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EO포럼 정동영 당의장 초청 강연 내용 ]한국CEO포럼 정동영 당의장 초청 강연 내용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187
  • 게시일 : 2003-11-11 00:00:00
모두말씀

초청받은 자리 중 가장 어렵고 영광스런 자리이다. 한국 CEO포럼을 그대로 국회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국회의 품질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저녁 젊은 CEO들과 식사를 했다. 얘기 중에 한국인들은 주식을 파는데 외국인들은 왜 사들이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첫째 이유는 외국인들은 한국신문을 보지 않아 한국정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는 외국인들은 이제 한국정치가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만 보고 한국경제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설득력있는 분석이다.

정치가 경제를 가로막고 있는 암적 존재이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실력이 검증된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한국경제 분신들이다. 당 책임을 맡으면서 우리당을 몽골식 기병으로 만들어 현장정당, 경제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동안 정치하면서 꿈꿔왔던 정치이다.
국민이 가려운 곳이 있으면 긁어주고 막힌 곳이 있으면 뚫어줘야 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인데, 여의도 정치는 민생현장에서 너무 멀고 이익다툼에만 눈이 멀어 있다. 이러한 모습에 국민은 정치에 절망하고 불신하고, 혐오하는 것이다.
저는 8년 전 1월 정치에 첫 입문했다. 그 당시는 당대표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앞서 말씀드린 문제의식과 행동이 현재의 책임을 갖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는 저녁형 인간이라 아침엔 좀 늦게 일어나는 편이었는데 당대표가 된 이후엔 어쩔 수 없이 아침 일찍 조찬 모임 등에 자주 참석한다. 육체적으로는 행복하지 않다(웃음)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아침형 인간형으로 성공하신 분들이다. CEO들을 모두 당으로 모셔서 함께 하고 싶었는데 작년에는 명함도 못내미는 지지율 꼴찌정당이어서 감히 모시지 못했다. 올해는 시간이 촉박해서 몇 분밖에 모시지 못했다.

강연 내용

정치와 시장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저는 53년 7월생이다. 스스로 전후 1세대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시절 그리고 MBC기자로 입사했을 때에도 대통령이 박정희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극복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정치인이 된 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수정하게 됐다. 박대통령이 10, 2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 뒤 그간 내가 했던 박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일방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지난 8년간의 성장지체를 가져온 사회적 모순의 뿌리가 개발독재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권위주의, 군부독재의 뿌리는 깊고 광범위한 것이 사실이다.

어제 눈피해 현장에 다녀왔다. 1억, 1억 5천만원을 대출받아 마련한 생계 터전이 폭설로 가라앉았는데, 눈 치우는데만 투자했던 비용의 3분의 1 이 든다고 한다. 철근은 품귀현상으로 복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오이, 토마토, 알로에 등 애써 키워온 것들은 하나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피해주민들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분들에게 정부가 다가가야 한다.

혹자는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당이 1당이 되면 반시장적인 개혁독재를 할 것이라고 음해와 중상모략을 하고 있다. ‘정치를 시장경제처럼 하자’라는 것이 우리당의 정체성이고 창당목표 중 하나이다. 우리 정치도 공정하고 완전한 경쟁을 해야 한다. 우리 정치는 유권자의 의사와는 다른 작동원리와 생산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야말로 반시장적 정치행태이다.
관치경제로 인해 발생한 IMF를 시장경제 회복 과정을 통해 극복했듯, 반시장적 독재원리가 작동했던 정치 역시 시장원리를 도입해 정당민주주의를 이루고 완전한 공정경쟁을 이루기 위해 우리당을 창당한 것이다. 반시장적 요소라면 지역주의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지역주의라는 칸막이 속에서 유권자의 의사를 대변하기 보다는 지역주의만 자극하면 손쉽게 압도적으로 당선되는 정치현실이 30년동안 강고하게 구축됐다. 우리당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제 대검 발표가 있었다. 다수 국민이 정치 부패를 청산해야 한다고 한다. 정치부패 역시 완전한 공정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이를 당연시하는 정치풍토를 가진 선진국은 없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바로미터가 정치와 교육이다. 이태리는 마니폴리테 운동으로 3000여명의 정치인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정치가 깨끗해진 후 이태리는 비로소 G7에 들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2만불 시대와 동북아 물류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일본보다 앞서 나아가야 하고 중국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 정치부패 청산도 그 과정이다.
정치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 한국경제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지난 연말 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관계 4법 개악을 우리당이 물리적으로 저지했다. 시장적이지는 않은 것이고 새로운 정치에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지만 긴급구난, 정당방위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만약 이를 방치했다면 17대 국회도 가망성 없는 국회가 됐을 것이다. 이제는 국민여론에 힘입어 정치관계법이 가히 혁명적으로 개정될 것이다.
야당에 의해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당도 어제까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근태 원내대표께서도 물리적으로라도 저지하겠다고 하셨다.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니 국민적 지지와 명분이 없는 탄핵안 발의는 좌절될 것이어서 우리는 물리적으로 저지할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당은 지난 1월 11일 개혁지도부를 구성한 후 12일부터 남대문시장, 택시기사식당, 독거노인, 취직이 안되는 지방대 도서관, 중국 칭따오, 일본 부품공장 등 민생현장을 하루도 쉬지 않고 다녔다. 중국 칭따오는 작년 43억불의 외자를 유치했고, 올해는 50억불을 계획하고 있다. 이 중 27억불을 한국으로부터 유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방문 때 만났던 당서기, 부시장 등은 우리당 지도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동행했던 삼성과 현대자동차 CEO 들을 모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2주일 뒤 중국에서 동행했던 CEO들을 찾아와 부품공장 설립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투자유치를 부탁했다고 한다.
얼마전에는 김포-하네다 셔틀을 타고 일본에 다녀왔다. 종업원이 10, 20명 정도인 영세 기업의 제품이 어떻게 세계 1등의 경쟁을 가질 수 있는 건지 보고 왔다. 한-일FTA 협상이 지난연말 시작됐다. 농수산물 분야는 우리에게 득이 되겠지만 부품소재산업은 걱정이다.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의 요인이 부품소재산업에 있지 않은가.
또, 일본에 가기 직전 세계 1등 헬멧을 생산하는 홍진크라운도 방문했다. 용인골짜기에 위치한 공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볍고, 안전성이 높은 부동의 1위 헬멧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당신들이 1등이라고 힘을 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우리들의 할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반기업정서가 있다. 과거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들에게 몇 백억씩 주고 그 대신 여러 특혜를 받았던 것이 관례였다. 행여 한시적으로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세습 상속 등 재벌의 폐해가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지난 10여년 동안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해왔다.

기업인이, 젊은 CEO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꿈의 상징이 돼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켰으면 한다. CEO내부적으로는 자부심이 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CEO가 존경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목표와 비젼을 실현하는 바탕에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품격과 효율이다. 이는 바르고도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事前적이 아니라 事後적 평등을 추구한다. 능력있는 사람과 생산성 높은 기업을 대우해주고 이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낙오한 약자를 따뜻하게 보호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부. 이러한 역할이 없으면 무한경쟁시대 기업과 국가의 미래는 힘들다.
또 하나는 문화의 힘이다.
백범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문화의 힘이 흘러넘치는 조국을 꿈꾼다고 하셨다. 6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유효한 꿈이다. 문화의 힘을 위해서는 뒷받침하는 경제가 필요하다. 강한 경제를 위해서는 강한 과학기술이 필수이다. 반민생의 정치를 그대로 두고는 선진국의 꿈을 이룰 수 없다.

CEO포럼을 그대로 국회로 모셔왔으면 한다는 말씀을 모두에서 드렸지만 헌법상 불가능하므로 17대 국회를 CEO포럼에 준하는 국회로 만들어 보겠다.

질의응답
- 정치권 세대 교체가 심하다. 그러나 귀중한 인재의 낭비라는 비판도 있는데...

= 직선으로 구성된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 평균 연령이 48.5세이다. 공천되고 있는 후보자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정치가 획기적으로 젊어진 것은 多選이 훈장이 아니라 전과기록이라는 민심과 다르지 않다. 정치경력이 反경륜적인 분위기와 연관된다.
그러나 60대의 경륜은 우리사회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지금은 과도기적 정치상황에서 참신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치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서 노-장-청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기업인 대사면에 대한 견해
=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느 시점에서 ‘새 출발 선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진실과 전진이 있어야 한다. (불법자금을 비롯한 불법사안을)있는대로 드러내고 속죄하고 참회해야 한다. 그리고 그 토대위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양식으로 전진해야 한다.
8.15 시점에서 최근 정경유착 과정을 다 밝히고 국민동의가 있다는 전제아래 ‘새출발 선언’이 되어야 한다. 국민적 요구와 동의를 전제로 사면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 FTA체결에 대한 우리당 입장은?
= 전세계적으로 양자간 FTA 협정이 200여 건에 달한다. 우리는 FTA 제로 국가에서 이번에 겨우 체결국에 들어섰다. 한달 전 송도 미디어밸리 조성부지를 방문했을 때 위정척사비를 봤다. “양이 침범하니 싸우지 않으면 화친주의자이고 화친주의자는 매국노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것이 100년전 우리선조의 역사의식이었다.
이제 역사는 제 2의 개방 개혁을 요청하고 있다. 협상 중인 한-일 FTA를 시작으로 한-중-일 삼각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해야 한다. 그래서 NAFTA, EU와 함께 21세기 3대 세계경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한-중-일 협력체제 구축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