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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 간호윤의 참 23 '언어의 옥'으로 그리는 '당신들의 오발탄 천국'

  • 2023-10-21 16: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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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 간호윤의 참 23 '언어의 옥'으로 그리는 '당신들의 오발탄 천국'

‘언어의 옥(獄)’으로 그리는 ‘당신들의 오발탄 천국’

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마작시해조(麻雀是害鳥, 참새는 해로운 새다)!” 1955년 1당 독재 모택동이 현지지도 중 한 교시(敎示)다. 중국 전역에서 마작[참새] 박멸 운동이 전개되었다. 참새는 평시에 해충을 잡아먹지만 추수기에 곡식을 쪼아 먹어 생산량을 감소시킨다는 이유에서다.

58년 한 해 동안만 2억1천 마리가 학살되었다. 참새가 사라지자 해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곡식을 갉아먹었다. 급기야 2000만~400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였고 소련에서 20만 마리 참새를 공수해서 해결한다. 권력 가진 자의 말 한 마디에 갇힌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이것이 바로 ‘언어[문자]의 옥’이다.

4만 년 전 우리의 선조, ‘지혜로운 인간’이란 뜻의 호모사피엔스가 이 지구에 살아남게 된 딱 한 가지가 이유가 바로 ‘언어’ 덕분이었다. 그 언어가 옥(獄)에 갇히는 순간, 인간은 인간으로서 ‘지혜’를 잃고 멸망한다. 지혜는 인간의 ‘양심’과 ‘윤리’라는 두 축으로 지탱한다. 저들의 조상, 17세기 전제황권의 청나라엔 ‘문자의 옥’이란 게 있었다. 권력층은 중앙집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식인의 사상을 탄압하고 언론을 옥에 가두었다. 그들만의 멋진 신세계, 일사불란한 통치체계, 절대권위를 유지하는 그들만의 나라를 위해서였다. 정권에 저항하는 이들은 자살을 명받거나 참수 당했다. 그 후손까지도.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언어의 옥이, 양심과 윤리가 없는 지혜가 사라진 사회로 만들고,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었다.

2023년, 중국도 아닌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싸우라!”는 한 마디 교시로 나라 전체가 ‘언어의 옥’이 되었다. 대통령이 ‘카르텔’하면 곳곳마다 ‘카르텔 타파!’가 난무한다. ‘이념’과 ‘공산당’하면 모두가 ‘공산당 타도!’를 외치고 ‘이 새끼!’하면 여기저기서 기괴한 ‘막말행진곡’을 불어댄다. 또 말끝마다 ‘법! 법!’하니, 제 멋대로 법 잣대를 들고 제 뜻과 다른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재단한다. 여기저기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이란 법망이 쳐지고 언론은 이를 전달하기 바쁘니, ‘언론의 옥’ 병참기지가 따로 없다.

국감장에서 피감기관장인 서울중앙지검장은 야당 대표 수사 관련 질문에 “사건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사안이고 구속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장청구가 기각되었는데도 반성은커녕 되려 질의 의원을 꾸짖으니,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4항 ‘무죄추정의 원칙’은 사문화(死文化) 되었다. 보통 민주국가에서 법은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정의의 보루라고 여긴다. 아니다. 이 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언어의 옥에서 저 법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양심과 윤리를 버리고 실어증에 걸렸거나 자기검열에 빠졌다. 그렇게 ‘그들만의 멋진 신세계, 검찰공화국’이 만들어졌고 ‘좋은 지도자’를 뽑고자 고심한 국민투표는 ‘오발탄’이 되어버렸다.

강서구 보궐선거 대 패배 후, 우스꽝스런 짓은 도를 더한다. ‘응석받이 이준석’ ‘비명횡사 당하기 전 결행’이란 당 내분이 끓더니, 17일 그들만의 리그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장에서 대통령이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했다고 마치 큰 깨달음이라도 얻은 양 대대적인 선전을 해댄다.(의대 정원을 늘린다고도 하니 귀를 의심케 한다.) 지금까지 1년 5개월이 지나도록 대통령 예행연습을 했고 이제야 ‘양심’과 ‘윤리’란 게 생겼단 말인가.

“양심이란 손끝의 가십니다. 빼어버리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공연히 그냥 두고 건드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거야요. 윤리요? 그건 나이롱빤쯔 같은 것이죠. 입으나 마나.” 이범선(李範宣,1920~1982) 선의 <오발탄> 대사이다. 소설 속 저들은 ‘오발탄’이 안 되기 위해 손끝에 가시를 박고 빤쯔를 입는다. 이 땅의 권력자들이 그리는 ‘멋진 신세계, 당신들의 천국’은 어떤 나라인가? ‘언어의 옥’에 갇힌 나라라면 ‘당신들의 오발탄 천국’일지언정 ‘우리들의 천국’은 아니다.

[ⓗⓣⓣⓟ://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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