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존 자유게시판

「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40) 대한민국, 군중심리가 작동하는 최면에 걸린 황홀한 상태

  • 2023-08-29 10:21:20
  • 47 조회
  • 댓글 0
  • 추천 0

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40)

 

감정이 아닌논리로 판단해야

 

대한민국, 군중심리가 작동하는 최면에 걸린 황홀한 상태

1) 가끔씩 찾는 순댓국집에서 일이다. TV에서는 잼버리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잼버리, 대한민국 위기 대응 역량 보여주고 있어.” 여가부 장관 입에서 기함할만한 명대사가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 국민들의 가슴에 기어코 비수를 꽂고야 만다. 세계 청소년들을 위험에 빠뜨린 장본인이 눈 하나 깜짝 않고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 주고 있단다. 대회를 주관하는 여가부 장관의 이 한 마디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성패는 결정되었다. 어떻게 이 정부 인사들은 한결같이 죄송합니다.” 다섯 글자를 모르는지 이해 불가다. 이어 화면은 잼버리 대회가 파행되는 데도 대통령은 휴가를 가서 횟집을 찾는다는 보도로 넘어간다. 독선적이고 비도덕적이며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행태이다.

 

2) “점입가경이로군! !” 내 옆자리 허름한 차림의 내 나이쯤 되 보이는 사내가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하는 혼잣말이다. ‘왜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를 입은 충남 공주·청양, 충북 오송을 국민의힘 지도부가 찾은 장면이 떠올랐다. 당 대표와 동행한 인사가 여기까지 찾아 온 당 대표에게 박수를 쳐주자고 한다. 그런데 진짜 박수를 치는 것이다. 30도를 웃도는 찌는 더위, 도로에 깔린 진흙과 물웅덩이, 침수된 집, 폭우가 휩쓸고 가 전쟁터처럼 폐허가 된 마을 주민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정치인과 이에 응하여 박수를 치는 주민의 모습은 기이하다 못해 괴기스러웠다. 정치인이 떠나는 뒤로 한 주민이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사진이나 찍으러 왔나하였다. 이 말이 그렇게 어려운가?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이다. 당당히 말을 못한 이유는 정치인들의 위신이 자신보다 높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판단력과 비판정신의 부재이다.

 

3)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가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되었다. 이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선고를 듣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기각 선고 직후 유가족의 기자회견 중 극우단체 회원이 유가족을 향해 이태원은 북한 소행이라 외치고, “이렇게 좋은 날!”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유가족을 조롱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이나 찍으러 왔나.” 목소리는 적었고 이렇게 좋은 날!” 목소리는 컸다. 남의 불행 앞에서 하는 비이성적이요, 반사회적인 폭력 행위임을 저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자기 행위가 옳다는 맹신에서 나왔으리라.

 

4) 엊그제 택시를 타 운전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이는 70세쯤 되어 보였지만 성량이 굵고 신수가 훤해 보였다. 현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그 믿음이 대단했다. “요즘 사람들은 기다릴 줄 모른다“1년 정도 갖고 어떻게 평가를 하냐, “지금은 잘 몰라 그렇지 곧 정치를 잘 할 거란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 짓느냐 물으니 나는 책을 많이 읽고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하였다. 귀가 번쩍 뜨였다. 요즈음 누가 책을 읽는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 그래 물었다. “! 책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요즈음은 무슨 책을 읽으시나요?” 기사님은 갑자기 나를 흘낏 쳐다보더니 그걸 뭘하였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럽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하시고 또 정치적인 신념도 강하셔서 물어 본 것입니다.” 기사님은 불쾌한 듯이 말했다. “, 거참. 뭘 그런 걸 자세하게 꼬치꼬치 묻는 겁니까?”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이 분이 책을 읽었을 리 없다. 책 읽는 이라면 저러한 단언, 과장과 편협하고 과민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5) 오늘 나온 대통령 지지도는 흔들림 없이 여전히 35%를 유지한다. 그가 정치를 잘하고 못하고는 아무런 상관없다. 저 사람에게 끝없는 신뢰를 보낼 뿐이다. 이른 바 확증적 편향이요, 불변의 신념이요, 단순함이다.

 

1)에서 5)까지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 연관성이 없는 것 같지만 분모는 현재 우리 대한민국 사회라는 공통점으로 이 나라 어디서나 보는 흔한 풍경이다. 분명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이고 국민은 눈과 귀가 있고 이성으로 판단할 텐데,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혹 이러한 모습이 우리가 군사독재를 거치며 개인보다는 군중’, ‘광장보다는 밀실문화에 익숙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샤를마리 귀스타브 르 봉(Charles-Marie Gustave Le Bon,1841~1931)군중심리학(Psychologie des foules)을 다시 읽어본다. 그는 프랑스의 의사, 심리학자, 사회학자, 철학자, 과학자이다. 시간적 거리도 한 세기요, 공간·문화적으로도 다르지만 사회와 군중에 대한 그의 분석은 21세기인 지금, 대한민국으로 끌어와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르 봉은 단언한다. “개인이 모여 군중이 되면 개인으로 존재하는 때처럼 이성적으로 추론하지 못한다.” 개인보다 군중 성향이 강할 때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르 봉은 군중심리의 특성으로 충동성과 과민성, 이성적 추론 능력의 부족, 판단력과 비판 정신의 부재, 단순하고 과장된 감정따위를 들며, “군중의 일원으로 한동안 깊이 관여한 개인은 군중이 발산하는 열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특별한 상태에 놓인다고 하였다.

 

우리는, 특히 60세 이상은 역사적으로 일본제국주의, 이승만 독재, 박정희·전두환의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개인보다는 군중으로서 잘 훈육되었다. ‘개인을 강조하는 민주주의 보다는 전체주의에 더 가까운 게 사실이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성세대에 작동하는 힘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군중심리에는 또 이런 말도 보인다. “당선될 수만 있다면 과장된 공약을 남발해도 괜찮다. 유권자는 공약에 박수를 칠 뿐 얼마나 지켰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흑색선전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주되 증거를 찾아 제시할 필요는 없다.” “군중의 지도자는 대부분 사상가가 아니라 행동가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없고, 앞으로 갖출 가능성도 무척 낮다.” 음울한 해석이지만 우리 현실과 지근거리에 있다. 그는 엘리트집단도 예외 없이 정신적으로 무척 열등하다고 한다. 군중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군중심리가 작동하는 사회를 최면에 걸린 황홀한 상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비유한다.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08887 




댓글

신고하기
신고 게시물은 삭제되며, 해당 게시물을 올린 유저는 덧글쓰기 및 글쓰기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허위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되오니, 그 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