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7) 공동묘지의 평화는 평화가 아닌 죽음의 적막일 뿐이다.
「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7)
(7) 공동묘지의 평화는 평화가 아닌 죽음의 적막일 뿐이다.
“이 사람보다는 내가 더 지혜가 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나 나나, 좋고 아름다운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은 ‘자기가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모르고 또 모른다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그마한 일’, 즉, 내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 생각하는 점 때문에 내가 이 사람보다 더 지혜가 있는 것 같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보이는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21대 국회, 마지막 한 달 임기를 남겨놓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였다. 5월 2일, 꽤 긴긴 하루였다. 국회의장은 ‘여야가 협의를 하라.’ 여당은 ‘채 해병 특검법은 안 된다.’ 야당은 ‘국회의장을 성토’하였다. 이것을 보는 국민들은 속이 터졌다. 그렇게 어렵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채 해병 특검법, △전세사기 특별법 부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당연한 결과인데도 방청석에서는 눈물을 흘렸고 국민들은 한숨을 토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간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총 9개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는 최다이다.(전 대통령의 경우 전 임기 동안 노태우 대통령 7건, 노무현 대통령 6건, 박근혜 대통령 2건, 이명박 대통령 1건을 행사했을 뿐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이번에도 즉각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오만한 발언이 나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나쁜 정치”라고까지 요망한 발언을 하였다. 3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이걸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말 같지 않은 말을 당당히 하였다. ‘국민의 뜻을 모르면서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생각’하는 방자한 발언이다. ‘나쁜 정치’와 ‘직무유기’를 본인들이 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들만 모른다.
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한 ‘국민의 힘’을 정녕 몰라서 하는 말인가? 건국 이래 여당 최대 참패요, 대통령 지지율이 23%까지 떨어진 것을 보면서도 국민의 뜻을 어리석다 여기는 듯한 오만불손한 태도다. 이 정부가 들어선 지 2년 만에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언론 등 모든 부분에서 후진적 지수를 보이고 있다. ‘언론 지수’가 그 단적인 예다.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3일(현지시간) 공개한 ‘2024 세계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62위로, 작년 47위에서 무려 15계단이나 더 떨어졌다.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일본(70위) 등과 함께 세 번째 그룹인 ‘문제 있음’에 속했다. 이유로 “한국의 몇몇 언론사들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 따위를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41~43위(2018~22년) 수준을 유지했던 언론 자유였다.
야당은 “윤, 범인 아니니까. 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안 할 것”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 여당이 끊임없이 되뇐 것” “거부권 행사시 민주당 강력한 저항 나설 것” 등으로 연일 경고성 발언을 하지만 윤 대통령의 10번째 거부권은 이제 시일만 남았을 뿐이다. 국회로 돌아오면 다시 21대 국회의원들의 몫이 된다. 그것도 여당인 국민의힘에 온전히 달렸다.
며칠 전 22대 선거 결과를 놓고 여당인 ‘국민의힘 토론회’가 열렸다. 낙선한 한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관련해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세대를 잃었다는 걸 확인했다”며 “20∼50대뿐만 아니라 60대도 초반은 다 잃었다고 본다. 65살 플러스만 우리를 지지하는 정당이 됐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도 변화를 촉구했다. 외부 인사인 한 교수는 국민의힘이 ‘해병대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병대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풀기 위한 특별검사법이 되돌아오면 압도적으로 통과시키는 게 지금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까지 하였다. 수도권 생존자인 한 의원은 국민의힘의 지금 상황을 “공동묘지의 평화”라 자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촛불로 ‘세계사에 길이 남을 민주주의의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채 해병 특검법’에 여당 의원은 단 한 사람만 투표에 참여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유기요,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행태이다. ‘채 해병 특검법 통과’에 국민 67%가 “찬성”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의힘 의원들만 모른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태로 ‘채 해병 특검법’이 부결되고 자동 폐기된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까? 국민의힘 의원들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잘 새겨보기 바란다.
소크라테스가 현자가 된 이유는 ‘나’와 ‘이 사람’을 알아서다. 한 번쯤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 생각하는 이 사람’이 ‘혹 내가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었으면 한다. ‘이 사람’은 결코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한 의원의 지적처럼 공동묘지의 평화로 그치는 것이 아닌, ‘공동묘지에는 죽음의 적막만 있을 뿐’이란 점을 국민의힘 의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혜로운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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