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차 의원총회 김근태 원내대표 모두 발언]제22차 의원총회 김근태 원내대표 모두 발언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300
  • 게시일 : 2003-11-11 00:00:00
제22차 의원총회 김근태 원내대표 모두 발언

여러분들 마음고생 많았다. 허탈하고 분노가 풀리지 않는다. 정치를 희화화하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특검법안을 법절차에 따라 재의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과반이 넘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총출동해서 국회를 마비시키면서 민생과 국회를 볼모로 협박을 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통과시켜 줘야만 국회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망발을 어떻게 할 수 있나.

그런데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것이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재의결이 되자마자 의원들이 낸 사직서를 아무런 설명도 없이 되돌려줬다. 코미디다. 쇼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인데 임의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기들 협박한 대로 통과되고 나니까 국민에게 설명도 없이 되돌려주는 이런 정치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내년 총선거에서 국회를 바꿔야 한다. 행정부는 국민의 선택과 결단으로 두 번을 바꿨지만 국회는 한번도 바꾼 적이 없다. 정통 야당운동과 재야민주화운동 하던 분들, 양심적인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개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반수 국회 권력을 잡아본 적은 없다. 당정이 분리되고 입법부와 행정부가 독립해서 균형과 견제를 이루게 되면서 국민과 더불어 의회권력을 획득하지 않으면 정치의 변화와 21세기 선진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흔일곱분의 국회의원이 정치생명을 걸고 결단을 내렸지만 국민들의 지지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자신의 부족함과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 고백한 후 고치고 결단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다. 다행히 오늘은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에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얼마전에는 10%에 못 미치는 결과도 나왔다. 가능성이 없고 구제 불가능한 3등으로 보도되어 우리를 부담스럽게 했다. 전문가들 의견에 의하면 불가피한 편향이 있다고 해 다소 위안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 지지는 정치개혁을 통해 원내권력을 바꾸자는 우리의 원대한 포부에 비추어보면 많이 부족하다. 원인은 외부에 있지만 외부의 원인을 개선하고 극복하는 것도 우리 내부를 통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의총에서는 민생문제, 정책문제, 법안문제를 논의해왔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 김원기 의장을 비롯해 우리 모두 고충이 있고 답답함이 있다. 오늘 의총에서 우리 자신이 어떤 새로운 결단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가슴을 열어놓고 논의하고 가능하면 합의에 이르렀으면 한다.

오늘 의총은 정치 문제, 당내 문제, 어떻게 국민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실현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기존의 의총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의총이 될 것이다. 논의의 효율을 위해 몇가지 제안을 드리겠다.

오늘 의총은 모처럼 넓고 깊은 얘기를 하자. 요즘 당을 걱정하는 의원 여러분의 진정어린 말씀을 많이 듣는다. 많은 분들이 당을 걱정하면서도 서둘러 당을 만드느라 가슴 열고 토론할 시간이 없었다. 의총을 자주 열었지만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민생문제 등 당론 결집이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실무중심으로 운영한 것이 사실이다. 오늘은 모처럼 시간을 좀 내서 정국 대응방안, 당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지혜를 모아보자. 의원 여러분이 평소 생각하고 고민하던 문제에 대해 기탄없이 토론해 주시기 바란다. 앞으로도 자주 이런 기회를 만들어 여러분의 고견을 듣겠다. 다음 주 중에 의원 워크숍을 갖자는 제안도 있었다.

정국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보자. 수의 정치가 횡횡하는 현실속에서 소수당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그리고 정신적 여당, 정치적 여당이라는 모호함도 있다. 참여정부와 우리의 철학과 소신이 같기 때문에 국민의 평가도 함께 짊어지면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정치적 여당의 내용은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여당이 아니라 당정협의 채널이 부족하다. 당정분리는 잘 되는데 원활한 협력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원활하게 구조화되지 않으면 정국주도권을 갖는게 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없이 우리가 뭐하고 있는가로 접근하는 것은 자기학대이다. 무너진다. 실질적인 돌파구없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절제되어야 한다.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하면 처음 우리 자신들이 정치생명을 걸고 결단했던 수준과 깊이의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가슴을 열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당내에는 아직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함께 했던 분들 사이에서도 시국을 보는 견해와 경향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이 마치 모래알 같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고 농담삼아 너무 민주적인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당의 집중력을 강화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당이 발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셨으면 한다. 얘기를 시작할 수 있는 화두를 드리기 위해 다소 과감하게 말씀드렸다. 이외에도 현실을 인정하고 도전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다. 오늘이 그 출발이 되었으면 한다.

2003년 12월 5일
열린우리당 공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