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이제 다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대한민국 다시 시작합시다.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512
  • 게시일 : 2003-11-11 00:00:00
- 3.12, 4.15, 그리고 5.14 -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늘 헌재의 탄핵기각 결정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온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 사필귀정의 결정입니다. 탄핵은 이미 4월 15일 국민에 의해 기각되었습니다. 오늘 내려진 헌재의 결정은 국민의 참다운 민의를 헌법기관에서 확인해 준 것입니다. 평범한 대다수 국민의 정서와 권위 있는 헌법기관의 판단이 일치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맙고도 행복한 일입니다. 현명한 결정을 내려 주신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헌정사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수차에 걸친 쿠데타에 의해 좌절된 오욕의 역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판이 바로 3.12 의회쿠데타였습니다.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서 ‘헌법정신’을 짓밟아 버린 것입니다. 3.12는 국민에 대한 반역이요, 역사에 대한 반역이요,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었습니다.

3.12로 인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너무나 컸습니다. 민의의 전당에서 국민주권이 유린되는 과정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갑작스레 그 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생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어찌 일일이 언급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국민은 위대했습니다. 4.15는 ‘쿠데타’를 박제와 화석으로 만들었습니다. 4.15총선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치사전에서 ‘쿠데타’란 명사는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민의를 왜곡하고 민심을 배반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 지 국민은 똑똑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4.15는 헌법위에 군림하며 총과 칼, 수의 힘으로 주권을 유린하던 시대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5월 14일 오늘의 결정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확인해 준 것입니다. 4.15는 대의민주주의의 실패를 참여민주주의로 극복한 모범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얼마 전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민생과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낡은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는 민의를 하늘같이 받들겠습니다. 그것은 서로 싸우지 말고 상생의 정치를 하라는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그러나 화합과 상생의 정치가 과거에 대한 무조건적인 봐주기에서 출발하지는 않습니다. 탄핵을 주도한 야3당은 오늘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정당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해야 했습니다. 잘못된 정치적 행위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는 상생의 정치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입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반성과 사과가 있길 기대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 없어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부당하게 탄핵되었던 건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국민 여러분이었습니다. 탄핵에 대한 심판도 국민 여러분께서 해 주셨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의 대통령을 맞이합시다. 이제 다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열린우리당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앞장서 매진하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 내내 훗날 역사는 대한민국 정치를 2004년 4.15 이전과 4.15 이후로 나누어 기록할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040415’는 국민이 부여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민등록번호입니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 우리의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새로 시작합시다.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2004년 5월 14일
열린우리당 당의장 정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