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존 자유게시판

● 어느 판사의 생각 2

  • 2024-11-26 14: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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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판사가 뭐 별 것 있는 줄 아는 거야? 판사 별 것 없어. 

판사가 되고 나서 처음에는 우쭐했었지, 내가 뭐나 되는 줄 알았어, 그러나 막상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금방 한명의 공무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몰려 드는 일에 정의, 공익, 애국 뭐 그런 관념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강산이 두세번 바뀌는 동안 재판에 몰두하다 보면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것을 깨닫게 돼.

 

세상사 다 그런 것 처럼 이제는 돈이 곧 권력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돈 많고 권력을 쥔 자들 눈치를 봐야하는 것도 알게 돼. 그들이 현재의 권력자이고 미래의 고객들이쟎아. 현재는 나를 승진시켜 줄 상관들과 친구들이고, 미래에는 직접 일을 줄 사람들이쟎아. 지금부터 친하게 지내며 한두번 봐 주면서 인연을 맺어야 나중에 덕을 볼 수도 있을 거야.

이 대열에서 이탈하면 지질이 궁상이 되는 거쟎아. 

 

너도 알다시피 우리들의 세계에서는 강남좌파라는 것들을 제일 꼴보기 싫어해. 우리들의 치부를 가장 잘 아는 자들이기도 하고 양심의 끝자락을 들춰내기도 하여 싫어. 걔네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편법을 저지르고 있쟎니.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없는 것은 너도 알쟎니. 깨끗한 척은. 난 알만한 놈들이 우리 법률가들의 특권계급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에 화가 나.

 

눈 한번 찔끈 감고 눈치 껏 '현재 권력'의 요구를 들어 주면 남은 임기동안 승진도 보장될 것이고, 승진하면 전관예우 받는 것도 액수가 달라져 노후도 보장받쟎아. 너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니. 

 

그래서 결단을 내린 거야. 누가 딱 강요한 것도 아니야. 이번 건으로 당분간 시끄럽겠지만 몇년 지나면 다 잊혀지게 돼. 세상 사 다 그런 것 아니겠니. 나도 도움 안되는 명분보다는 당장의 짭짤한 실속을 챙기기로 했어. 

 

그리고 이제부터는 너와 나 볼일도 거의 없을 거야. 나는 강남3구 주민으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고 부딛치는 일도 없을 거야. 너무 욕하지는 말자. 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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