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특위 56주년 기념식 신기남 당의장 인사말씀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178
  • 게시일 : 2003-11-11 00:00:00

▷ 일 시 : 2004년 8월 16일(월) 10:30
▷ 장 소 : 부산상공회의소 강당

오늘 이렇게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독립운동유공자 어르신과 광복회 관계자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제는 일제에게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8․15 광복절 59주년이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메아리쳤던 자주독립, 민족해방의 함성이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그런데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셨던 어르신들을 뵙기에 송구스러운 일들이 요즘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다. 참 죄송스럽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파동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중국이 고구려와 우리 고대사를 빼앗아 자기네 역사라고 왜곡하려 하고 있다. 주변 열강들이 우리의 역사주권까지 호시탐탐 노리는 마치 구한말과도 같은 위기 상황이다. 정말 정신 단단히 차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안으로는 계속되는 경기침체, 북핵위기에 직면해 있고, 밖으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시도, 중국의 新지역패권주의와 고구려사 왜곡이라는 거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저는 우리가 친일과 이데올로기와 독재에 의해 손상됐던 우리 근현대사의 뿌리를 가지런하게 정돈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이웃국가들이 우리를 얕보고 감히 우리 역사를 송두리째 흔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가하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프랑스는 국력이 약해 한때 독일에게 침공 당했지만, 부역행위 일체를 말끔하게 청산하고 기강을 바로세운 지금은 어느 누구도 감히 얕보지 못한다.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이지만,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독일은 이제 세계도 동반자로서 인정을 해준다.
이 모두 잘못된 과거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 출발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대한민국은 그 기회와 노력을 좌절당하고 지금까지 왔다. 지금부터 56년 전인 1948년 8월에 ‘헌법 제101조에 의거하여 국회에 구성한 반민족행위처벌법기초 특별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아시다시피 반민특위는 권력과 기득권 중심으로 재등장한 친일세력과 또 이들을 이용하고자 했던 비호세력의 테러에 의해 좌절당했다.
그 이후 친일했던 집안은 정작 3대가 떵떵거리고, 독립투사 집안은 3대가 가난하고 소외받는 웃지 못 할 역사가 계속돼 왔다.
그로부터 56주년이 지난 오늘, 우리당은 민족정기를 바로잡고자 구성되었던 반민특위의 정신을 계승하고, 제대로 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자,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어르신들을 모시고 이렇게 뜻 깊은 기념식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나간 일들은 대충 덮어버리고 당장 먹고살 걱정이나 하자는 주장들이 있다. 56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러나 밀린 숙제를 안 하고 역사에서 성공할 수는 없다. 그릇된 역사 하나 바로잡지 못하고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경제도 국민들이 애국심이 있어야 살릴 수가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도 ‘역사를 떠나 애국심을 구하는 것은 눈을 감고 앞을 보려는 것이며, 다리를 자르고 달리고자 하는 것이다.’며 ‘국민의 애국심을 환기하려거든 완전한 역사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하셨다. 갈등과 대립의 과거사를 방치해놓고서는 국민들이 진정한 애국심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법안이 현재 총 15개에 달한다.
문민정부이후 국회에서 그동안 11개 법안이 입법 처리되었고, 현재 4개의 법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우리당은 이러한 법의 집행과 법안 처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원내대표 산하에 TF를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사처리 문제는 어느 한 당만으로는 안 되고, 전 국민적인 사업이 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저는 대통령께서 어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안하신,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국회에 만들 것을 한나라당과 민노당, 민주당, 그리고 자민련에게 정식으로 제안했다.
특위의 명칭과 구성과 역할은 국회에서 정하면 된다.
그 기본정신은 과거사로 인한 국민갈등 치유와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다. 우리당은 그 명칭을 ‘진실과 화해, 미래위원회’로 명명했으면 한다.
진상규명 대상은 친일 반민족행위 뿐 아니라, 과거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침해와 불법행위 일체가 될 것이다.
여기에 각 당이 추천하는 역사학자와 사회지도자들이 참여해서 중립적으로 활동하고 합의안을 만들어내면 된다.
이 특위는 무슨 갈등을 유발하거나 처벌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진상을 규명해서 의혹을 풀고, 억울한 분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보상해 드리자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갈등을 풀고 화해를 이루자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져야만 우리는 미래로 전진해갈 수 있다. 당장 아프지 않다고 묵은 상처를 놔두면 결국은 병을 키우는 법이다. 잘못된 역사는 언제나 재발해서 더 크게 덧나는 법이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셨던 어르신들께서 우리의 이러한 노력을 이해하시고 도와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어려운 걸음을 하셔서 참석해주시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2004년 8월 16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