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의 ‘참(站)’28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는 누구를 위해서인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는 누구를 위해서인가?
윤 대통령이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1조 3항)’를 재가하였다. 1조 3항은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비행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이유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려 그렇다고 한다. ‘9·19 남북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공동선언의 산물이었다.
‘9·19 남북 군사합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1.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로 시작하여 “5. 남과 북은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강구해 나가기로 하였다.”로 끝맺으며 각 항에 세부적인 군사합의를 넣었다.
우리 군에 따르면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 여러 차례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합의를 깨면 우리에게 무슨 이익이 있나? 1950년 6·25전쟁이 1953년 정전협정으로 멈췄지만, 이것이 곧 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지 않았다. 또 정전협정은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군사 협정’이지만 이 또한 완전히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 안다. 그렇다고 남북 그 어느 쪽도,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 협정을 깨자는 발상조차 하지 않았다. 전쟁을 억제하는 ‘형식적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9·19 남북 군사합의’도 같은 이치다. 그래도 이런 협정이 있으니 서로가 어느 정도 침략 행위를 제어하는 게 사실이다. 또 ‘9·19 남북 군사합의’ 이전 보다 이후가 분명 더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 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작은 국지전이 나비효과가 되어 남북 간 긴장감이 돌면 우리에게 좋은 게 무엇이 있나. 당장 국민들이 동요하고 불한감은 증폭되며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국제무대에서 국가 신용도는 하락한다. 뻔한 결과였다. 북한은 23일,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합의에 따라 중단된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각 복원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정부 들어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한다는 대통령 선서는 가뭇없이 사라진지 오래다.
손자의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에 우리가 잘 아는 전법이 있다. ‘모공’이란 ‘모리(謀利, 꾀를 써 이를 취함)란 전략이다. ‘모공’에는 벌모(伐謀)와 벌교(伐交)란 전술이 있다. 벌모는 적의 계획을 미리 알아 공격하는 것이요, 벌교는 외교를 통하여 적을 고립시키는 일이다. 싸움보다 주변국과 외교전을 하라는 말이다. 손자는 ‘대체로 전쟁하는 방법은 적국을 온전한 채로 두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이라며, “이런 까닭으로 백번 싸워 백번 이겨도 좋고 좋은 게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게 좋고 좋다.[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 한다. 직접 전쟁은 승리해도 인명과 재산 피해가 너무 커서이다.
이번 아펙(APEC)에서 중국과 미국은 4시간, 중국과 일본은 1시간 정상회담을 하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어디 있었는지 모르겠다. “미·중에 무시당한 윤석열 식 편향 외교…한반도 평화외교 흔들”이란 한겨레(2023.11.20.) 기사가 현 상황을 말해준다. ‘오징어게임’에도 전략과 전술이 있다. 그런데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수장에게 ‘모공’이 언감생심(焉敢生心)이 되어버렸다. 이래저래 생각해보니, 혹 군사정권처럼 남북한 군사대립을 국정에 이용해 그 불안감으로 표를 얻자는 꼼수가 아닌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는 누구를 위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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