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대표가 이번에 당선된 초선의원들에게 "번뇌하지 말고 소신껏 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소신이란 게 참으로 좋은 말이지만 어떻게 보면 "본인들이 생각하는대로 알아서 하라"는 말과도 같다. 그 말은 당선자 각자에 대한 신뢰와 믿음에서 나온 발언이겠지만 다른 말로 하자면 각자 알아서 판단해서 하라는 말과도 같다. 그러면 민심, 당심의 존재는 그만큼 흐릿해지고, 정당의 목표도 명확하지 않게 된다. 물론 그들이 가진 각자의 가치와 신념까지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각자 소신 껏 할 바엔 정당이 과연 무슨 필요가 있을까? 지난 21대 국회에서 현안마다 튀면서 소신껏(?) 행동한 이들이 있지 않았는가?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어제 있었던 국회의장 선출을 놓고 많은 당원들은 실망감과 허탈감이 크다. 그런데 국민이나 당원들이 생각하는 만큼 국회의원들 각자의 마음속엔 다른 것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늘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 그들이 생활하는 국회라는 현장에서는 '국민'이나 '당원'은 멀리 있고, 매일 매일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는 그들끼리만의 세상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국민과 당원들의 존재는 언뜻 언뜻 가끔씩 떠오르는 안개나 신기루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들이 내리는 결정의 대부분은 그들끼리의 대화나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국회의원 각자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단 한번이라도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시민들이나 당원들의 의사를 물어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늘상 거의 많은 시간과 생각들을 국회의원들끼리만 공유하고 그 속에서 상의한다. 그래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들은 선거때만 국민을 찾고, 당원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늘상 '개돼지'일 뿐인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90년대 국회의원들의 사고나 행동방식과 지금 국회의원들의 사고와 행동방식이 별반 바뀐 것이 없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정치란 원래 그런 것", "그 놈이 그놈이다"는 푸념과 포기, 무관심, 냉담해 지는 것이다.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탓하기 전에 그들 정치인들의 이같은 행태들이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초래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가 분노스러운 것은, 어느 특정인이 선출되고 다른 이가 낙선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민심과 다른 결과때문이다. 대의제란 것이 뭔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서 모든 정치인들은 입으로는 늘상 "국민이 주인"이고, "당원의 정당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건 그냥 한낱 듣기 좋으라고 하는 '사탕발림'에 불과하고, 심하게 얘기하자면 자신들의 권력을 얻기 위해 이용하는 악랄한 사기 수단이라는 점이다.
21대 국회 기간 동안 민주당 내부에서 허구헌날 떠들어 됐던 것이 '중도'의 표심이다. 중도를 잡기 위해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허구헌날 그 놈의 중도타령으로 내부 분란을 일으키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그 때 무슨 생각으로 '중도'의 표심을 얘기했을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당시에 이미 중도라는 많은 시민들조차 이미 이 정권에 대한 결론을 내렷음에도, 그들은 허무맹랑한 중도타령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그만큼 민심이 어디있는지 조차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국민들이 사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아늑한 공간에서 그들끼리 주고 받는 고귀한 대화속에서 그것이 마치 절대적 진리인 양 떠들어대고 행동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국민들에게 물어보거나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마치 민심을 잘 대변하고 있는 듯 심하게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국회의장 선거에서 나타난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사고 또한 이미 21대 국회의원들의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속에 이미 갇혀 버렸다는 점에서 앞으로 4년을 더 기다려야(어쩌면 이제는 기다릴 필요조차 없는) 답답함과 그토록 희망하고 열망하며 투표장에 나왔던 많은 시민들과 당원들의 기대를 한 순간에 찬물을 끼얹어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당선자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니들이 민심을 받든다고?" "국민의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말 따로 행동 따로'하는 무뢰한의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그들이 저주스러울 뿐이다
대의민주주의의는 수백번의 선거를 통해 드러났듯이 이미 한계점을 넘어 섰다. 300명의 그들이 민심을 절대 반영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들이 나와야 한다. 이제는 사회 모든 면에서 직접 민주주의가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가능한 모든 곳에서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우선 당 내부부터 바뀌어야 한다. 당헌 당규부터 모든 부문을 직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의원제도 부터 없애야 한다. 그들이 일반 당원보다 수십배의 권한을 왜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이건 정말 구시대적 봉건적인 계급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모든 공직 선거에서도 모든 국민들이 동일하게 한 표만을 행사하는데, 소위 민주주의 정당을 표방하는 정당에서 대의원이라는 인간들은 왜 수십명 몫의 권한을 갖는다는 말인가?
공직 후보자를 결정하는 공천방식 또한 확 바꾸어야 한다. 공심위, 공천위라는 게 소위 자신과 자신 주변인사들을 밀어 주고 땡겨 주기 위한 수단외에 그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한다는 당에서 뒤에서는 지연, 학연, 혈연 등 온갖 거미줄로 엮여 있는 사슬구조로 끼리끼리 해 먹는 이 낡은 방식을 당장 없애 버려야 한다. 각 지역구에서 정치에 관심있고, 의식있는 희망자들을 기르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 속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갖추도록 하고, 그런 시스템 속에서 후보자를 뽑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국회의원들 개개인이 누구 누구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주로 하는 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만의 리그는 계속될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국민들의 대리인, 머슴이라고 한다면 그만한 감시와 통제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닌가?
국민들은 늘 선거때만 되면 속고 또 속는다. 선거에 나온 후보자는 선거기간에서 모두 애국자, 훌륭한 국민의 대변자가 되지만 선거가 끝나면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고귀한 존재가 된다는 점을 많은 국민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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