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상임중앙위원회 회의 모두 발언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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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 정동영 당의장

오늘 택시타고 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바닥 민심을 생생하게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택시기사들과 얘기를 좀 나눠봤는가.

□ 이부영 상임중앙위원

경제가 너무 어렵다,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정치를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총선이 끝난 뒤에는 제발 싸움 좀 그만하고 제발 서민들 살도록 경제 좀 챙겨달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LPG 특소세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면서 공약으로 끝나지 말고 실현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전체적으로 승객들 사이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관심은 높고 자신도 투표하러 가겠다고 했다.

□ 정동영 당의장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택시를 탄다. 아침 출근시간에도 빈 택시가 많이 있다는 것이 경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말 붙이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오늘 탔던 택시의 기사는 부인이 화장품 가게를 하기 때문에 동료들보다 조금 상황이 낫다고 했다.

“정치 때문에 경제가 안된다. 영종도 공항을 자주 다니는데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이 외국 나가서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타는 사람들마다 다 똑같은 놈이라고 욕한다. 다르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깨끗하다는 소리만 들어도 다르게 될 것이다. 정치가 경제살리기로 가야하는데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 바빠 택시 손님도 없고 경제도 안된다”고 했다.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 신기남 상임중앙위원

국민들은 다르게 보고 있다. 비례대표 문제만 보더라도 우리는 시스템에 의해서 하고 한나라당은 밀실에서 진행되고 심사위원이 비례대표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박근혜 대표가 한 마디 하니까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이런 것을 비교했더니 어떤 기자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비교해서 우위에 섰다고 그것을 자랑하느냐, 다른 차원에서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말 자체가 윤리의 잣대가 다르고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겉으로는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하지만 굉장히 다르게 보고 있다. 들이대는 잣대도 다르다. 우리는 그것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그 잣대에 맞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 김근태 원내대표

출근시간에 30분씩 빈차로 다녔다고 했다. 가슴이 서늘했다. 출근시간에는 택시를 잡기가 어려워야 정상이다. 그런데 출근시간에 30분을 빈차로 다녔다는 것은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얼마나 긴장되어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총선에서 경제와 민생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본격적인 정책경쟁이 발생해야 한다. 우리가 하겠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건실한 정책경쟁을 할 수 있기를 요청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라는 기반이 안정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탄핵철회를 결단해서 우리 정치가 정상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요청한다.

택시기사가 “한국정치 민주주의가 정말 발전하기를 바라는데 이렇게는 안된다. 정치를 잘해달라. 열린우리당에도 실망했다. 의원직 사퇴를 하겠다고 했으면 해야 한다. 돈 50억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에 기대하는 것은 높은 도덕적 수준이고 새로운 정치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잘못했다. 분발해서 훨씬 잘하겠다. 부족한 점이지만 투명한 정치자금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용서해달라”고 했더니 용서하겠다며 악수를 청했다.

□ 김진애 선대위원장

택시를 타지 않고 지하철에서 얘기를 들었다. 박근혜 대표, 추미애 선대위원장 등 여성의 얘기가 많이 나왔다. 주로 동정론 또는 연민의 차원에서 얘기가 됐다. 안되니까 여성이 모두 수호천사, 구원투수로 나타나느냐고 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갈등에 대해서는 그러면서 어떻게 당을 같이 했느냐,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는 탄핵 전에는 이렇게 될 줄 왜 몰랐느냐, 지금상황에서도 시장을 다니는 것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얘기가 자칫 수호천사론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우리가 다루어야 할 정치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의 정치와 17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 정동영 당의장

한나라당이 최근 여당견제론을 얘기한다. 우리는 아직 소수이다. 다만 안정의석에 대한 가능성을 갖고 있을 뿐이다. 견제론 속에는 한나라당이 커져야 한다는 주장을 숨기고 있다. 야당이 커야 견제한다는 것은 이번 의회 쿠데타에서도 보았듯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크기도 문제지만 자율성이 없다는 것이 더 문제이다. 일사분란하게 로마병정처럼 대오를 유지해 진압군이 들어오고, 새벽에 기습군을 보내고, 군대병정처럼 행동하는 그들이 국회의원인가. 전혀 의원의 자율성이 없는 집단을 키우는 것은 국가명운에 위태로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의석, 147석은 삭감해야 한다. 적어도 절반 아래로 떨어뜨려야 한다.

한나라당이 커서 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동안 증명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숫자로 해온 오만과 독선과 국정발목잡기. 급기야 경제적 IMF를 초래한데 이어 정치적 IMF를 초래했다. 경제를 망하게 한데 이어 국민주권을 짓밟은 행태를 볼 때, 한나라당의 의석은 지금의 절반을 넘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이 경계해야 할 것은 일사분란한 집단주의이다. 박근혜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래 자칭 개혁파 의원들의 탄핵에 대한 사과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 전에는 사과해야 한다, 철회해야 한다, 여론조사를 한다는 등 여러 목소리가 있었지만 체제정비를 해가면서 다시 일사분란한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광기의 역사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다시 한번 일사분란한 대오를 만들어서 여당 견제론을 주장하고, 한나라당을 키워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위태로움을 느낀다. 이분들이 커지면 할 수 있는 것이 다시 탄핵을 들고 나오는 것밖에 없다. 진정한 반성이나 사과가 아직까지 없다.

몇 석이 되건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있는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동안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왔던 자칭 개혁파 의원들은 어디로 갔는가. 스스로가 가져온 소신과 신념이 있다면 여당 독주론과 견제론을 말하기에 앞서 자기 고백과 참회를 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 이미경 상임중앙위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몰리면서 박근혜, 추미애 의원 등 여성 선대위원장을 내세웠다. 두 당은 비겁하다. 개혁을 하려면 새롭게 해야 한다. 평상시 여성을 챙기지도 않다가 갑자기 여성을 내세워 뭔가 색깔이 많이 바뀐 것처럼 포장을 하고 있다. 평소 여성 정치 지도력에 대한 지지가 없었던 두 당에서 비겁하게 여성의 치마폭 뒤에 숨어 포장을 바꾸려는 것을 지적한다.

또 지적할 것은 두 여성 선대위원장의 태도이다. 여성정치 지도자가 등장할 때 그렇게 하는 것은 가짜이다. 두 사람 모두 탄핵국면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에 대한 비판을 통해 등장했다. 두 남성지도자가 탄핵정국을 잘못 이끌었다고 굉장히 격렬히 비판했다. 그렇게 등장했으면 탄핵을 철회하는 것이 진정한 태도이다. 추미애 의원이 머리를 90도로 숙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머리만 숙이면 뭘 하는가. 진정성이 담기려면 탄핵이 잘못됐다, 한민공조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탄핵을 철회하는 것이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절만 할 일이 아니다.


2004년 3월 29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