세를 끌어 오는 일에 열중하지도 않았고 국민들에 알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얘기를 하면서 정치를 해 와서 지금 이런 처지에 있다. 별로 후회는 하지 않는다.
오늘도 제가 여러분들에게 ‘정치인으로서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막 한다. 저 사람 별로 큰 생각을 안 가진 모양이다’라고 판단할 얘기를 하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일 당장 이런 얘기나 이런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정치하는데 지장 있거나 그만 두어야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앞으로도 당을 잘 안착시키고 내년 전당대회를 잘 치르도록 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내년에 아무것도 안 해도 상관없다.
- 질문 : 당의장 승계과정 논란이나 노무현 대통령과의 문제, 당정, 당청관계 우려나 걱정이 많다.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나가고자 하시는지?
- 답변 : 저는 최근에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뮤지컬 ‘청년 장준하’를 제가 회장으로 있는 장준하기념사업회에서 1년 이상 준비해서 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신의장의 사퇴가 있었다. 사실 당에 죄송한 일이지만 그저께 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 공연 끝나고 10시 반이 넘으니까 당에서 중진회의가 있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신 의장과 점심을 할 때 동반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동반사퇴 ‘동’자도 나오지 않았다. 당이 마치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져 한쪽은 이부영 안 시키려고 하고 한쪽은 이부영 밀었다고 보도가 되는데, 저만 그걸 모르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 생각처럼 그러지는 않았다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될 수 있으면 어려운 시기에 정치인들이 당내에서나 여야관계에서나 민생을 생각하지 않고 싸움만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취재를 해 주셨으면 하는 희망을 말씀드린다. 아울러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말씀하셨는데, 오늘 아침 이병완 홍보 수석이 난을 가지고 다녀갔다. 대통령 비서실장 전화는 어제 받았고 오래지 않아 대통령과 만나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저는 당을 함께하고 지도부에 같이 있었고 서로를 잘 안다. 작은 민주당에도 같이 있었고 여러 가지 정치적 우여곡절을 겪을 때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의 개성도 잘 안다. 왕왕 언론에서 보도할 때 어느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개성을 관계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 우리당이나 정부, 청와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시스템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당대표의 만남도 중요한 일이고 그것을 통해서 많은 일들이 풀어질 수 있지만, 그런 것이 관계의 원만함이나 그렇지 못함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번에 대통령을 긴 시간 개인적으로 면담한 적이 있다. 요즘 진행되는 큰 틀의 얘기를 긴 시간 동안 대통령과 나눈 적이 있음을 밝혀둔다.
2004년 8월 20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
▷ 일 시 : 2004년 8월 20일(금) 11:00
▷ 장 소 : 중앙당 기자실
◈ 모두발언
신기남 전 의장이 그런 일로 중도에 그만두시리라는 예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저도 엉겁결에 의장을 하겠다는 평소 생각도 없이 중책을 맡게 되어 참으로 걱정이 많다. 어려운 때일수록 상칙과 원칙에 근거해서 당당하게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것도 그런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은 아시다시피 남북화해 교류협력, 데탕트 정신에 충실하고 지역주의로 분열되고 얼룩진 나라를 국민통합으로 치유하자는 생각으로 창당된 정당이다. 그런 창당정신에 맞도록 당원 뜻을 받들어 해 나가겠다. 말씀드린 창당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지만 3김의 1인 보스, 파벌정치 같은 것도 계속 극복해 가는 정당체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본다. 이런 파벌정치, 금권정치, 지역분열정치를 단절시키고자 우리 모두 기득권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한 정당이다.
그래서 지난 4.15총선에서 창당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정당에게, 국민들은 큰 기대를 갖고 과반의석을 주었다. 국민들이 과반의석을 준 까닭은 그런 시대정신을 열린우리당을 통해서 구현하고 아직도 허덕이고 있는 민생을 챙기고 또한 시대정신에 맞는 개혁 작업을 해나가라는 것이다.
이런 총선민의를 반드시 실천해서 보답하는 것이 네 번째 계주를 하고 있는 이부영의 소임이라고 본다. 저는 감히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제2창당을 작업을 완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이 자리에서 서 있는 심정은 400m계주를 달리는 마지막 주자라는 생각이다. 김원기, 정동영, 신기남 의장에 이어진 마지막 계주 주자라고 생각한다. 400m계주를 마지막으로 모든 힘을 기울여 완주하고 내년 초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새로 등장하게 될 주자에게 마지막 바통을 넘겨주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된다고 본다.
사실 저는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언론인 출신이다. 어찌 보면 우리 현대사에서 4.19직후에 대학에 입학하고, 입학한 후 5.16을 겪고, 6.3 사태를 겪고, 삼선개헌 유신을 겪으며 언론인으로서 독재 권력과 맞서 싸운 사람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자유언론운동에 헌신해 왔다고 생각한다. 불행했던 지난날 분단독재시절에 많은 역사적 계기에 참여했고, 그 때마다 제 나름대로는 우리의 얼룩진 과거사 상처가 온 몸에 상흔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저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아마 과거사청산문제나 언론개혁 문제에 관해서 제가 당내 누구보다도 할 말이 많고 얘기할 만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과거사 청산문제나 언론개혁 문제 때문에 앞으로 정치하는데 지장이 있다고 남들이 우려를 하더라도 그런 것에 구애치 않고 매진할 생각이다. 저는 과거사 청산의 문제가 오늘의 문제이고 내일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 있는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이 세금을 포탈하거나 내지 않고 왜 있는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의 자제들이 병역을 기피하고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가? 바로 그것은 뒤집혀진 우리 현대사의 불행이 가치관을 전도시키고, 오히려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나라와 국민을 외면한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족이나 나라를 배신하고 등 돌렸던 사람이 지도적 위치에 있었기에 이런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나라사랑 얘기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그들 자신이 납세의 의무나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저버리고 또 부정부패를 일삼아서 우리 사회의 혼란상이 연유되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사를 올바로 정리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시정해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치는 일이 결국 건강한 경제 관행을 만들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관행을 없애는 가치관의 정립을 실현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킨다는 것이 과거사 정리와 배치된다거나 방해가 된다거나 한다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가치관이 올바로 정립되어야 부정부패도 줄어들고 올바른 경제관행도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회계부정 같은 것도 안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고, 배운 사람들이 올바로 설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럴 때에야 국민들도 이른바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믿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그런 것이 근본적으로는 경제회생이나 민생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사 청산과 역사왜곡을 바로 잡는 일이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에 배치된다는 주장은 하지 말아야 될 말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저는 야당의 책임 있는 당직에 있는 분이 하신 말씀에 충격을 받았다. 일제시대 때 일본군대나 경찰에 갔던 것과 유신시대에 유신 헌법을 공부해서 판검사된 것이 무엇이 다르냐고 말한 것을 들었다. 나라를 잃고 식민지 백성이 되어서 모든 것을 빼앗겼던, 이 민족에게 지배당하고 수탈당했던 일들과 우리 안에서 독재냐 아니냐 민주회복이냐 독재계속이냐 논쟁하던 전혀 차원이 다른 두 가지 문제를 동일선상에서 보는 시각을 가지고 어떻게 역사바로세우기를 할 수 있겠나? 그런 분들이 지도적 정치인 위치에서 국민들에게 그것도 말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정말 한탄을 금할 수 없었다. 저와 당이나 정부에 있는 분들이 전부 인식을 공유한다고 볼 수 없으나 이상의 말씀드린 인식을 가지고 과거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 문제에 대해서 임하고자 한다. 아울러 반드시 개혁 작업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은 경제회복, 민생안정이라고 본다. 그것도 가장 기본적 밑바탕은 불안한 노사관계가 안정되는 것이라고 본다. 지난번에도 제가 상임중앙위원회에서 1982년도 네덜란드와 같은 사회협약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다. 원내대표도 공감하고 당내 기구를 만들고 협력을 하겠다고 했다. 또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와 같은 사회협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도 그런 문제를 얘기했고, 현재 양대 노총 내에서도 심각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가능한 한 정기국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정치권이 인식의 공유를 통해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 초기 당무가 어느 정도 진행 되는대로 이 문제를 가지고 경제계와 노동계 쪽을 만나보고 아울러 정부 쪽에서도 소극적으로만 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할까 생각한다. 언론인 여러분께서도 저희들의 이와 같은 충정을 십분 이해해주시고 많은 협력을 부탁드린다.
◈ 질의응답
- 질문 : 최근에 당원자격문제로 논란이 있다. 기간당원 요건 완화에 대한 입장은?
- 답변 : 저도 그 논의에 한 두 차례 참여했었다. 저는 지금 황희 정승같은 입장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이 논의를 진행해 가는데 의장이 어느 한 쪽의 의견이 옳다고 얘기할 경우 굉장히 논란이 증폭될 것 같다. 저는 기간당원의 자격을 강화해야 하고 정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해 구성인자 자신이 달라져야 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면서 또 저 자신이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입장에서 현재 정당구조가 급작스럽게 비약적으로 달라질 수 있느냐에 대한 반론에 대해서도 부분적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중앙위에서 그 얘기를 할 예정이었으나 지도부가 바뀌는 상황에서 여러분 앞에 처음부터 논란을 벌이는 게 좋지 않아서, 이 문제만을 가지고 다음주 중에 긴 시간 논의할 것이다.
- 질문 : 박근혜 대표를 만나실 것인가?
- 답변 :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신기남 의장께서 만난지 얼마 안 되서 만난다는 의미만을 가지고, 만난 이후 결과가 장밋빛 같지만은 않은 모습이라면 시간을 두고 만나는 것도 어떨까 한다. 저는 보이기 위한 만남은 안 하겠다. 실질적으로 인식의 공유가 있어, 성과가 있는 만남 쪽으로 노력을 하겠다.
- 질문 : 과거사 문제와 관련 가해자가 가해한 것을 조사할 수 있느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한나라당 제의를 부정적으로 보시는 것인가?
- 답변 : 일제 시대 문제는 우리 민족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은폐되고 가려졌던 피해자의 명예나 피해사실을 드러내고 정리해내자는 것 아니었나? 해방 뒤에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일들도 국가권력이었든 아니면 그 당시 정치권력이었든 불가피하게 피해를 당했던 사람 쪽에서 문제제기를 해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그러면 그때 당시 가해자 편에 섰던 사람들이 그 문제를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조사하고 정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간다.
그 문제에 관해 대단히 감동적인 얘기를 들었다.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남아공 백인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는데 아파르트헤이트 마지막 시행 대통령이었다. 그 사람이 넬슨 만델라 죄수를 로빈 섬에 있는 교도소로 찾아가서 사죄하고 대통령으로 세우고, 대통령이었던 자기 자신이 부통령이 되면서 스스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폐쇄시키는 위대한 조치를 취했다. 저는 만델라 대통령도 승리자였지만 클레르크도 대단히 위대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에게선 그런 정치인이 없어야 하는가? 왜 그렇게 아파르트헤이트의 비열한 인권탄압이나 인간부정의 논리를 스스로 참회하고 고백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낮추고 흑백의 통합을 이루는 그런 수준의 정치인을 기대할 수 없는가? 부득부득 부정하거나 은폐하거나 거부하는 모습만 보여야 하는가? 그런 면에서 지난날 가해자들이 은폐하거나 가리고자 하는 것에 대해 클레르크 대통령의 예를 얘기하고 싶다.
- 질문 : 언론개혁의지를 말씀하셨는데, 이에 대한 평소소신과 실천계획은?
- 답변 : 개인사와 관련된 문제라서 뭣하지만, 사실 저는 어제 동아, 주간 조선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공개해야 된다고 본다. 저는 감사하게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74-5년도에 우리가 유신치하에서 자유언론운동을 벌였을 때 동아의 백지광고와 광고탄압문제, 그 뒤에 136명 기자와 프로듀서, 아나운서의 대량 해직사태 그리고 조선일보에서의 34명의 언론인 해직사태는 이른바 김대중, 김영삼 정부를 거치면서도 80년도 언론문제에 대해서는 얘기가 되었지만 단 한번도 그 문제가 조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를 탄압하고 해직시키고 광고 탄압을 했던 진상이 규명된 적도 없었고 또 우리를 해직시켰던 경영주가 우리들에게 사과하고 부분적으로 복직을 약속하거나 배상을 한 일이 없다. 저는 회견을 할 경우에 그 부분에 대해 분명히 지적을 할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 동아와 조선에서 게재를 해 주는 조건이라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저는 동아나 조선에서 그 제의에 대해 거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저는 그런 문제 때문에 제가 정치를 하는데 지장을 받는 것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것은 제 개인사 문제가 아니라 자유언론운동의 진상이 밝혀져야 되고, 그것이 과거사의 한 부분인 언론 탄압이 제대로 밝혀짐으로써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짐의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 뒤에 제 동료들은 10여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고생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와 관계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 뒤에 80년에 제가 ‘말’지 창간에도 관여를 했고, 한겨레신문 창간에도 관여를 했다. 언론문제에 관해서는 제가 언론인 출신이기도 하고 자유언론 운동을 하기도 했고, 그것 때문에 이러저러한 곤경을 당하기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얘기하기에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질문 : 집단지도체제 문제나 후속 당직인사에 대한 생각은?
- 답변 : 집단지도체제는 당헌당규를 손질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논란을 벌이다가 시간만 허비하는 게 아닌가? 지금 우리 당 운영이 집단지도체제에서 그렇게 먼 것인가? 집단지도체제가 아니어서 당의장이 전횡을 하거나 하는 체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논의만 복잡하게 만들고 긴장을 시키는 일이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당직 인선과 관련해서는 신기남 의장이 썩 잘 해 놨다. 상당히 불편부당하게 인선을 해 놓았다고 생각하고, 저 개인을 보좌하는 부분에서만 최소한 손질하는 선에서 다음주 중 마무리 짓겠다.
- 질문 : 어제 말씀하실 때는 다음 전당대회까지 임시지도부로서의 역할을 말씀하셨는데, 오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 굽히지 않는 뜻을 말씀하셨다. 실천의지와 의원직 없는 상태의 한계에서 오는 갭을 어떻게 하시겠나?
- 답변 : 오늘 원내대책회의에 가서 ‘원외인 나를 원내의 의원들께서 잘 보살펴 주시고 도와 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렸다. 원외이므로 한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과 정부가 함께 밀고나가는 일에 제가 원외라는 점이 크게 지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원내 다른 의원들이나 중요 당직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사 청산문제나 언론문제는 제가 전공분야다. 다른 사람들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어 저의 의견이 다른 사람보도 더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질문 : 일제시대 가해자와 피해자 개념이 모호한데 가해자 가운데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 답변 : 가해자를 가려내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친일에 앞장섰던 분들이 독립운동 유공자로 되어 있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일제시대에 가해자들이 마치 독립운동을 한 것처럼 둔갑해 있거나, 일제 시대 때 독립운동을 한 분들이 독립운동을 하신 공적이 들어나지 않아 평가 못 받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오히려 친일했던 분들이 독립유공자를 가려내는 일들을 하고 있어 뒤집혀진 결과가 생긴 것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냉전시대 해방이후의 문제도 누구를 단죄하자는 게 아니다. 공소시효도 다 지났다.
제가 국보법으로 4번 구속되었다. 굉장히 많은 곤경을 겪었다. 택도 없는 일들을 가지고 그렇게 했다. 그럼 이런 일을 누가 왜 했나? 지금 그 일을 저지른 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양심의 가책도 없는 것 같다. 지금 시대를 되돌아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 경우는 대단히 가벼운 것이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조봉암 같은 분이다. 사법살인까지 당했다. 그런 것을 어떻게 그대로 놔두겠나? 누구를 단죄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잡아야 되지는 않겠나? 왜 그 일까지 막으려고 하는가?
얘기가 나온 김에 하겠다. 박정희 전 대통령, 과거사 진상규명하는데 그 분을 흠집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데, 그분이 경제개발 한 공적은 우리가 인정한다. 그러나 그분이 뜻한바 있어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우수한 성적이었기 때문에, 일본육사에 들어가고 일본군 엘리트 장교로 중위까지 되었다. 그리고 해방이 되자마자 8.15이후, 변신을 해서 독립군 광복군 제4지대에 합류한 행적이나, 그 뒤에 공산주의자로 변신을 했다거나, 군내 프락치의 총책이 됐던 일이나, 그래서 김창용의 방첩때 잡히니까 자기가 포섭했던 사람을 모두 다 불어서 그 사람들을 죽게 하고 자기는 살아났던 일이나, 이런 일들은 지난 냉전시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굴곡된 개인사들, 이런 일에 대해서 이제는 역사로서 정리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 한분의 문제 때문에 과거사 청산 자체를 막으려는, 박 대통령 그늘 뒤에 숨어서 과거사청산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그런 일을 밝히는 것이 경제회복이나 민생안정에 방해가 되는 일인지 토론해 보자는 것이다. 과연 한나라의 리더가 변신과 배신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희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과정을 통해 올라가는 일이 옳은 일인지? 앞으로 또다시 국가의 리더로 그런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얘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 질문 : 10년쯤 정치부 기자들 여론조사에서 전도유망한 정치인으로 뽑히신 적도 있는데, 향후 정치적 목표는?
- 답변 : 아마 여러분들은 제가 오늘 간담회에서 지나치게 솔직하다고 평가할 것이다. 제가 정치권에 들어왔을 때 정치부 기자들이 제일 높은 점수를 주었는데 그때는 재야시절 제 활동에 대한 평가의 연장이었지 정치지도자로서 굉장히 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는 안 내려져 있었을 때라고 본다. 저는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그 당시에 정치지도자들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지역주의 정치에 대해서 계속 승복을 안 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함께 출발하거나 저보다 뒤에 출발한 사람보다 순탄하게 정치역정을 걸어오지는 못했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제가 걸어온 길이었기 때문에 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세를 많이 못 만들었다고 어제도 신문에 썼던데 그게 사실이다. 저는 사실 언론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그냥 제가 가진 가치관이나 생각대로 언론인 생활도하고 정치인 생활도 해 왔다고 생각한다. 제 세를 끌어 오는 일에 열중하지도 않았고 국민들에 알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얘기를 하면서 정치를 해 와서 지금 이런 처지에 있다. 별로 후회는 하지 않는다.
오늘도 제가 여러분들에게 ‘정치인으로서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막 한다. 저 사람 별로 큰 생각을 안 가진 모양이다’라고 판단할 얘기를 하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일 당장 이런 얘기나 이런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정치하는데 지장 있거나 그만 두어야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앞으로도 당을 잘 안착시키고 내년 전당대회를 잘 치르도록 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내년에 아무것도 안 해도 상관없다.
- 질문 : 당의장 승계과정 논란이나 노무현 대통령과의 문제, 당정, 당청관계 우려나 걱정이 많다.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나가고자 하시는지?
- 답변 : 저는 최근에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뮤지컬 ‘청년 장준하’를 제가 회장으로 있는 장준하기념사업회에서 1년 이상 준비해서 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신의장의 사퇴가 있었다. 사실 당에 죄송한 일이지만 그저께 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 공연 끝나고 10시 반이 넘으니까 당에서 중진회의가 있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신 의장과 점심을 할 때 동반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동반사퇴 ‘동’자도 나오지 않았다. 당이 마치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져 한쪽은 이부영 안 시키려고 하고 한쪽은 이부영 밀었다고 보도가 되는데, 저만 그걸 모르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 생각처럼 그러지는 않았다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될 수 있으면 어려운 시기에 정치인들이 당내에서나 여야관계에서나 민생을 생각하지 않고 싸움만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취재를 해 주셨으면 하는 희망을 말씀드린다. 아울러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말씀하셨는데, 오늘 아침 이병완 홍보 수석이 난을 가지고 다녀갔다. 대통령 비서실장 전화는 어제 받았고 오래지 않아 대통령과 만나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저는 당을 함께하고 지도부에 같이 있었고 서로를 잘 안다. 작은 민주당에도 같이 있었고 여러 가지 정치적 우여곡절을 겪을 때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의 개성도 잘 안다. 왕왕 언론에서 보도할 때 어느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개성을 관계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 우리당이나 정부, 청와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시스템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당대표의 만남도 중요한 일이고 그것을 통해서 많은 일들이 풀어질 수 있지만, 그런 것이 관계의 원만함이나 그렇지 못함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번에 대통령을 긴 시간 개인적으로 면담한 적이 있다. 요즘 진행되는 큰 틀의 얘기를 긴 시간 동안 대통령과 나눈 적이 있음을 밝혀둔다.
2004년 8월 20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