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엊그제 지인과 대화, “내가 저 사람들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는 연신 옆자리 사람들을 신경 쓰며 분명 ‘아니라’ 하였다. 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에 이 정권에 불편한 목소리 내는 게 두렵다는 것을 읽었다. 내 글을 읽은 또 한 분은 이런 말을 하였다. “거 따뜻한 글 좀 써봐.” 내 글을 읽는 데서 온 불편함을 드러낸 조언이지만, 역시 말 속에는 무엇인가 암울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상징인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통제 당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용산에서 연신 쏘아 올리는 검찰과 막말을 통한 윤석열 식 공포정치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훈훈하고 행복한 글, 아름답고 여유가 넘치는 글을 말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이 그러한가. “이 새끼들이”와 “쪽팔려서”로 시작된 막말 잇기가 끝이 없다.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건 시간 문제”, “이승만·박정희는 성경 속 모세”, “전두환 12·12로 나라 구해”,…개각 하랬더니 ‘개악’을 한다.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자의 막말 수준이 이렇다. 또 한 사람은 “찍지마! 이 새끼야”의 주인공이란다. 끌어들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행태가 만무방이요, 귀접스런 인사들로 꼭 저와 비슷한 똥감태기들이다.
성현(成俔, 1439년∼1504)은 '부휴자담론'에서 이렇게 끼리끼리 비유를 “마치 개와 개가 어울리면 개집으로 끌고 들어가고 돼지와 돼지가 어울리면 돼지우리로 끌고 들어가는 것 같다.(如狗與狗友而引之廁 豕與豕友而引之圂)”한다.
나는 ‘실학(實學)’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학자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며, 글 쓰는 작가요 언론인이다. 어찌 이런 ‘말세이구설치천하(末世以口舌治天下, 어지러운 세상에 입과 혀를 마구 놀려 천하를 다스리려는 풍조)’에 등 돌리고 창호문살에 우려든 아침 햇살 같은 글을 쓰겠는가.
실학자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은 글[시]이란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하고 미운 것은 밉다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려는 뜻이 없다면 시[글]가 아니다.(非有美刺勸徵之義非詩也)”한다. 글이란 시대의 공민(共悶,함께하는 고민)을 아우르고 인간으로서 아름다운 공명(共鳴,함께하는 울림)을 펴는 정론(正論)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말 한 마디, 글 한 줄로 막힌 것을 소통케 하고 시무(時務,그 시대에 다급한 일)에 대해서는 북극성과 가늠쇠 역할 하라는 다짐장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는 정당제를 규정한다. 그 ③항에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로 그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야당 대표가 이 정부의 실정(失政)에 항거하며 단식 19일차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 그러나 사이비 언론은 어제 ‘이 시각 주요 뉴스’에서 자막조차 안 띄운다. 여당에선 조롱과 악담만 골라 퍼붓는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치 현안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 논할 가치조차 없단다. 대통령은 ‘통치만 하고 정치는 안 한다’는 말로 들리니 차라리 막말조차 그리울 판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연못에 힘센 붕어와 약한 붕어가 살았다. 먹이 욕심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싸우다 결국 약한 붕어가 죽고 말았다. 힘센 붕어는 좋아했지만 얼마 후 죽은 약한 물고기 살이 썩고 물이 더러워지자 힘센 붕어도 죽어버렸다. 대화가 사라진 이 나라 여당을 보며 떠 오른 이야기다.
정치가 이러니 ‘상생, 대화, 상식’ 같은 말은 사라지고 ‘정치혐오, 검찰독재, 공포정치, 공산당, 사형, 괴담…’ 따위 ‘막말세상’이 되어버렸다.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 안 하면 1당 독재가 된다. 여기에 검찰의 마구잡이 작태, 언론 탄압과 손바닥 왕(王)까지 연결시키니 히틀러의 나찌당과 무엇이 다른가. “하이! 히틀러!” 이것을 “하이! 윤틀러!”로 바꾸어 보려는 듯하다. 말세이구설치천하! 글도 버겁다.
[ⓗⓣⓣⓟ://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411
사법개혁!!
댓글
본인꺼?... 하........
@가오리확찢님에게 보내는 댓글
가오리님 내일부터는 댓글알바 출근 안하셔도 됩니다. 타자치는 속도가 너무 느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