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이후 김 여사 일가가 거주 혹은 소유했거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관련 부동산 등기부등본 144부를 확인한 결과, 국세청 관할 세무서와 지방자치단체, 건강보험공단이 세금 체납과 과징금 미납 등을 이유로 42회(압류번호 기준) 압류를 통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부동산들은 38곳으로 전국 규모로 분포돼 있었다.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건물을 비롯해, 경기 양평군 병산리, 경기 남양주시 금남리, 강원 동해시, 충남 당진 등 토지가 압류 대상이었다.
압류 42건 중 14건은 세금을 내지 않아 설정된 압류다. 9건은 지방세 체납, 5건은 국세를 체납했다. 이 같은 세금 체납은 상습적이었을 뿐 아니라 장기적이었다. 14건의 압류가 시작된 시점부터 말소되기까지 걸린 날을 모두 합하면 총 5710일에 이른다. 김 여사의 체납이 4건,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의 체납이 10건이다. 모녀가 세금을 내지 않아 부동산이 압류되고도 납부를 미뤄온 시간이 도합 15년 235일인 셈이다.
다른 28건의 경우는 국민연금 체납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과징금 미납으로 인한 압류였다. 과징금 미납으로 인한 압류는 2020년대에 발생했다. 최씨의 도촌동 부동산 차명 소유가 밝혀지고, 요양급여 불법 수급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과징금으로 인한 대규모의 압류가 설정된 것이다.
그 결과, 김 여사 일가 중 가장 많이 압류당한 인물은 최씨다. 압류 42건 중 37건이 최씨 명의 부동산이다. 4건은 김 여사 소유의 아파트에, 나머지 1건은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 소유의 부동산에 압류가 설정됐다.
연도별로 보면 1980년대 2건, 1990년대 2건, 2000년대 7건, 2010년대 3건, 2020년부터 현재까지 28건이다.
최은순씨의 상습 체납, 말소까지 최장 5년 11개월
▲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1995년 7월 26일 매입한 남양주 금남리 건물과 토지. 해당 토지는 국세를 납부하지 않아 2003년 10월 28일 천안세무서에, 2008년 2월 29일 송파세무서에 압류당했다. 현재는 토지와 건물 모두 김건희 여사 일가 가족회사 이에스아이엔디 소유다.
"상기 차주는 부동산임대업체인 방주산업의 대표이며 소유 부동산인 남양주 소재 뉴월드호텔 및 고성 소재 미시령 휴게소와 같은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업체의 운영을 통해 연 35억 원의 매출 및 15억 상당의 이익을 시현하고 있음." (2003년 7월, 오금동 스포츠센터 매입을 위해 최은순씨는 100억 원 대출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한 A은행의 검토 내용 중 일부)
"2003년 15억 상당의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는 은행의 분석과는 대조적으로, 최씨는 상습적인 체납을 이어왔다. 최씨는 1987년부터 2008년까지 지방세와 국세 체납으로 9회 부동산을 압류 당했다. 지방세 체납은 4건, 국세 체납은 5건이다(위 표, 김건희 여사 일가 국세·지방세 체납 이력 참조).
최씨가 처음 압류를 당한 시기는 1987년 2월이다. 서울시 강동구청(현 송파구청)은 시세 체납 처분을 근거로 최씨 소유의 송파구 잠실동 223-O를 압류했다. 시세 체납은 서울시 지방세를 기한까지 납부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해당 토지와 동소 건물은 네 달 후인 1987년 6월, 국세 체납을 이유로 강동세무서에 또 압류 당했다.
지방세와 국세는 과세 주체가 다르다. 지방세는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세금으로 재산세·취득세·주민세·자동차세 등이 해당된다. 반면 국세는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며 소득세·법인세·상속세·증여세 등이 있다. 1987년 최씨는 이 두 세금을 모두 체납한 것이다.
1992년 9월과 12월 최씨는 지방세를 체납해 송파구청과 용산구청으로부터 송파구 신천동 아파트를 압류 당했다. 2003년 10월에는 국세를 체납해, 천안세무서 징세과가 남양주 화도읍 금남리 토지 3필지를 압류했다. 2006년 7월, 국세를 또 내지 않아 천안세무서가 강동구 암사동 소재의 건물과 토지를 압류했다. 2008년 2월에는 송파세무서 조사과가 앞서 압류된 화도읍 금남리·강동구 암사동 토지와 건물에 금남리 3필지까지 추가로 압류했다. 역시 국세가 체납됐기 때문이다. 2008년 8월에는 지방세가 체납돼 송파구 세무과로부터 송파구 송파동 아파트를 압류 당했다. 1987년부터 2008년까지 최은순씨에 대한 9건의 압류 사유는 모두 세금 체납이다.
최씨의 압류내역에는 장기 체납도 함께 드러난다. 1992년 9월 송파구청 압류건은 2169일이 흐르고서야 말소됐다. 같은 해 12월 설정된 용산구청의 압류는 말소까지 861일 걸렸다. 2006년 천안세무서 압류는 324일, 2008년 송파세무서는 말소까지 390일이 소요됐다. 21년 동안 발생한 9건의 압류가 말소되는 데 4634일(12년 254일)이 걸린 것이다. 여기에 도촌동 땅 취득세 체납으로 인한 경우(466일)까지 더하면 최씨가 압류를 당하고도 세금 납부를 미룬 날은 5100일에 이른다.
통상 압류는 세금을 미납한다고 곧장 진행되지 않는다. 한 세무공무원은 "독촉장을 보내고 독촉장에 적힌 납부기한을 또 어기면 압류를 건다"고 설명했다. 그는 "9번이나 압류당한 건 상습 체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크로비스타... "고지서 못 받았다?" 거짓 해명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복합 아파트 아크로비스타.
상습적이고 장기적인 체납 형태는 김 여사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김 여사 소유 부동산에 대한 압류는 모두 4건 있었다. 압류가 모두 말소되기까지 총 610일 걸렸다.
4건 중 1건은 2003년 2월 지방세를 체납해 가락동 아파트가 압류됐던 경우다. 해당 압류는 283일이 지나서야 말소됐다.
나머지 3건은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2012년 3월 결혼한 후 발생한 건이다. 서초구 세무1과는 지방세 미납을 근거로 김 여사 소유의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B동 306호를 모두 세 차례 압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상습 체납이 문제되자 국민의힘은 "김씨가 당시 살던 아파트의 다른 동으로 이사를 갔고, 예전 주소지로 재산세 고지서가 발송돼 고지서를 받지 못했다"며 "체납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자 즉시 납부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해명은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2006년 아크로비스타 306호를 매매할 당시 송파동 아파트에 주소지를 뒀던 김 여사는 2012년 4월 4일 전세로 1704호에 전거(전입)했다. 김 여사의 1704호 전세권 설정은 2016년 12월 13일 해지된다. 적어도 2012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704호에서 전세로 살았다는 뜻이다. "김씨(김건희 여사)는 아파트 17층 주소지에 실제 거주하고 전입신고도 했다"는 국민의힘 측 당시 해명과 일치한다.
그런데 서초구 세무1과 압류는 2012년 11월, 2013년 11월, 2015년 1월에 각각 실시됐다. 모두 김 여사가 1704호에 전세로 거주하는 동안 발생한 일인 것이다.
한 세무공무원은 "전입신고를 하면 이전한 주소지로 바로 고지서가 발송된다"고 했다. 즉, 306호 재산세고지서는 김 여사가 1704호에 거주할 때 1704호로 모두 발송된 것이다. 또한 김 여사가 주소지를 아크로비스타 1704호에서 306호로 다시 옮기는데 그 날짜는 2017년 1월 26일로 서초구 세무1과 압류 통지가 발생한 훨씬 다음의 일이었다. 따라서 "예전 주소지로 재산세 고지서가 발송돼 고지서를 받지 못했다"는 해명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체납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자 즉시 납부했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말 대로라면 등기부상 3건의 말소 시기가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11월 압류는 2013년 3월 말소됐다. 그로부터 8개월 후인 2013년 11월 실시된 압류는 2014년 1월 말소됐다. 1년 후인 2015년 1월에 세 번째 압류가 들어갔고 5개월 후인 그 해 6월 말소됐다. 그런데도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고의적인 체납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도촌동 차명 소유, 불법 요양급여 수급 의혹... 과징금 형태 동시다발적 압류
▲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1978년 3월 27일 매입한 송파구 잠실동(당시 강동구) 223-O 폐쇄 토지등기부다. 최씨는 지방세를 체납해 1987년 2월 2일 강동구청에 해당 토지를 압류당했다. 1987년 6월 1일에는 국세를 체납해 강동세무서에 해당 토지와 동소 건물을 압류당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과징금 형태의 동시다발적인 압류가 주를 이뤘다. 성남 도촌동 부동산 차명 소유 사건과 요양급여 불법 수급 의혹으로 인해, 거대한 규모의 과징금 미납으로 인한 압류가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1년 최씨에게 23건의 압류와 1건의 가압류를 걸었다. 서울시 강동구와 송파구를 비롯해, 경기 양평·강원 동해·충남 당진 등 최씨 소유의 전국 부동산 곳곳을 압류했다. 압류는 2022년 12월 15일 동시에 말소됐다.
대법원이 최씨의 요양급여 불법수급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날이다. 최씨는 의료인 자격이 없음에도 동업자 2명과 함께 의료재단을 설립해 요양병원을 불법으로 운영하면서 요양급여 약 22억 9420만 원을 부정하게 수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최씨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최씨가 동업자의 범행에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압류가 말소된 것이다.
김 여사 일가에 대한 42회 압류 통보 중 말소되지 않은 현행 등기가 3건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과징금이 완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건 모두 성남시 중원구가 실시한 압류다. 2020년 12월 성남시 중원구 시민봉사과는 최씨 소유의 송파동 아파트와 양평군 양근리 토지, 강동구 암사동 토지 및 건물에 압류 조치를 집행했다.
최씨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6필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어 지난 11월 16일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1·2심 법원은 최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최씨의 부동산실명법 위반에 대해서 중원구청은 27억여 원의 과징금과, 취득세 등 1억 5000만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최씨는 취득세와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며 소를 제기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취득세는 납부됐지만 과징금은 미납상태다. 재판 결과에 따라 거액의 과징금이 집행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연설 "납세는 자유와 연대의 출발점입니다"
5710일. 김 여사 일가가 납세의 의무를 어긴 날들의 최솟값이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은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세금의 역사는 자유민주주의의 역사"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 그리고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개인은 법률이 정한 납세를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마그나 카르타' 정신이고,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정신입니다. 납세는 자유와 연대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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