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이재명 당대표, 한국경영자총협회 방문 인사말
이재명 당대표, 한국경영자총협회 방문 인사말
□ 일시 : 2024년 11월 11일(월) 오전 10시 40분
□ 장소 : 경총회관 8층 회의실
■ 이재명 당대표
먼저 이렇게 시간 내주시고,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저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국가가 성장·발전하고,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실제로 가장 최첨병의 역할을 하는 것이 기업이죠. 미국 대선의 결과도 사실은 이런 점들이 반영됐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치나 이념,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국민들의 일자리다.’ 이런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 국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먹고사는 문제의 말씀을 자주 드리는 이유는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더 안전하게, 더 평화롭게, 더 행복하게, 더 잘 사는 것입니다. 더 잘 살게 한다는 문제, 이 민생의 가장 핵심은 역시 기업활동입니다. 기업활동을 통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또 국가의 부도 창출됩니다. 전 세계가 자본주의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제도인 것도 부정할 수 없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저희는 당연히 기업활동이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하고, 국가의 역할 역시 기업활동을 권장하고, 기업활동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욱 국민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장이 곧 복지다. 성장이 곧 발전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그 성장 발전의 과정에서 어떤 경로를 취하느냐가 문제일 텐데, 사실 억압적이거나 일방적이거나 아니면 비합리적인 방법으로는 이제는 세계 경쟁을 해나갈 수가 없지 않습니까?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상식적이고,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민주적이고, 그야말로 가장 도덕적인 방법들을 동원해야, 국제 경쟁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제가 다니면서 참 많은 얘길 듣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기업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는 크게 양면이 있다고 봅니다. 포지티브한 영역을 본다면 일단은 시장을 좀 확대해야 할 것이고, 그 기반으로는 기술개발, 또 생산성을 향상해야 되고,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국가 단위에서의 인프라 구축, 필요한 인재의 양성, 이런 것들이 정말 중요하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건데, 이익을 늘리는 방향이라면 경비를 줄이는 측면이 있을 텐데, 그것은 한편으로 보면 기업활동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몫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저는 이것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경총에 오면 주로 듣게 되는 얘기가 세금 문제, 그리고 노동자들에 대한, 예를 들면 유연성이라고 보통 표현하죠? 노동 유연성 확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전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필요하죠. 그런데 그게 또 한편으로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쪽에 속하는 것, 이런 것은 어찌 보면 전 세계 10대 경제 강국, 선진국이라고 하면서 어쩌면 수치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면 엄청난 비율의 산재사망률, 산재사고율, 이런 것도 국가적 수치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도 해결해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중이 크진 않겠지요. 그러나 정치를 하는 입장, 국민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도 어차피 또 해결을 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노동시간에 관한 문제들도, 사실은 노동시간을 많이 확보하고 임금은 최소한으로 지급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고용 불안을 겪는 노동자들이 과연 기업에 소속감을 갖고 정말 최선을 다할까? '이게 내 회사다. 내가 일한 성과가 크면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과, ‘시간만 때우면 된다. 어차피 나는 언제 내쫓길지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비교하면 과연 어느 쪽이 나을까요? 그것은 증명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기업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저희가 이해를 합니다.
그런데 이 양자를 조화시킬 필요는 있습니다. 정말로 꼭 필요한 영역들, 예를 들면 '집중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한 영역들은 노동시간을 통제해놓으니까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것은 노동자들 자신에게도 불리하다.'라는 주장도 있고, 실제로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그런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필요한 계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전체 제도를 통째로 바꿔버리면 이 제도가 잘못 사용돼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전체적으로 후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 않습니까? 사실 그런 주장은 해도 관철될 가능성이 매우 낮죠. 서로 섭섭하고 기분만 나쁩니다. 실현 가능한, 정말 꼭 필요한, 합리적인 개선을 해내는 것, 그걸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저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금 문제도 사실 비슷합니다. 그런 생각을 이따가 조금 토론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세금을 많이 깎아주면 전체 개별 기업들의 이익을 늘리는데 궁극적으로 더 도움이 될까요? 단기적으로는 당연히 도움이 되겠죠. 그러나 시장이 약화되면, 생태계가 훼손이 되거나 취약해지면 궁극적으로는 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공정한, 공평한 부담을 한다면 경쟁하는 입장에서 일정 정도는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과도하면 또 안 되겠으니, 이 적정선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토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기업활동을 위한 인프라 구축 같습니다. 기업인들을 포함해서 많은 경제 현장에 있는 분들 얘기를 많이 들어보는 편인데, 재생에너지 문제가 정말 심각하지 않습니까? 최근에 좀 주춤하긴 합니다만,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9%도 안 되는 재생에너지를 가지고 과연 국내에서 상품을 생산해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국내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해서 생산비를 많이 줄인다고 한들, 결국은 유럽 시장으로 갔을 때 수입을 아예 안 한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구매를 안 하겠다는 회사도 많이 생겼잖습니까? 소위 RE100이라고 하죠.
또 탄소국경세, 이런 것도 부담 아닙니까? 국내에서 부담을 줄여서 생산비를 줄여놔도 결국 수출 중심의 대한민국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해외에 가서 오히려 부담을 추가로 하게 되니까, 전체 대한민국 경제에 오히려 나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문제는 사실 기업들 잘못도 아니고,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부분도 아니죠. 최대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또 전력문제 때문에 앞으로 전력이 엄청나게 필요할 테고, 전력 수급 계획도 지금 안정적이지가 못한 것 같은데, AI 중심의 산업·기업 세계가 발전하게 되면 엄청난 전력이 소모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과연 제대로 공급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저는 약간 걱정이 됩니다.
그런 인프라 구축의 문제라든지, 특히 인재양성 관련해서도 매우 걱정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그것을 다 감당해야 하느냐. 과연 앞으로 인재 공급은 제대로 될 것이냐.' 그것도 역시 국가공동체가 책임져야 할 부분입니다. '기초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이것은 충분하냐' 이것도 사실 기업들이 할 일이 아니고, 기업들이 이익이 되는 기술, 응용기술에 집중해야 하는데, 기초과학기술 문제는 국가공동체가 책임져야 합니다. 이것이 과연 충분합니까? 또 한 가지,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입장에서 세계 시장이 우리 입장에서 좀 위축되거나, 아니면 사라지는 문제에 대한 국가정책 또는 입법의 문제들이 좀 더 큰 과제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민주당도 기업인들, 경총도 마찬가지죠. 사실 그런 얘기들이 많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입법이나 정책으로 여러분들이 하지 못하는 일, 정말로 구조적인 문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문제,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길 해주시면 저희가 좀 할 텐데, 노동자들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를 얘기를 하면 했던 얘길 또 하게 됩니다. 노동자들을 저희가 안 만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럼 또 그쪽에서는 이런 얘길 하고, 저희는 그중에 합리적인 영역을 찾아내서 노동시간 문제, 노동시간 유연화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개선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말씀을 하나만 더 드리고 싶습니다. 노동자들도, 기업인들도 정말 서로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것이 뭐냐고 하면 고용유연성, 노동유연성 문제와 사회안전망 문제가 얽혀있는 문제인데, 제가 노동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고는 죽음이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불안하죠. 해고를 당하면 자기들이 살아갈 길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노조에서 일부 그런 것도 요구합니다. ‘내 자식을 채용 의무화하자.’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잖아요? 그런 요구를 해야 할 정도로 사실 절박한 겁니다. 그들도 이게 말이 안 된다는 얘기를 알 겁니다. 일부에서는 관철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소위 ‘잘리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정규직으로 한번 뽑아놓으면 다시는 해고를 할 수도 없고, 똘똘 뭉쳐서 극단적으로 저항하니까, 절대로 정규직으로 뽑지 않는다.' 지금은 뽑아도 사실 전부 기간제로 뽑지 않습니까? 기간제로 뽑으니 쉽게 고용 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지만, 소속감이 떨어져서 진짜 애정이 있는 우리 식구가 되지 않죠. 기업들도 아마 소속감을 갖는 좋은 인재를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고용을 보장하면서 뽑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무서워서 못 뽑습니다. 이게 저는 기업 측면이나, 노동 측면이나 양 측면이 다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죠. 저는 이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서로 의심하고 불신이 너무 큽니다. 그래서 긴 시간 마음을 터놓는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고, 또 그것을 정부나 공공 사이드에서 보장을 해줘야죠. 신뢰하지 않으니까 좀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위 사회적 대타협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노동문제는 단편적으로 맨날 싸워서 데모하고, 압박하고, 압력 넣고 해서 해결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진지하게 대화해야 합니다. 지금은 쌍방에 문제가 있거든요. 다 손해 아닙니까? 기업도 손해, 노동도 손해. 그 문제들을 언젠가는 정말로 진지하게 책임 있는 이들이 참여해서 신뢰할 수 있게 만들고, 결론을 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오늘도 제안서를 봤는데, 죄송하지만 거의 수용하기 어려운 일방적인 얘기로 끝날 얘기들입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편들어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니 결국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타협을 해야 할 텐데, 길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2024년 11월 11일
더불어민주당 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