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제171차 의원총회 모두발언
제171차 의원총회 모두발언
□ 일시 : 2019년 12월 2일(월) 오후 2시
□ 장소 :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
■ 이해찬 대표
오늘이 12월 2일이다. 오늘까지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마지막 날인데 현재 예산안은 감산조차도 다 끝내지 못하고 증액은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은 '선거법을 상정 안 하면 법안 몇 개를 풀어주겠다느니', '5개 법안 필리버스터 하면 또 몇 개를 해주겠다느니' 하면서 흥정을 하고 있다. 저는 법안 가지고 흥정하는 건 처음 본다. 예산은 예산대로 처리하고, 법안은 법안대로 처리해야지 무슨 장사하듯 하는 건 기본적으로 공인으로서, 공당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인의 자세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하고 있는 것은 또 모욕했다는 소리 들을까봐 말을 안 하겠다. 이런 식으로 국회를 잡아놓고 흥정을 하고, 이래선 안 된다. 진지하게 하시길 바란다. 선거법 협상에도, 사법개혁법에도 진지하게 나오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얼굴을 들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린다. 첫째, 기존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고 둘째, 앞으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시길 바란다. 그러고 나서 법안을 협상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의 정도다.
한국당이 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다른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의 요구대로 마냥 끌려 다닐 수 없다. 이제 국민들도 다 알았고,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가지고 이번 정기국회를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 이인영 원내대표
지난 금요일 자유한국당이 199개 안건 모두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던 것은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정치적 폭거였다. 당일 우리당은 신속하고, 정확하고, 안정감 있게 대처했고, 이를 통해 자유한국당이 획책했던 국회 마비, 국회 봉쇄 기도는 완벽하게 격퇴되었다. 이해찬 대표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우리가 정치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근본, 도리, 금도가 있다. 정치는 민생 본위에 출발하고 끝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 특히 우리 국민 모두가 바랐던 몇 가지 법들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애달프게 만들었던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들의 안전과 관련한 법은 절대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정쟁의 볼모로 삼은 것은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역린을 건드린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여야가 함께 공감했던, 합의했던 법안인 ‘청년기본법’을 막은 것은 우리 청년들의 꿈을 뺏은 것뿐만 아니라 우리 미래를 닫아버린 것이라 규정한다. ‘데이터3법’을 막은 것은 디지털 시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해야 할 길을 가로막은 것이라 규정할 수밖에 없다. 입으로는 ‘데이터3법’을 처리하겠다고 하고서, 어떤 법도 그날 본회의에 상정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신의성실의 자세로 국회법을 개정해서 행정입법을 통제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이 우리에게 돌려준 답은 199개 법안 전체에 대한 필리버스터였다. 정치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신뢰를 깡그리 뭉개 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원님들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지난 여름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때, 저는 적어도 자유한국당에게 ‘몇 날, 몇 시에, 어디에서 이것을 통과 시키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통지했다. 자유한국당이 의원워크숍을 열고 있을 때 그 이틀의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면서 처리했다. 만약 제가 자유한국당이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국회를 온통 봉쇄하고 마비시키려는 습격과도 같은 행태로 정치를 대했으면, 자유한국당이 지방 어딘가에서 의원워크숍을 열고 있을 때 저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런 행위를 반복하면 우리 정치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공존 가능성, 협상의 씨앗마저 송두리째 다 날려버릴 것이라고 본다.
‘소재·부품·장비산업특별법’은 다 아시겠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지지말자’, ‘이번만큼은 이겨보자’는 우리 국민들의 합의에 기초한 법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다시 경쟁력을 갖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를 만들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법이다. 자신들도 동의한 이 법이 어떻게 정쟁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는 자기들이 직접 발의한 법안 26건, 그리고 70여 건에 달하는 대안처리 된 법안들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되는 법안이 된다는 말인가? 여기에 더 웃지 못 할 이야기는 인사와 관련해서는 안건이 상정되면 무기명비밀투표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그 안건조차도 필리버스터를 걸었다. 국회를 완전히 망신주고,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기 위해서 막무가내로 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준엄하게 심판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자유한국당이 대가를 치르고 대답을 해야 한다. 최소한 사과는 못 할 지라도, 스스로가 망가뜨린 국회를 다시 정상화하고 원상복구하기 위해서 199건에 건 필리버스터에 대해 전면 철회를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다시 협상과 공존의 정치의 길로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문이 열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지금 우리가 지난 몇 달 동안 끌고 왔던, 어떤 면에서 시한폭탄과도 같았던 검찰개혁법, 선거제도개혁법과 관련해 진지하게 협상의 자세로 나와야 한다. 자유한국당 안에서도 우려하고 협상을 위해 유연한 방안을 찾자고 했던 안들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 그 출발은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수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수처의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검경수사권 조정 방안까지 포함하는 길로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야 협상이 되지 않겠는가? 여전히 270대 0 수준의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 배분 방안을 가지고 어떤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의 절대 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공수처 신설 법안에 대해 죽어도 막겠다는 어깃장으로만 일관한다면 어떻게 협상이 있을 수 있겠는가? 몇 번을 우리당은 이야기 했지만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 공수처의 신설이라는 방향에 대해서만 자유한국당이 문을 개방한다면 얼마든지 유연하게 협상에 나설 것이고, 그 과정에서 타협과 절충점을 찾아서 국회 전체가 우리 국민이 바라는 대로 합의를 도출하는 길로 나가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이 대답해야 한다. 보라는 듯이 계속해서 어깃장을 놓을 시점이 아니라 머리 깎고, 단식할 시점이 아니라 이제는 협상해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집요하고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 할 시간이다.
저희가 내미는 마지막 손길, 필리버스터를 다 철회하고 ‘민식이법’을 비롯해서 순수한 비쟁점 법안들, 순수한 민생경제 법안들을 ‘원-포인트 본회의’라도 열어서 처리하자는 제안에 대해 저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전제조건은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대표도 이 문제의식에 대해 동의하고 있고, 이제는 자유한국당이 대답할 시간만 남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이것이 되지 않는 한, 사실상 우리가 진심을 담아서 협상하고, 합의를 시도할 수 있는 길은 봉쇄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끝내 우리가 내미는 손길을 거부한다면 저는 오늘 의원님들의 자유토론을 경청하겠지만, 또 다른 선택과 결단을 주저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검찰개혁,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의 조정, 그리고 ‘유치원3법’, ‘민식이법’을 포함한 어머니들의 눈물을 닦을 수 있는 법들, ‘데이터3법’과 ‘소부장법’을 포함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과 활력을 약속할 수 있는 법들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공조의 길로 우리가 열어 놓고 임할 수밖에 없다. 이미 자유한국당을 빼고라도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국회에서 할 일을 똑바로 하라는 여론은 비등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셔서 오늘 의총에서 향후 정국을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 나가고, 수많은 난관들을 헤쳐서 우리의 과제들과 목표들을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본래 예정했던 오늘의 의총 주제는 검찰개혁에 여론의 비등했던 시점부터 정기적으로 우리가 매주 월요일 의총을 개최해 왔던 그 연장선에 있지만, 오늘은 특별히 우리가 국회를 비상하게 정상화하고, 막힌 정국을 제대로 뚫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다행스런 국회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찾아 가는 첫 시간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임해주셨으면 좋겠다.
2019년 12월 2일
더불어민주당 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