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상생과 화합,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한 대 제안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185
  • 게시일 : 2003-11-11 00:00:00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상생과 화합, 그리고 국민통합의 새 정치를 제안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것은 이번 4.15 총선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총선 이후 우리 사회의 안정과 화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가는 야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정불안과 국민소득 1인당 2만달러시대로 갈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머뭇거릴 시간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취소, 네덜란드 총리의 방한 취소 등 중요한 정상회교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있고, 북핵문제의 해결과 경제회생을 위한 전기 마련도 여의치 않습니다. 주변 4강과 북핵문제를 둘러싼 긴밀한 외교협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라크 파병지 변경 등 중요 현안 합의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세계가 국정 중단에 대해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외국자본은 투자를 보류하고 있고 국제신용평가기관은 탄핵정국이 종료될 때까지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국내자본은 투자의 확대균형노력을 중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국가를 위해 중요한 것은 총선 결과보다도 총선 이후 대한민국이, 한국정치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분명한 희망과 대안을 국민들에게 내놓는 일이라고 판단되어집니다. 따라서 국가비상사태와 범국민적 저항을 촉발한 대통령 탄핵문제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지에 대한 정치권의 새로운 논의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한국정치의 새 출발을 위한 분명한 개혁프로그램을 정치권에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지 간에 예견되는 국론 분열과 국가적 에너지의 손실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민여론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이 조속히 내려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야당은 심리과정에 더욱 치열하게 매달리게 될 것입니다. 이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무려 29명이나 되는 증인을 신청하고 대통령의 직접 출석을 요구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통령 끌어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통령을 공격하고 상처 낸다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그 상처와 앙금을 치유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어야 할지 상상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승리한 대통령이나 패배한 야당이나 모두 상처를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야간의 상생의 정치, 행정부와 입법부의 신뢰와 협력관계 역시 쉽게 형성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탄핵후유증에 시달려 정부와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 것입니다. 야당에 의해 짓이겨진 대통령은 야당에 손을 내밀기가 힘들어질 것이고, 또 야당은 자존심 때문에 무한 투쟁을 자초할 수도 있습니다.

설령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희망대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결정이 내려진다고 할지라도 국론분열이 이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 국민의 70%가 넘는 절대 다수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다수 국민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혼란 상황에서 다시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게 된다면 여야는 사생결단의 권력투쟁에 돌입하게 되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극심한 국론분열이 불가피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간에 결정에 대한 반발, 서로간의 상처와 앙금, 국론분열, 국가적 에너지의 낭비 등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북핵문제의 해결, 경제살리기, 사회적 갈등, 망국적 지역감정의 치유를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형식적 법절차와 자존심에 집착해 국력 소모와 혼란을 방치하면 안 될 것입니다. 이는 민의를 거슬러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데 이어 이어 또 한번의 정치적 자해행위가 될 것입니다.

결국 국익과 민의에 부합하는 유일한 대안은 16대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탄핵소추안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이번 4.15 총선이 끝나면 탄핵소추 철회를 마무리한 뒤 대통령과 17대 국회, 그리고 국가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물러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제안합니다. 양당대표회담을 통해 16대국회의 결자해지에 대한 대국민약속을 하고 총선 승패와 관계없이 총선이후, 희망과 통합, 상생의 정치로 일대 전환할 것을 국민에게 다짐하도록 할 것을 호소합니다. 야당이 탄핵안을 철회하고 새로운 전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나서겠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전진과 화합을 위한 우리당의 제안에 부응해 대표회담에 참여하고 상생과 화합의 정치라는 대국민 약속을 함께 할 것을 간곡히 제안합니다. 국민은 지금 싸우는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를 바라고 있습니다. 싸우지 말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17대 국회가 지난 1년 동안의 국회처럼 소모적인 싸움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같은 제안은 ‘상생과 화합’이라는 한국 정치의 새로운 토대를 만들기 위한 접근이자 새 출발을 위한 제안입니다. 또한 총선이후 여야간에 승패를 떠나 정치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탄핵정국을 종식하고 G-10진입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새로운 정치프로그램을 가동시킬 수 있는 바탕을 만들자는 저의 대승적 제안에 박근혜 대표의 사려 깊은 반응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끝〉

2004년 4월 5일
정동영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