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원내대표 ]김근태 원내대표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67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한ㆍ민ㆍ자 야합의 개헌음모를 분쇄하고
민주주의를 지킵시다! 대통령을 지킵시다!

한국 민주주의에 가장 부끄러운 사건으로 기록될 탄핵안이 통과된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국민은 국정혼란과 민생 불안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도 출렁이고 있고, 외신은 월드컵4강 한국의 정치코미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현실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국민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정치가 국민의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는 국민이 선출한 참여정부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탄핵안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폭력과 야만의 의회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해 46명의 의원들이 싸웠지만 결국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어찌보면 역부족이었지만,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물리력 저지 이외에 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강제로 막은 너희는 뭐가 다르냐?”라고 힐난하는 목소리에는 가슴 한편 죄송함이 있습니다. 집권여당으로서 깨끗한 정치,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고 더욱 노력하라는 비판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국회에서 야만적인 쿠데타를 자행한 후, 야3당의 대표가 국정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었습니다.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한민야합에 자민련까지 가세한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탄핵으로 국정혼란을 부추기고 이제는 국정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병주고 약주는 것 아닙니까? 국민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겠지만 곧 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차라리 합당하는 것이 솔직할 것입니다.

야3당은 17대 총선을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했고, 개헌논의를 일체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개각 이야기는 다음에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서둘러 말을 바꿨습니다. 총선을 4월15일에 실시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데도, 이를 주요 합의라고 발표한 것도 이상합니다. 게다가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이 마치 집권당처럼 개각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야3당이 무모하게 탄핵안을 강행한 비밀이 여기에 있습니다. 애초에 국정혼란을 이유로 탄핵에 반대하던 자민련이 가세하며 그들의 의도는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그들의 속마음은 총선을 연기하고, 16대 국회에서 개헌을 통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하고 싶은 것이지요. 이해하지 못할 탄핵사태는 대통령에 대한 야3당의 감정과 오기도 한 몫을 했지만 본질적으로 역사를 되돌리려는 음모가 숨어 있습니다. 탄핵은 총선 연기와 개헌을 통해 국민이 선출한 권력을 찬탈하려는 서막에 불과합니다. 다만 탄핵안 통과의 후폭풍이 워낙 거세니까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최대한 국정안정에 협조하는 척 하면서, 국민여론이 안정될 즈음이면 반드시 개헌을 무기로 들고 나와 국면을 전환시키려 할 것입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결코 소설이 아닙니다. 양 당의 이론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이미 몇 차례 공개된 사실입니다. 그들은 기회만 보고 있는 것이지요.

아무런 명분도 없고, 국민이 반대하는 탄핵을 강행한 사람들입니다. 폭행과 욕설이 난무하는 그 부끄러운 현장에서 환호하고 박수치는 그들을 보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정치적 狂氣를 보았습니다. 정권탈취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동원할 수 있는 그들의 집단최면을 보았습니다. 정권찬탈이라는 집단적 주술에 걸려 국민고통과 민생은 그들의 입안에서만 맴돌 뿐입니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첫 번째 원칙입니다. 부패하고 낡은 세력이 임기 1개월짜리 다수의석을 무기로 4년 남은 대통령을 유린한 반민주적 쿠데타가 용납되서는 안 됩니다. 합법을 가장한 폭력과 야만이 용인되서는 우리사회의 미래가 없습니다.

국민여러분!
이제 국민여러분이 나설 차례입니다. 국민여러분께서 바로 잡아 주십시오. 평화를 사랑하고 민주와 정의를 염원하는 모든 국민들이 한데 뭉쳐 나라를 바로 잡아 주십시오. 낡고 부패한 냉전세력과 지역주의세력은 반드시 역사 속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진실을 일깨워 주십시오.
진절머리 난다고,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정치를 포기해 버리시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우리 아이들의 내일도 없습니다. 허물없는 집단이 있을 수 없고, 비록 국민여러분의 기대에 미흡하더라도 옥석은 가려주셔야 합니다. 민주와 정의를 다수의 폭력으로 유린한 3·12 의회쿠데타를 결코 잊지 말아 주십시오. 낡은 세력, 부패세력, 지역주의 세력, 이 3악(堊) 세력이 야합한 그들만의 잔치는 국민 여러분이 심판해 주셔야 합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비상식을 상식으로, 비이성과 광기를 이성과 합리로 되돌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살아 있음을 국민여러분과 더불어 확인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 3. 14 열린우리당 김근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