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8.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오히려 석대를 관찰하면서 더 자주 확인하게 되는 것은 담임 선생님이 그를 신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들이었다. 그에게 맡겨진 우리 반의 교내 생활은 다른 어느 반보다 모범적이었다. 그의 주먹은 주번 선생님들이나 6학년 선도부원들의 형식적인 단속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그가 이끌고 나가는 운동 팀은 반 대항 경기에서 우리 반에 우승을 안겨 주었고, ‘돈내기’라는 어른들의 작업 방식을 흉내 낸 그의 작업 지휘는 담임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서 아이들을 부리는 반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번듯하게 우리 반에 맡겨진 일을 끝내게 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 한 장면이다.
그때 그이도 한 때는 저러했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2013년 10월 21일, 국정감사 중)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그것을 어떻게 따릅니까? 그럼 이의제기해서 안 받아들여지면 그러면 그걸 따라야 된다는 겁니까?”(2013년 국정감사 중)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에 참여하며) “이번 수사는 법원을 죽이려는 수사가 아니다. 법원을 살리기 위한 수사다. 법원이 무너지면 검찰도 무너진다.”(2018년 10월,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그는 그렇게 우리들의 영웅이 되었다.
영웅으로서 검찰총장이 되었다. “새로운 검찰을 기대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은 시기에 검찰총장의 소임을 맡게 되어 막중한 사명감을 느낍니다. 저희 검찰은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오로지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행사하겠습니다.”(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직에 취임하며) “흔들어대도 몸무게가 100kg이라 안 흔들린다.”(2020년 4월 10일, 여권의 윤석열 흔들기에 대해).
이런 그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검찰 구성원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2020년 10월 22일, 국정감사 중)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2021년 3월 2일, 국민일보와 검수완박 관련 인터뷰에서) “지금 진행 중인 소위 말하는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다.”(2021년 3월 3일, 검찰 수사권 박탈 정책에 반대하며)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느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하며).
드디어 그는 대통령 선거에 뛰어 들었다.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2021년 6월 14일, 국민의힘 입당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수많은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았습니다.”(2021년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 중)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개악과 파괴를 개혁이라 말하고,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에 의해 국민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을 것입니다.”(2021년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 중) “대통령은 사회 갈등을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고 치유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권교체를 위해 제가 대선후보로 나선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기성세대가 잘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청년세대와 공감하는 자세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처음 국민께서 기대했던 윤석열다운 모습으로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2022년 1월 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문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의 권력은 유한하고, 책임은 무한합니다. 이 명백한 사실을 1분 1초도 잊지 않겠습니다.”(2022년 2월 15일, 서울 청계광장 출정식).
드디어 그는 0.7% 차이로 당선되어 2022년 5월 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 선서를 하였다. ‘자유!’ 35번 외치며,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만들겠다 하였다. 하지만 그는 “불통(不通), 부도덕(不道德), 부조리(不條理) 3불, 무능(無能), 무지(無知), 무식(無識), 무례(無禮), 무책(無策) 5무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정권은 심판의 대상이 되었고 국민의 지지율은 20%에서 맴돌고 성난 민심은 야당 192석, 여당 108석을 만들어 놓았다. 탄핵(彈劾)에 근사치한 의석 배분이다. 그런데도 국민 70%가 동의하는 채상병 특검에 거부권을 또 행사했다. ‘10번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결말은 이렇다. “형사 한 사람이 차갑게 내뱉으며 허리춤에서 반짝반짝하는 수갑을 꺼냈다. 그걸 보자. 붙잡힌 남자는 더욱 거세게 몸부림쳤다. ‘이 자식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려?’ 보다 못한 다른 형사가 그렇게 쏘아붙이며 한 손을 빼 남자의 입가를 쳤다. 그 충격에 선글라스가 벗겨져 날아갔다. 그러자 비로소 드러난 그 남자의 얼굴, 아! 그것은 놀랍게도 엄석대였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갔건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 우뚝한 콧날, 억세 보이는 턱, 그리고 번쩍이는 눈길…나는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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