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박지원 원내대표, 현 정국 관련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 일시 : 2010년 5월 27일 10:00
□ 장소 : 본청 원내대표실
■ 박지원 원내대표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특사였다. 지난 민주정부 10년간 남북 교류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어떤 역경에서도 역사적 소명을 했다고 자부하며 살았기 때문에, 오늘의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해 참으로 큰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김정일 위원장에게 요구하겠다. 우리 정부의 발표대로 천안함 사건은 잘못된 것이다. 만약 북한의 주장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국제 사회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 무조건 부인하면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언행은 한반도를 긴장으로 몰아 결국 파국을 맞게 되기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을 부르는 언행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요구한다. 사건 발생 때는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했다가 두 달 만에 이것이 과학적 증거라고 하면서, 국회와 국민에게는 설명하지 않고 외교 사절들에게만 친절히 설명한 후 무조건 인정하라고 닦달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
민주당은 누구도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3월 26일 이후 두 달간 군과 국방부와 한나라당에서는 북한 소행이라고 연기를 피웠지만, 국정원과 청와대 더욱 미 정부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불을 꺼버렸다. 그러다가 두 달 만에 과학적 근거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인정을 강요하고 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국정원과 청와대의 발표·보도를 보고 많은 의문이 있기 때문에, 국회 진상조사특위에서 철저한 검증을 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과 대책을 강구하자고 했다.
지금 우리는 ‘전쟁이냐 평화냐 혼란이냐 안정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 하루 만에 우리 국민의 돈 29조원이 날아가고 있다. 이제 드디어 기관투자가들, 그리고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가지고 시장을 조정하고 있다. 이것 또한 우리 국민의 세금이다. 남북관계는 경제다. 평화가 경제다. 따라서 우리는 대통령에게 극단적인 감정대응보다는 평화를 지키는, 그래서 경제를 살리고 서민을 살리는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미국 정부에도 요구한다. 과거 김영삼 정권 때도 한반도 전쟁의 위기가 있었지만, 미국 정부가 나서서 막았다. ‘왜 하필이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 위기가 있을까’ 하는 것도 의문이다. 현재 이명박 정권에서도 전쟁이라는 위기가 도래했다. 야당도 우리 국민도 보지 못한 400쪽짜리 천안함 보고서를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보고 “이것을 읽어보면 중국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4시간 한국을 방문해 여러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염려해 준 것은 감사하다. 그러나 과거 김영삼 정권 때처럼 현 이명박 정권에서도, 전쟁이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전쟁 위기를 해소 시키는데 미국이 앞장서줄 것을 요구한다.
미국에서도 9.11 테러 사건이 나자 여야 합동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년간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백서로 밝혔다. 이라크 전쟁 관련 저서와 보고에서도 그렇다. 우리 국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국정조사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도 우리 국회의 철저한 진상과 대책에 대해 주시해 달라고 부탁한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즉각적 위기에 대해서는 아주 강하지만 계산된 대응책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방향을 전환하는 대책이 투 트랙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한반도가 전쟁의 길로 가는 것은 미국이 나서서 막아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국회에서 천안함 진상조사특위가 고작 하루하고 공전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많은 자료를 요구했지만, 정부에서는 아무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도대체 400쪽짜리 천안함 조사 보고서를 왜 외국 정부에는 보내주고, 국회와 국민에게는 발표 당일 한 시간 전에 달랑 3~4쪽짜리 발표문만 보내오는가. 이것은 우리 정부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대표는 할 것 다하고 나서 “이제 천안함 관계로 민주당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한다. 더욱 가관은 김태영 국방장관은 믿지 않는 국민을 원망하고 있다. 국회도 그렇다고 분통 섞인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양심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얘기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한미 군사합동 훈련기간에 북한 잠수정이 백령도에 와서 어뢰를 쐈다는 책임, 그 책임을 지는 국방부 장관의 양심은 어디로 갔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정부의 발표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방장관·군인을 믿고 생업에 종사하는 우리 국민은 배신감이 든다. 물론 북한을 규탄할 필요도 있지만, 왜 자신의 책임은 국민 앞에 밝히지 못하는가. 그러면서 양심 있는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한다. 그 양심은 무슨 양심인가. 다시 한번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특히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 정부가 자중해 줄 것을 요구한다.
어제도 밝혔지만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대북 결의안을 진상조사특위에서 동의하자”고 했다. “정부의 발표를 믿더라도 많은 의혹이 있기 때문에 진상조사특위에서 더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국회 본회의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답변했더니, “정부의 진상조사가 나왔지 않느냐”고 한다. 그렇다면 국회 천안함진상조사특위가 아니라 국회 천안함정부발표인정특위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시 한번 정부여당에 요구한다. 진상조사특위를 내일부터 가동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야당이 요구한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해야 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왜 400쪽짜리 조사 보고서를 외국에는 보내고, 국회와 국민에게는 공개하지 않는가. 왜 두 달간 아무 소리 하지 않다가, 20일 발표 한 시간 전에 국회에 와서 야당 대표와 원내대표에게 보고하겠다고 하는가. 이것은 친절한 금자씨의 도를 넘은 것이다. 국회 진상조사특위를 철저히 가동하고 정부는 자료를 제출해,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히 해결해야 한다. 그때 정부의 진상조사를 우리 국민이 100% 믿게 된다. 김정일 위원장이나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으로 가는 극단적인 언행은 삼가고, 우리 국민과 세계가 바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할 때, 민주당은 초당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쟁을 억제하는데 협력하겠다.
2010년 5월 27일
민주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