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최근 5년간 인터넷·유선 서비스 해지고객 정보 약 2000만건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신사들은 부인하고 있으나 일부 해지고객은 '통신사 위탁업체'로부터 인터넷 재가입을 권유받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공받은 '2019년~2024년 통신3사 인터넷·유선 해지고객 개인정보 보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가 가장 많은 해지고객 정보 640만3049건을 보유했다. 뒤를 이어 KT(411만3162건)와 LG유플러스(211만6128건), SK텔레콤(185만1095건)순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은 관련 법령에 따라 해지고객 정보는 6개월에서 5년까지 보관한 뒤 폐기한다고 밝혔다. 또 이용자 정보와 분리해 별도 보관 후 파기한다는 설명이다.

현행 국세기본법은 통신사가 해지고객 정보를 5년까지 보관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법은 최대 10년까지 해지고객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도록 정한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불필요하게 되었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개인정보를 파기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듯이 보관 중인 해지고객 정보를 마케팅으로 재활용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 고객은 해지 5년이 지났는데도 통신사 위탁업체로부터 '재가입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지고객 정보가 마케팅에 재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상품을 해지한 지 5년이 넘은 50대 A씨는 최근 "SK브로드밴드 본사로부터 고객혜택 안내 업무 위탁을 받아 연락드렸다"는 안내 전화를 받았다. A씨는 "해지한 지 5년이 넘었는데 개인정보가 여전히 파기되지 않고 통신사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어 불쾌했다"고 말했다.

40대 B씨도 "SK브로드밴드를 해지한 지 한참된 상황인데 SK브로드밴드 위탁업체로부터 통신사를 바꿔보라는 권유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법조계는 이 같은 해당 마케팅 활동이 위반이라고 봤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통신사 위탁업체가 제대로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해지고객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면 통신사와 위탁업체 모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최근 해지고객 정보를 파기하지 않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데 개인정보위 차원에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은 회사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일부 '판매점'에서 벌이는 일탈이라며 통신사 자체적으로 해지고객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 판매점에서 파생된 소위 하부 딜러라고 불리는 이들의 판촉 행위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며 "통신사와 아무 상관 없는 회사들이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일부 판매점에서 '통신사 위탁사'라고 밝히고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판매점은 통신사 관리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통신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신사 모두 인터넷 상품·서비스 가입 등의 업무를 위탁업체에 맡기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해명은 사실상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의 '개인정보 처리위탁 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인터넷 결합 상품의 유치 가입 등을 위탁업체에 맡기고 있고 SK브로드밴드는 가입권유, 고객유치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KT는 KT 및 제3자(KT그룹사, 협력사, 제휴사 등)의 상품·서비스·혜택에 대한 개인 맞춤 추천 등의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고객유치·개통(설치), 유지 관리, 고객혜택 이벤트 안내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결국 통신사들이 발을 빼는 사이 해지고객들만 매년 마케팅 재활용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박민규 의원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개인정보는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 만큼 해지고객의 개인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신사와 위탁업체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