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다. 나라가 잘 다스려 질서가 잡힌 것을 ‘치(治)’라 하고 잘못 다스려 어지러운 것을 ‘난(亂)’이라고 한다. 잼버리대회 하나도 제 힘으로 치루지 못하는 정부이다. 후일 역사가들은 이 시대를 분명 ‘난세(亂世)’라 할 게 분명하다. 당대 사람들의 글을 보면 알기 때문이다. 이 글도 이 시대를 기록하였고 후일 사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인물은 치세(治世)보다 난세에 난다하니, 난세의 영웅을 기대해 볼 법도 하다.
“천하의 대세를 논하건대, 합한 지 오래면 반드시 나뉘며, 나뉜 지 오래면 반드시 합하게 된다(話說天下大勢 合久必分 分久必合).”라는 말이 있다. 이를 정치 상황으로 해석하면 “잘 다스려 오래가면 반드시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운 상태가 오래가면 반드시 잘 다스릴 방법이 생긴다(治久必亂 亂久必治).” 쯤 되겠다. 다만 난세만큼 백성들의 삶이 고단하니 빨리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난세에서 벗어나 치세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쓴다. 다만 그 유일한 치료 방법이 국민의 투표권인데 이게 제대로 작동될지 모르겠다.
이쯤에서 각설하고 요즈음 뜨는 ‘무속 이야기’로 넘어간다. 대통령에 출마한 이가 손바닥에 ‘임금 왕’ 자를 쓰고 등장했을 때까지만 하여도 이렇게 무속인이 설칠 줄은 몰랐다. 건진법사, 무정스님, 천공스승 등 무속인 이름이 뭇 사람 입에 오르내리더니, 이제 백재권 교수란 분이 새로 등장하였다. 이이는 풍수지리학을 한다는 데 관상도 보는 듯하다. 한 프로그램에서 육성을 들려주기에 들어보니 현 대통령이 ‘악어상’이라 한다. 상이 억세어 그렇단다. 저이를 만나보지 못하여 그 신통력을 알지 못하나 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정부 각료들이나 여당이 꼭 악어새와 같아서다.
흔히들 악어새가 악어의 이빨 사이에 낀 음식물을 먹기에 이 둘을 서로 이득을 주는 상리공생관계로 알고 있다. 마치 현 대통령이 어찌나 인재를 적재적소에 임명하는지. 하나같이 우격다짐이나 허언, 폭력 성향 등 남 다른 자질을 갖추었기에 마치 악어와 악어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악어새 공생 운운은 헤로도토스의 기록에서인데 근거가 없다. 악어새로 알려져 있는 새는 정식 명칭이 이집트물떼새이고 악어는 이 사이도 넓은데다가 먹이도 그냥 꿀꺽 삼켜 이에 낄만한 찌꺼기가 없다. 하지만 상리공생은 생태계 곳곳에 있다. 예를 들어 거대 어류의 각질을 청소놀래기가 제거하여 어류는 피부질환을 예방하고 청소놀래기는 먹이를 얻는다.)
문헌을 찾아보니 악어는 무지막지한 이빨로 인해 공포의 대상이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턱의 힘이다. 악어의 강력한 턱 힘은 그 철갑과 같은 거북의 등갑도 우습게 여긴다. 여기에 성격까지 난폭하고 살육을 즐겨 한번 물었다하면 갈가리 찢어 놓고야 만다. 몸체 또한 엄청난 크기로 물과 뭍을 오가는 생활방식 덕분에 성체 악어에게는 천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악어는 제 몸의 배가 되는 짐승도 압도하는 특유의 괴력까지 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포식자들도 쉽게 사냥하지 못하는 물소, 기린, 얼룩말들도 단독으로 사냥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문헌에서 악어를 매우 부정적인 동물로 추족(醜族,추악한 종족)이라며 일본을 지칭하였다.
곰곰 뜯어보니 백 교수의 관상이 이만하면 괜찮다는 생각이지만, 악어가 제 아무리 강해도 주술은 믿을 것이 못된다. 중국 역사에서 주술로 정권을 잡은 것이 바로 황건적이었다. 황건적은 동한의 부패한 상황을 보고 이렇게 외쳤다. “이 푸른 하늘은 분명히 병들었다. 이 푸른 하늘을 대신할 것이 바로 누런 하늘이다.” 그렇게 머리에 황건(黃巾,누런 두건)을 두르고 창검을 들었으나 실패하였다. 이 무리의 최고 수령인 장각(張角)과 두 아우 장보와 장량은 오로지 부수(符水,부적을 그려 물그릇 위에 태워서 환자에게 먹이면 병이 낫는다고 함)를 그리고 주문을 외는 법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악어상과 주술만으로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난세일 뿐이다.
[ⓗⓣⓣⓟ://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818
댓글